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은 일상을 양분하는 핵심 공간이다. 누구에게나 중요하기에, 서비스 선택이 쉽지 않다. 10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부동산 중개 시장은 오프라인 서비스 영역이 절대적 비중을 차지했다. 직접 살아갈 집의 정보를 웹이나 모바일에서 소개받는다는 개념은 낯설 수 밖에 없었다. 정보는 제한되어 있고, 자신에게 딱 맞는 방을 찾으려면 ‘발품’이 필수라는 사고관이 시장과 소비자를 옥죄고 있었다.

2012년 원룸 매물 중개 서비스로 시작한 직방에 마케팅 방안 수립은 생존 전략과도 같았다. 우선 기존 시스템에 익숙한 불특정 다수의 소비자에게 서비스를 알리고 사용하도록 설득해야 했다. 플랫폼 자체가 빌라·아파트·오피스텔 등 잠재적으로 확장해야 할 서비스 분야가 넓기도 했다. 갖가지 주거 형태를 직방 플랫폼의 특징인 정보기술(IT)을 기반으로 소개하려면 자연스러운 인지 유도가 필수적이었다.

현재 직방은 소비자들 사이에서 완전히 자리 잡은 상태다. 2020년 매출액은 전년 대비 10.3% 늘어난 458억원을 기록했고, 지난해엔 21.8% 성장한 558억원을 달성했다. 지난해 7월에는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 스타트업을 뜻하는 ‘유니콘 기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국내 12번째 업체로 이름을 올렸다. 지난 6월 1000억원의 추가 투자를 유치할 때 인정받은 기업가치는 2조5000억원 상당이다.

성장을 이끈 직방 브랜드마케팅팀의 비결은 ‘3C 마케팅 전략’에 있다. 부동산 분야 유명 인플루언서와 배우 등 다양한 콜라보레이션(Collaboration) 콘텐츠 제작을 통해 소비자와 소통했고, 타깃 소비자층을 세분화한(Core-Targeting) 옥외광고, PPL 등을 진행했다. 또 빅데이터랩 등 전문적인 부동산 콘텐츠(Contents)를 제작해 브랜드 신뢰도를 강화했다. 3C 마케팅 전략은 결국 직방을 유니콘 기업으로 만드는 기반이 됐다.

상황 1 원룸에 고정된 이미지
도전 1 영상 콘텐츠로 아파트 겨냥

직방은 원룸 매물 중개 앱으로 시장에 이름을 알렸지만, 2016년부터 곧 기업 이미지가 고착화됐다는 지적을 받게 된다. 당시 아파트 중개 서비스와 3차원(3D) 단지 투어 등 여러 신규 서비스를 론칭했지만, 장기간 굳어진 이미지를 바꾸기는 쉽지 않았다.

직방은 영상 콘텐츠에 힘을 싣기 시작했다. 유튜브 채널 ‘직방TV’를 통해 부동산 분야 인플루언서들과 협업 체계를 꾸렸다. ‘신사임당’ ‘부동산 읽어주는 남자’ 등 부동산 분야 유튜버들을 섭외해 투자 자산으로서의 아파트 콘텐츠를 전문적으로 다뤘다. 아파트 중개 시장에 대한 관심을 환기하는 것은 물론, 자연스럽게 직방의 브랜드 이미지를 원룸 이외 주거 형태와 연결되도록 콘텐츠 방향을 집중했다.
구글 주최 마케팅 행사 ‘Google Think Apps 2022’에서 소개된 직방 유튜브 채널 '직방TV' 콘텐츠. 직방 제공.
구글 주최 마케팅 행사 ‘Google Think Apps 2022’에서 소개된 직방 유튜브 채널 '직방TV' 콘텐츠. 직방 제공.
트렌드 읽기에도 노력했다. "청담동 아파트 그때 살걸"이란 한탄으로 당시 인기를 모았던 배우 김광규와 예능 프로그램 ‘부린이 탈출기’를 제작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유튜버 ‘놀라운 부동산’과 협업한 고급주택 탐방기 ‘부슐랭가이드’ 시리즈는 최고 조회수 380만 회를 기록하기도 했다. 소비자 반응 추적도 병행했다. 어떤 제목이나 썸네일 디자인이 유효한지, 시간대별 시청률 추이와 이탈 시점은 어떤 패턴을 그리는지 데이터 관점에서 분석했다.

