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플루티스트 조성현(왼쪽부터), 첼리스트 김두민, 호르니스트 김홍박. 고잉홈프로젝트 제공 _
플루티스트 조성현(왼쪽부터), 첼리스트 김두민, 호르니스트 김홍박. 고잉홈프로젝트 제공 _












평창대관령음악제는 2018년 여름 축제에서 프로젝트 악단인 평창페스티벌오케스트라(PFO)를 처음 결성했다. 그해 예술감독으로 취임한 피아니스트 손열음의 주도로 세계적인 오케스트라에서 악장·수석·단원 등으로 활동하는 한국인 연주자들이 모여들었다. 해외에서 활약하는 이들이 집으로 돌아와 하모니를 이룬다는 의미로 PFO에 ‘고잉홈(going home)’이란 별칭이 붙었다.

플루티스트 조성현과 첼리스트 김두민, 호르니스트 김홍박이 오케스트라에서 처음 호흡을 맞춘 것도 이때였다. 이들은 1년에 한 차례 연주하고는 끝나는 게 아쉬웠다. 보다 자주 만나 다양한 레퍼토리를 연주하며 음악 비전을 나누는 길을 모색했다. 오보이스트 함경, 클라리네트스트 조인혁, 바수니스트 유성권 등 PFO에서 함께한 멤버들도 힘을 보탰다. 이들의 노력은 지난해말 비영리 사단법인 ‘고잉홈프로젝트’ 창설로 결실을 맺었다.

고잉홈프로젝트가 오는 30일부터 다음달 4일까지 6일간 서울 잠실 롯데콘서트홀에서 ‘더 고잉홈 위크(The Going Home Week)’란 타이틀로 창단 이후 첫 음악제를 연다. 독일 프랑스 미국 등 14개국 50개 교향악단의 전·현직 연주자 80여 명이 참가해 네 번의 오케스트라 공연과 두 번의 실내악 공연을 펼치는 대형 프로젝트다.
바이올리니스트 스베틀린 루세브
바이올리니스트 스베틀린 루세브

◆스베틀린 루세브·손열음·시반 마겐…별들의 악단

이번 프로젝트 악단에 참가하는 연주자 면면을 보면 드림팀으로 불린 ‘2018 PFO’ 못지않다는 평가다. 서울시향과 스위스 로망드 오케스트라 악장을 지낸 스베틀린 루세브와 플로린 일리에스쿠(프랑크푸르트 방송교향악단), 조윤진(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이 바이올린 파트, 루크 터렐(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헝웨이 황(밴쿠버 심포니), 랄프 시게티(리에쥬 왕립 오케스트라)가 비올라 파트를 이끈다. 김두민과 노부스콰르텟 전 멤버인 문웅휘(독일 코부르크 극장 오케스트라) 등이 첼로 파트, 부락 말랄리(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볼프강 귄트너(라인란트팔츠 필하모니) 등이 더블베이스 파트를 맡는다.

관악 주자로는 트럼페티스트 알렉상드르 바티(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와 플루니스트 한여진(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올해 서독일방송교향악단 수석으로 발탁된 호르니스트 유해리 등이 눈에 띈다. ‘‘이 시대 최고의 하피스트’로 꼽히는 시반 마겐과 손열음도 2일 라벨의 ‘볼레로’ 공연에서 오케스트라 연주자로 무대에 오른다. 고잉홈프로젝트 사무국장을 맡고 있는 바이올리니스트 박지훈은 “한국을 ‘제2의 고향’처럼 여기는 친한파 아티스트들은 물론 이들과 친분 있는 연주자들이 함께하면서 악단 규모가 커졌다”며 “무대에서 악단보다 연주자들이 돋보이기를 바라는 의미에서 별도의 오케스트라 명칭 없이 공연한다”고 설명했다.

◆지휘자 없이 연주하는 ’봄의 제전‘

이들이 내놓은 프로그램은 다채롭고 파격적이고 참신하다. 먼저 30일과 31일 공연에서 쇼스타코비치의 피아노협주곡 1번(손열음 협연)과 스트라빈스키의 발레곡 ‘봄의 제전’을 지휘자 없이 연주한다. 특히 80여 명의 연주자로 구성되는 대규모 관현악곡인 ‘봄의 제전’을 지휘 없이 연주하는 것은 국내에서 전례를 찾기 힘들다. 박지훈 국장은 “해외에서는 프랑스 악단 레 디소낭스 등이 ‘봄의 제전’을 지휘 없이 연주한 선례가 있다”며 “처음에는 다들 엄두를 내지 못했지만 오랜 논의 과정을 통해 국내에서도 이런 대곡을 연주자들만의 호흡과 역량으로 연주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자고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피아니스트 손열음
피아니스트 손열음
2일 ‘볼레로 : 더 갈라’ 공연의 프로그램 구성도 독특하다. 함경, 유성권, 조윤진, 스베틀린 루세브, 플로린 일리에스쿠 등 14명의 연주자가 각각 독주자로 짧은 곡을 협연한 후 이들을 포함한 약 80명의 연주자가 다 함께 마지막 곡으로 ’볼레로‘(지휘 브누아 윌만)를 연주한다.

실내악 공연도 알차다. 1일에는 쇤베르크의 현악 6중주 ‘정화의 밤’과 모차르트의 관악을 위한 세레나데 ‘그랑 파르티타’, 3일에는 카플레의 하프 5중주 ‘환상적 콩트’, 드보르자크의 피아노 5중주 A장조 등을 들려준다. 4일에는 스페인 출신 거장 후안호 메나의 지휘로 드뷔시의 ‘목신의 오후에의 전주곡’,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호른 협주곡 1번(협연 김홍박), 브루크너의 교향곡 6번을 연주하며 엿새간의 음악 향연을 마무리한다.

박 국장은 “이번 음악제를 시작으로 연간 네 차례 공연을 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며 “앞으로는 다음 세대를 위한 멘토링 프로그램 등도 병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송태형 문화선임기자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