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대통령이 나누는 현대사 이야기…'박정희와 김대중의 대화'
박정희·김대중 전 대통령은 한국 현대사에 커다란 발자취를 남긴 정치인이다.

빛도 그림자도 있고, 자산도 부채도 있다.

이미 고인이 된 두 정치인은 우리 사회의 자화상이기도 하다.

박정희는 경제 성장을 통해 한국을 가난에서 구해낸 인물로, 김대중은 민주화 투사로 한국을 독재에서 구해낸 인물로 평가받는다.

이들은 1968년 1월 1일, 청와대에서 열린 신년 하례식에서 대통령과 야당의원으로 만나 잠시 대화한 적이 있다.

얼굴을 마주해 말을 주고받은 처음이자 마지막 만남이었다.

류상영 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그 후 반세기 만에 두 고인이 가상으로 만나 생전에 못다 했던 대화를 나누게 한다.

신간 '박정희와 김대중의 대화'에서 두 사람은 살아온 시대와 고민하며 꿈꿨던 세상, 서로 부딪힌 역사적 사건에 대해 자신들의 생각과 언어로 묻고 답한다.

저자는 "두 분이 만나서 대화하는 것이기 때문에 형식은 가상이고 구름 위의 정담이지만, 내용은 철저히 역사적인 기록과 자료에 기초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이 대화는 박정희와 김대중이 남긴 연설문, 일기, 시, 서신, 구술, 기자회견, 자서전, 저서, 국내외의 외교문서, 평전 등을 기반으로 이루어졌다"고 덧붙인다.

저자의 사회로 진행되는 형식인 이 책은 세 부분으로 구성돼 있다.

제1부 '인간적 대화: 나는 누구인가?'에서는 두 인물이 어머니, 민족적 비애, 가난, 기쁨과 슬픔, 생사관과 유언, 성찰과 상생에 대해 말하고, 2부 '철학적 대화: 사회와 역사를 어떻게 볼 것인가?'에서는 사회와 역사, 경제성장, 민주주의, 지역감정, 외교전략, 민족과 민족주의, 분단과 통일에 대해 논쟁한다.

이어 3부 '역사적 대화: 박정희와 김대중이 얽혀 살아온 역사 현장들'은 두 정치인이 만들고 겪어온 15개 주요 사건에 대한 이들의 생각과 발자취를 복원한다.

한국전쟁, 4·19, 5·16, 경부고속도로, 1971년 대통령 선거, 전태일, 새마을운동, 유신과 중화학공업화, 김대중 납치사건, 10·26 등이 그것이다.

2004년부터 2009년까지 연세대학교 김대중도서관 관장으로 일한 바 있는 저자는 '김대중 연보 1924-2009', '김대중 저작목록집', '김대중전집' 등을 대표 집필했다.

논형. 392쪽. 2만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