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 리스크 털어낸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연임 '청신호'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사진)이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손실 사태로 중징계를 받은 데 불복해 금융감독원을 상대로 제기한 행정소송에서 1심에 이어 2심도 승소했다. ‘사법 리스크’가 해소되면서 내년 3월 임기가 끝나는 손 회장의 연임 도전에 ‘청신호’가 켜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고등법원 행정 8-1부(부장판사 이완희 신종오 신용호)는 22일 손 회장과 정채봉 전 우리은행 영업부문 겸 개인그룹 부문장이 금감원의 문책 경고 등 징계를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1심 판단을 유지했다.

DLF는 금리나 환율 신용등급 등을 기준으로 파생결합증권(DLS)에 투자하는 펀드다. 2019년 하반기 세계적으로 채권 금리가 급락하면서 미국 영국 독일의 채권 금리와 연동된 DLS와 DLF에 대규모 원금 손실이 발생했다. 금감원은 “우리은행이 DLF를 불완전 판매했고 경영진이 내부 통제를 부실하게 했다”며 손 회장에게 문책 경고 처분을 내렸다. 문책 경고를 받으면 3년간 금융권 취업이 제한된다. 손 회장은 징계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금감원이 법리를 잘못 적용했다며 손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금감원은 금융회사지배구조법을 징계 근거로 삼았는데, 1심 재판부는 이 법에 내부 통제 기준이 되는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무만 있을 뿐 이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제재를 가할 법적 근거는 없다고 판단했다. 또한 제재 사유 5건 중 4건을 위법하다고 보고 “적법한 것으로 인정되는 한 가지 사유에 상응하는 제재를 다시 해야 한다”고 했다. 이번 항소심 재판부도 원심 판단에 문제가 없다고 보고 항소를 기각했다.

이번 판결로 손 회장은 올해 말 연임에 도전할 수 있게 됐다. 손 회장은 2017년 말 우리은행장에 선임돼 지주사 체제 전환을 이뤄내고 2019년 우리은행장을 겸임하며 우리금융 초대 회장에 선임됐다. 이후 2020년 3월부터 우리금융 회장을 맡고 있다.

금융위원회와 금감원은 “2심 재판부의 판결을 존중한다”며 “판결 내용을 면밀히 검토해 입장을 정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금감원이 상고에 나서더라도 대법원 판결이 나올 때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만큼 손 회장의 연임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금융권에선 이번 판결이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의 DLF 징계 취소 소송 2심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함 회장은 DLF 사태 때 손 회장과 같은 이유로 중징계를 받았지만 지난 3월 징계 취소 소송 1심에서 패소했다.

오현아/박상용 기자 5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