브랜드 이미지 제고의 시발점이 된 ‘직방TV’ 채널은 44만 구독자를 달성한 상태다. 최근에는 구글이 주최하는 마케팅 행사 ‘Google Think Apps 2022’ 세션에서 사용자 유입 모범 사례로 뽑혀 소개되기도 했다. 브랜드 이미지 제고 효과는 수치로도 확인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12월 직방TV 구독자 대상 설문조사 결과, 콘텐츠 시청 후 서비스 이용 경험을 가진 응답자 비율은 42.6%에 달했다. 응답자 56.7%는 직방TV 콘텐츠 시청 후 직방 브랜드에 대한 이미지가 긍정적으로 바뀌었다고 답했다.

상황 2 오프라인에 익숙한 소비자
도전 2 간접 경험 집중한 '타깃 PPL'

직방의 숙원 과제는 오프라인에 집중된 중개 시장의 전환이었다. 특히 아파트는 고가의 재화임에도 불구하고 소비자에게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평가받을 정도로 주어지는 정보가 적었다. 직방은 3D 단지 투어 등 새로운 기술로 플랫폼에서도 집을 구할 수 있다는 점을 부각하려 했지만, 사용자들이 이런 경험에 익숙하지 않은 점이 난관이었다. 기존에 없던 IT 서비스를 만들고도 활용이 쉽지 않았다.

유입시킬 사용자층을 좁힌 전략이 유효했다. 직방은 우선 집을 구하는 사용자들이 관심 있을 TV 프로그램을 선택해 PPL 광고를 집행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MBC 예능 프로그램 ‘구해줘 홈즈’와의 협업이다. 부동산 관련 프로그램에서 자연스럽게 비대면 중개 서비스와 3D 단지 투어 기능을 소개한 것이다.
MBC 예능 프로그램 '구해줘 홈즈'는 집을 찾는 실수요자를 대상으로 집을 소개한다. 직방과의 PPL 협업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사진=MBC
MBC 예능 프로그램 '구해줘 홈즈'는 집을 찾는 실수요자를 대상으로 집을 소개한다. 직방과의 PPL 협업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사진=MBC
각 에피소드별로 구하려는 집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도록 PPL을 기획했다. 시청자들에게 거부감 없는 노출을 진행하는 데 방점을 뒀다. 집을 구하려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기획한 광고는 실사용자를 빠르게 늘렸다. 지난 10일 구해줘 홈즈 164회에서는 개그우먼 조혜련, 이경실 등이 직방 앱의 3D 단지 투어와 실제 매물의 이미지를 비교하며 감탄하는 모습이 방송됐다.

당시 실시간 앱 유입자 수는 직전 주 대비 6000회 이상 증가했으며, 앱 다운로드 수도 같은 기간 138% 급증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선 시청자들이 자체적으로 3D 단지 투어 서비스를 묻고 답하는 ‘오가닉 반응(특정 웹사이트 등에 검색으로 사용자가 유입되는 형태)’이 확인되기도 했다. 집을 구하는 사람들끼리 공감대를 형성시키고, 수요가 높은 정보들을 자연스럽게 노출하려던 전략이 효과를 거둔 셈이다.

상황 3 ‘프롭테크’를 향한 낯선 믿음
도전 3 전문 조직 신설 등 역량 제고

안성우 직방 대표. / 자료=한경DB
안성우 직방 대표. / 자료=한경DB
직방은 빅데이터 기반 프롭테크(부동산과 기술의 합성어) 스타트업이란 이미지를 강조한다. 창업 아이템이 정보의 비대칭성을 파고들며 시작됐고, 소비자에게 기존 중개 방식보다 나은 효용을 강조하기 위해선 전문성과 신뢰성이 근간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직방은 빅데이터랩을 운영하고 있다. 부동산 시장의 전 분야를 분석하는 전문 조직이다. 부동산 가격, 공급과 거래량, 분양 및 제도 등을 아우르는 분석 자료를 매주 1회 정기 배포하고 있다. 지난 2018년 신설된 해당 조직은 함영진 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이 이끌고 있다. 현재까지 배포된 내용은 220회가 넘는다.

