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 정규직 노동조합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금속노조 탈퇴가 사실상 무산됐다. 민주노총이 대우조선지회의 잔류를 위해 조직적으로 개입한 데다 민주노총에 남아야만 향후 민영화 반대 등 대(對)정부 투쟁동력을 이어갈 수 있다는 대우조선 노조의 판단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우조선 노조는 지난 21일 오전 6시부터 22일 오후 1시까지 조합원 4726명을 대상으로 금속노조 탈퇴를 묻는 찬반 투표를 했다. 투표율은 조합원 4726명 중 4225명이 투표해 89.4%를 기록했다. 현재 산별노조인 민주노총 금속노조 지회 형태의 조직을 기업형 노조로 전환하는 것에 대한 투표다. 이날 총 3차로 나눠진 개표 분량 중 1차 개표 결과 과반에 못 미치는 674명의 조합원이 찬성표를 던졌다. 689명은 금속노조 탈퇴에 반대했다. 다만 개표 과정에서 일부 중복투표로 추정되는 부정 의혹이 확인되면서 개표는 전면 중단됐다. 노조는 투표함을 봉인한 뒤 거제 선거관리위원회에 맡길 예정이다. 재개표 여부는 다음주부터 시작되는 2주간의 하계휴가가 끝난 뒤 정할 방침이다. 투표자 중 3분의 2가 찬성해야만 탈퇴 안건이 가결된다는 점에 비춰볼 때 금속노조 탈퇴는 사실상 무산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대우조선 조합원 1970명은 하청노조 파업 장기화로 인한 잔업·특근 축소, 근무시간 단축 등의 여파로 임금 손실이 클 뿐 아니라 회사의 재정적 손해까지 불어나 막대한 타격을 입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런 와중에 금속노조가 대우조선지회 조합원 피해는 외면한 채 일방적으로 하청지회 편을 들면서 굳이 금속노조 가입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에 따라 총회 개최를 추진했다. 대우조선 노조는 2018년 6월 회사가 경영난에 시달리며 구조조정 위기가 불거지자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금속노조에 가입했다.

이번 투표를 놓고 금속노조 측에선 탈퇴를 막기 위해 대우조선 조합원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반대표를 던지도록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탈퇴에 반대해온 대우조선지회 전·현직 집행부 등도 조직적으로 대응했다. 이들은 “조직형태 변경을 위한 총회 소집은 현장의 혼란만 야기하고 금속노조 규약을 위반한 것”이라며 “금속노조가 아무리 싫어도 복수노조로는 갈 수 없다”는 논리를 폈다.

경남지부 전체 조합원 약 1만8000명 중 4분의 1가량이 대우조선지회 소속으로, 이들이 빠질 경우 조직 규모나 재정적 측면에서 손실이 불가피하다. 대우조선지회가 금속노조에 납입하는 연회비만 10억원이 넘는다. 경남 대표 기업인 대우조선 소속 조합원들이 빠진다는 상징성도 무시할 수 없다.

이와 함께 대우조선 노조 지도부를 중심으로 향후 임금 및 단체협상과 민영화 과정에서 민주노총에 잔류해야만 득이 크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애초부터 탈퇴 요건을 충족하기 어려운 ‘기울어진 운동장’ 투표 구조에서도 절반가량의 조합원이 금속노조 탈퇴에 찬성표를 던지면서 향후 민주노총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강경민/거제=김해연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