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라젬에선 ‘판매실적’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는다. 대신 ‘구매실적’이라고 표현한다. 세일즈, 영업 등 다른 회사에선 일상적으로 쓰는 말도 세라젬에선 금기시되는 단어다.

세라젬의 모든 구성원은 ‘소비자에게 상품을 파는 게 아니라 소비자가 세라젬의 상품을 사는 것’이라는 생각을 공유하고 있다. 소비자 중심의 사고, 세라젬만의 가치체계인 ‘세라제머십’의 시작이다.

○전 직원 가치체계 공유

세라젬은 지난해 10월 세라제머십이라는 세라젬 구성원 모두가 공유하는 가치체계를 구축했다. 세라제머십의 슬로건은 ‘우리는 세상에서 고객에게 고맙다는 말을 가장 많이 듣는 파트너가 된다’로 정했다. 짧게 요약해 표현하면 ‘땡큐, 세라젬’. 소비자 중심적인 기업이 되겠다는 의지를 담은 슬로건이다.

세라젬이 이처럼 명확한 가치체계를 구축한 이유는 회사가 급성장하면서 전 직원이 공유하는 철학이 필요하다고 판단해서다. 2018년 국내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세라젬의 직원 수는 2019년 390명에서 올해 1927명으로 3년 만에 다섯 배가량 늘었다.

이동민 세라젬 인재경영실장은 “여러 직종에서 일하던 경력 직원들을 채용한 탓에 의사결정을 하는 방식도, 일하는 방식도 다를 수밖에 없었다”며 “‘고객 최우선’이라는 철학을 담은 세라제머십을 내재화하면 일하는 방식을 일원화해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라젬은 세라제머십 내재화를 위해 인사 평가의 첫 번째 기준도 세라제머십으로 정했다. 평가 방식은 다면평가다. 어떤 업무를 수행하든지 ‘고객 최우선’ 가치를 실천하고 있는지 동료들로부터 평가받는다.

세라젬은 조직 구성원들을 한 분야에만 천착하지 않는 ‘H형 인재’로 키우겠다는 방침도 정했다. H형 인재란 스스로 확고한 전문성이 있고 다른 사람 및 커뮤니티의 전문성과 유연하게 연결되는 가로막대를 지닌 인재를 뜻한다. 현장과 사무를 각각 한 축으로 해 한쪽에만 매몰되지 않고 양축을 모두 아우르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는 얘기다.

세라젬은 이러한 H형 인재 양성을 위해 직무순환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사무 직무에 전문성을 쌓은 이들 중 희망자를 받아 매장 영업, 물류 등 현장을 경험할 기회를 제공한다.

○매달 임직원 의견 모아 사내 문제 해결

세라젬은 건전하고 유연한 기업문화 확산을 위해 조직문화팀도 신설했다. 조직문화팀은 구성원들이 직접 조직문화를 만들어간다는 취지의 사내 캠페인 ‘위메이크’를 운영하고 있다.

매달 새로운 주제를 정해 작고 사소한 문제라도 임직원들이 의견을 모아 해결하는 캠페인이다. 최근에는 위메이크 캠페인의 일환으로 직원들이 소비자 문제에 대해 직접 고민하고 해결책을 도출하는 ‘고고(고객 문제 해결을 고민하고 아이디어 내는) 콘테스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세바시(세라젬을 바꾸는 시간)’는 세라젬의 선진화한 기업문화를 보여주는 프로그램이다. 전국 각지에 있는 다양한 임직원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일일 방송 프로그램으로, 영업·생산·마케팅 등 다양한 부서 임직원들이 어떤 일을 하고 있고, 어떤 생각들을 가지고 업무에 임하고 있는지 알아보고 서로 소통할 수 있도록 돕는다.

세라젬은 수평적이고 유연한 조직문화를 형성하기 위해 경영진과 임직원 간 소통 창구 마련에도 힘쓰고 있다. 지난 5월, 세라젬은 회사 내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사고를 지닌 젊은 실무자들로 구성된 ‘주니어보드’를 출범했다. 주니어보드로 선발된 직원들은 사내 현안과 회사의 정책 등에 대해 경영진과 구성원 간의 소통 메신저 역할을 수행한다.

또 무기명으로 임직원들의 고충이나 아이디어를 건의할 수 있는 통합 웹사이트 ‘세라톡톡’도 운영한다. 분기마다 경영진, 임직원 간 소통 활성화를 위해 ‘타운홀 미팅’도 진행하고 있다.

세라젬 관계자는 “합리적이고 자율적인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해 앞으로도 꾸준히 노력할 것”이라며 “세대 간 격차를 줄여 수평적 근무 환경을 조성하고, 공감을 끌어내는 소통 방식을 구축하는 등 다채로운 방법으로 기업문화 혁신에 공을 들이겠다”고 말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