쌓아온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B2B 대상 전문 부동산 통계 솔루션 ‘직방 RED’를 론칭하기도 했다. 프롭테크 전문 기업의 이미지를 굳히기 위해서다. 직방 이용자 정보를 활용해 시각화 데이터를 구현하고, 아파트 가격 변동 등을 알아보기 쉽게 제공해 흐름을 파악할 수 있도록 돕는다. 데이터 시각화 전문회사 태블로의 기술도 적용해 건설과 금융 분야 기업들의 수익성 강화를 지원한다는 목표도 내걸었다.

전문성 중심 브랜드 이미지 제고는 지속해서 이어갈 전략이다. 새로운 IT 서비스의 효용을 늘리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직방 앱이나 호갱노노 앱의 이용자 분석, 아파트 청약 결과 사전 예측 등 다양한 데이터와 프로그램도 개발한다는 방침이다.

■ 마케터를 위한 포인트

직방의 사업모델은 결국 부동산 정보의 비대칭성을 해소하고자 하는 수요 포착에서 출발했다. 사용자 입장에선 큰 자산이 움직이는 일이며, 편의성을 누리고 싶지만, 불안감 탓에 비효율적 정보 탐색이 이뤄질 수 있는 점이 특징인 시장이다.

직방 마케팅의 초점은 잠재 고객을 늘리면서도, 사용자들에게 안정감을 주려는 전략에 집중돼 있다. 광고와 캠페인 등을 집행할 때도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는 형태, 공감을 자아낼 수 있는 내용을 강조한다. 예능 프로그램을 통한 PPL과 같은 간접 경험을 내세우는 이유도 플랫폼 내부에서 정확한 정보 처리가 가능할 수 있다는 확신을 심는 과정이다.

직방TV 등 트렌드 성 콘텐츠로 서비스를 경험하도록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진출하고자 하는 분야 실수요층 타깃에 신뢰를 심고, 부동산 저관여 고객까지 브랜드 이미지를 알리려는 의도는 전통 부동산 거래 방식을 전환하기 위해 벌어지는 일련의 움직임이다.

직방은 현재 올해 하반기를 목표로 브랜드 리뉴얼 작업이 한창이다. 최근 삼성SDS 홈 IoT 사업 부문을 인수하며 주거 종합 플랫폼으로서 사업 포트폴리오를 넓히려는 방향성이 나타나기도 했다. 이는 새로운 IT 서비스가 지속해서 접목될 것이란 뜻이기도 한데, 사용자의 신뢰가 사전 확보된다면 확장 속도는 더욱 빨라질 수 있다.

전덕 직방 브랜드실 리드는 “직방의 마케팅은 진정성을 더 많은 소비자가 경험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목표가 있다”며 “직방이 하반기에 선보일 새 브랜드와 ‘우리 집 내놓기’ 서비스, 홈 IoT 사업도 이런 전략을 담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시은 기자

■ 전문가 코멘트


□ 천성용 단국대 교수

소비자들이 문제를 인식하면 자연스럽게 “정보 탐색(Information Search)” 단계로 넘어간다. 다시 말해 소비자들은 자신의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는 다양한 대안을 찾아 나선다.

정보 탐색에는 크게 내적 탐색외적 탐색이 있다. 내적 탐색은 보통 저관여 제품 구매 상황에서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당면한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수단을 소비자의 기억에서 찾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음료수, 아이스크림 등을 구매할 때 소비자들은 과거 자신의 직접 경험, 혹은 기억에 남아있는 TV 광고 내용 등을 토대로 몇 가지 대안을 떠올린다. 이후 특별한 문제가 없으면 기억 속에 떠오른 브랜드들 중에서 최종 제품을 선택한다.

그런데 고관여 제품의 경우 내적 탐색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때가 많다. 고관여 제품의 특성상 일반적으로 매우 비싸고 나에게 중요한 선택일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 때 소비자들은 관련된 정보에 노출될 때마다 상당한 주의를 기울이거나, 적극적으로 추가 정보를 찾아 나선다.

예를 들어, 부동산을 구매하거나 고가의 자동차 등을 구매할 때 다른 소비자의 온라인 리뷰를 적극 검색하고, 심지어 직접 발품을 팔아 정보를 수집한다. 마케팅에서는 이를 “외적 탐색”이라고 한다.

