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인간다움을 지키며 '존엄사' 할 수 있을까
질병으로 죽음을 앞둔 사람이 의사의 도움을 받아 죽음을 선택할 권리. 마지막까지 인간의 존엄을 보장받으며 ‘평온하게’ 죽을 권리로 이야기되는 것이 이른바 존엄사다. 올해 6월 국회에서는 ‘존엄조력사법’이 처음으로 발의됐다. 존엄사법 제정안에 찬성하는 여론이 82%를 차지했다. 하지만 법이 제정되면 기대와 달리 인간 존엄을 해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죽음의 격>은 존엄사를 다룬 다큐멘터리 ‘죽음의 시간’을 제작해 프레그먼츠 영화제에서 최고 장편상을 수상한 저자가 죽음에 관해 6년간 취재한 끝에 펴낸 책이다. 책은 우리가 죽음을 결정할 수 있는 사회가 어떤 모습일지를 사실적으로 그려낸다. 저자는 1940년부터 존엄사가 합법화된 스위스, 1994년 세계 최초로 존엄사법을 통과시킨 미국의 사례 등을 소개한다. 이뿐만 아니라 존엄사를 원하는 사람들을 비밀리에 돕는 지하조직들도 보여준다. 죽음에 대한 윤리적 철학적 법적 논의를 통해 자유롭게 죽을 권리가 가진 명암을 보여준다. 일부 사례는 너무 자세하다 싶어 불편한 느낌이 들 정도다.

사람들이 죽음을 원하는 순간은 언제일까. 다양한 질병과 치매 등 수많은 고통의 순간에 인간은 삶을 평화롭게 끝내길 원한다. 이들은 삶이 죽음보다 고통이라고 여겨진다면 평온하게 죽음을 선택할 권리가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존엄사법의 적용에는 문제도 많다. 존엄사 적용 대상의 기준도 그 가운데 하나다. ‘정신이 멀쩡한 상태인 환자’로 정한 탓에 정신적 고통으로 세상을 떠나려는 사람들은 선택이 불가능하다.

이 책은 ‘존엄하게 삶을 끝내는’ 죽음이 무엇인지에 대해 물음을 던진다. 의료 접근권이 보장되지 않은 국가에선 존엄사가 ‘싸게 죽는 방법’으로 환자들을 내몰 확률이 높다는 점도 지적한다. 누군가에게 죽을 권리를 보장하는 일이 오히려 누군가의 존엄을 모욕하고 침해하는 아이러니한 사회의 모습을 비춰볼 수 있다.

최지희 기자 mymasa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