제주서 500㎞ 부산서 800㎞까지 북상… 오늘 밤부터 내일 새벽까지 고비
윤 대통령 "선조치 후보고" 거듭 강조… 중앙·지방 각급 당국 비상체제
하늘길 뱃길 땅길 차질, 강한 비바람 예보 속 학사일정 등에도 악영향
[태풍 힌남노] 전방위 영향 시작됐다… 전국 초긴장 속 피해 확산 우려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5일 우리나라 쪽으로 빠르게 북상하면서 제주와 남부지역 중심으로 전국 각지가 초비상 상태에 들어갔다.

전방위적인 간접영향은 이미 나타나기 시작해 비·바람 피해가 일정하게 발견되고 있으며, 남부지역으로 태풍이 근접하는 이날 밤과 내일(6일) 오전을 고비로 피해 확산이 우려되고 있다.

태풍 진로에 시민들의 눈과 귀가 쏠린 가운데 이날 오전 출근길 문답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정부는 긴장을 늦추지 않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특히 "대통령이 비상상황 대응을 지원하는 게 아니라면 먼저 조치하고 보고해 주시기를 바란다"며 각 재난관리 당국자들에게 '선(先)조치-후(後)보고' 원칙을 다시 확인했다.

전국 지방자치단체들 역시 공무원들의 비상근무체제를 강조하고 주민들에게 태풍 정보를 문자로 보내며 안전한 곳에 머무기를 거듭 당부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힌남노는 이날 오전 현재 제주에서 500㎞, 부산에서 780㎞ 거리까지 북상한 상황이다.

앞서 오전 6시 제주 서귀포시 남남서쪽 480㎞ 해상을 지나면서다.

중심기압과 최대풍속은 각각 935hPa과 49㎧로, 강도는 '매우 강'이다.

태풍 중심과 국내 지점과 거리는 제주 500㎞, 경남 통영시 710㎞, 부산 780㎞, 경북 포항시 870㎞, 울릉도 1천80㎞다.

이에 따라 태풍의 직접 영향권에 접어든 제주도는 오전 6시를 기해 비상 최고단계 대응 태세에 돌입했다.

제주에는 이날 오전 8시를 기해 육상 전역과 해상에 태풍경보가 내려졌다.

지난 2일부터 이날 오전까지 사흘간 한라산에는 삼각봉 553㎜, 윗세오름 535㎜, 진달래밭 529.5㎜ 등 최대 500㎜가 넘는 많은 비가 내렸다.

제주도는 태풍경보가 발효되자 재난문자를 발송하고 외출 자제와 안전사고에 유의해달라고 당부했다.

제주에서는 태풍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기 전인 지난 4일 강풍과 호우 피해가 잇따라 발생했다.

전날 오전 11시 28분께 서귀포시 대정읍 하모리 도로 하수구가 막혀 안전조치가 이뤄졌다.

또 대정읍 상모리와 무릉리 도로에서 갑작스럽게 불어난 물에 차량이 침수되며 모두 4명이 고립됐다가 구조됐다.

대정읍 동일리와 영락리의 주택이 물에 잠겨 모두 2명이 구조되기도 했다.

갑자기 쏟아진 비에 목장에 고립된 소가 구조되기도 했으며, 제주시 한경면의 한 주택 담벼락이 쓰러져 안전조치가 이뤄졌다.

[태풍 힌남노] 전방위 영향 시작됐다… 전국 초긴장 속 피해 확산 우려
비바람이 거세지면서 뱃길과 하늘길이 묶이는 등 차질이 나타나고 있다.

김포국제공항에서 출발하는 국내선 13편이 추가 결항했다.

한국공항공사에 따르면 오전 9시께를 기준으로 김포공항 출발 예정이었던 67편 가운데 13편의 결항이 결정됐다.

이미 결항한 비행 편수 104편을 더하면 힌남노로 인한 결항은 총 117편에 이른다.

목적지별로는 제주행 41편 중 11편이 결항했고, 그 외 지역으로 향하는 16편 중에서도 2편이 취소됐다.

김해행 10편은 모두 정상적으로 운항한다.

전국 공항에서는 이날 38편의 국내선 항공편이 운항 취소됐으며, 294편은 사전 결항했다.

제주공항은 오후 2시 이후 모든 항공편이 결항한다.

한국공항공사 관계자는 "기상 상황에 따라 결항 편수는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부산항은 5일 0시부터 운영을 중단했다.

관공선 부두 등으로 선박 피항을 마쳤고, 여객선 운항도 멈췄다.

부산항만공사는 13개 사업장을 대상으로 현장 안전조치를 강화하고 있다.

전남 지역 여객선은 42개 항로에서 59척이 운행을 멈췄고, 여수공항에서 강원도 양양으로 가는 비행편도 취소됐다.

무등산과 내장산 등 주요 국립공원 출입도 통제된 상태다.

임진강 최북단 남방한계선에 있는 필승교 수위는 이날 오전 8시 40분께 1.19m를 기록했다.

전날 북한이 태풍 '힌남노' 북상에 대비해 황강댐을 방류한 영향으로 한때 2m 가까이 상승했다가 계속해서 하강하는 추세다.

[태풍 힌남노] 전방위 영향 시작됐다… 전국 초긴장 속 피해 확산 우려
학사 일정 차질도 본격화하고 있다.

시도별 지자체와 교육청은 재난대응반을 꾸려 비상근무에 들어가는 동시에 어린이집 휴원, 원격수업 전환, 재량 휴업 등을 일선에 권고했다.

대구 등 일부 지역에서는 수학여행을 취소하는 사례도 나왔다.

속도가 붙어 시속 22㎞로까지 북상 중인 힌남노는 오전 9시 서귀포 남남서쪽에 이른 뒤 북위 30도선을 통과하면서 우리나라 쪽으로 방향을 틀고 속도가 더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힌남노는 6일 오전 3시 서귀포 북동쪽 100㎞ 해상까지 '매우 강한 태풍'으로 위력을 유지하면서 북동진한 뒤 아침 경남 남해안에 접근해 상륙하고 6일 오전 9시 부산 북북동쪽 80㎞ 지점을 거쳐 동해로 빠져나가겠다.

(손대성 천경환 전지혜 홍현기 허광무 양영석 권숙희 천정인 정경재 김선경 최종호 박영서 기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