직방은 이러한 소비자의 정보 탐색, 특별히 “외적 탐색” 과정을 편리한 온라인 플랫폼 서비스로 해결해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각종 부동산 매물 검색은 당장 부동산 구매 니즈가 있는 소비자의 능동적 탐색(active information search)을 도와주며, ‘부동산 읽어주는 남자’, ‘부린이 탈출기’, ‘부슐랭가이드’, ‘재개발의 신’, ‘절세의 신’ 등의 직방TV 콘텐츠는 평소 부동산 투자에 관심이 많은 소비자의 계속적 탐색(ongoing search) 과정을 돕고 있다.

직방은 이 과정에서 초기에는 원룸 매물 중개에 집중했고, 이후 TV 예능 프로그램 등과의 협업을 통해 일반 소비자들의 인지도를 올려 전체 부동산 관련 서비스로 확장하고 있다. 이는 오프라인 부동산 거래에 익숙한 기존 소비자들이 새로운 혁신을 받아들이는 과정, 즉 혁신의 확산(diffusion of innovation)을 잘 이해한 마케팅 전략이었다고 판단한다.

오랜 기간 기존 서비스에 익숙한 소비자들을 갑자기 새로운 혁신 서비스로 유도하는 것은 언제나 쉽지 않다. 이때 직방과 같이 우선 작은 성공 사례를 만든 후 주류시장(main stream) 소비자에게 순차적으로 접근하는 것은 매우 효과적이다.

다만, 현재 대부분의 온라인 중개 플랫폼들이 부동산 정보 유통에 기반한 광고 수익 중심 비즈니스 모델이라는 점은 다소 아쉽다. 앞으로는 보다 적극적인 혁신을 통해 과거 부동산 시장에 없었던 진정한 channel innovator가 되길 기대한다.
□ 최현자 서울대 교수

프롭테크는 부동산(property)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다. 부동산 데이터를 이용해 사업을 하는 기업이나, 부동산 관련 서비스를 디지털화한 기업 등이 이에 해당한다. 숙박 공유 서비스를 제공하는 에어비앤비, 미국 부동산 정보 제공 사이트인 질로우 등이 유명한 프롭테크 기업이다.

프롭테크의 대표적인 사업 분야는 부동산 매매와 임대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직방이 바로 그런 사업을 하는 프롭테크 기업이다.

직방은 전형적인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 기업이기도 하다.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은 전통적인 파이프라인 모델과 대비된다. 파이프라인 모델은 원자재를 가공해서 완제품을 생산하고 그것을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것이다. 파이프라인 모델에서는 생산할 수 있는 완제품 규모가 상대할 수 있는 소비자의 규모와 직결된다.

이와 달리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은 플랫폼 안에서 소비자, 생산자, 그리고 플랫폼 서비스 공급자 간 관계를 통해 가치가 만들어지며 이용자 수를 늘리는데 파이프라인 모델에서 처럼 구조적인 한계가 존재하지 않는다.

직방은 초기에 부동산 시장을 많이 접해보지 못한 대학생이나 사회초년생 같은 임차인이 많은 원룸 시장을 공략했다. 원룸 특성상 임차인은 익숙하지 않은 지역의 물건을 확인해야 하는데, 직방은 임차인이 발품을 팔지 않고도 스마트폰으로 원룸 내부를 볼 수 있게 함으로써 플랫폼에 많은 임차인을 끌어들였다. 임차인이 많아지다 보니 매물을 등록하는 공급자가 증가하는 ‘크로스 사이드(Cross-side) 네트워크 효과’가 강해졌다.

직방의 성공은 부동산 중개 형태를 변화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전통적인 오프라인 중심 부동산 중개에서는, 부동산 중개소에 대한 평판과 매물에 대한 공론화된 평가의 장이 가능하지 않았다. 직방은 플랫폼 서비스를 통해 이러한 장을 제공했고 적어도 원룸 시장에서는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케이스스터디 기사가 소개한 것처럼 직방은 원룸에 고정된 이미지를 넘어 아파트, 그리고 더 넓은 부동산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아파트 중개 시장에서도 원룸 시장에서와 같은 변화를 만들어낸다면 그것은 부동산 중개 시장의 판을 뒤흔드는 일이 될 것이다.

직방의 이러한 시도들이 기존 부동산 중개서비스의 질을 향상 시키는 부가적인 기능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가지게 된다. 고객중심의 마케팅 전략이 시장에 가져다 주는 바람직한 부가가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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