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초실종'과 닮은 피살 공무원 사건…'기록 삭제' 판단이 관건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2013년 '정상회담 회의록 폐기' 사건과 수사 전개·대상 등 비슷
'원본은 그대로' 당사자 해명도 유사…檢, '윗선 지시' 규명하나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이 정보기관의 기록 삭제 의혹으로 확대되면서 과거 '사초 실종' 논란을 일으킨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폐기 사건과 유사한 흐름으로 전개되고 있다
사건의 진행과 수사 대상, 당사자들의 해명까지 닮은 부분이 많은 만큼, 향후 검찰의 수사 역시 과거와 비슷하게 진행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 회의록 유출서 시작된 '사초 실종'…'서해 공무원 사건' 전개도 비슷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사초 실종' 사건의 시작은 18대 대통령 선거를 앞둔 2012년 10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정문헌 당시 새누리당 의원은 통일부 국정감사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 당시 서해북방한계선(NLL) 포기 발언을 했다"고 주장했다.
야당이었던 민주당은 정 전 의원이 허위 주장을 하고 있다며 반발했고, 그를 정상회담 회의록 유출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진실 공방은 대선 이후에도 계속됐다.
결국 국회는 여야 합의로 대통령기록관에 보관된 회의록 열람을 시도했지만, 회의록을 찾는 데 실패했다.
이에 새누리당은 '사초'에 해당하는 회의록이 폐기나 은닉됐을 가능성을 제시하며 2013년 7월 참여정부 관계자들을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회의록을 찾기 위해 대통령기록관을 압수수색했지만, 91일간의 대대적인 수색에도 회의록을 발견하지 못했다.
대신 노 전 대통령이 퇴임 직전 봉하 사저로 복사해간 청와대 문서관리시스템 '이지원(e-知園)'에서 회의록 초본이 삭제된 흔적을 발견했다.
회의록 유출에서 시작된 사건이 '사초 실종·삭제' 의혹으로 번진 것이다.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역시 비슷한 흐름으로 전개되고 있다.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대준씨는 2020년 9월 21일 서해 소연평도 부근에서 실종된 뒤 북한군의 총격을 받아 숨졌다.
사건을 조사한 해경과 국방부는 대북 특수정보(SI) 등을 통해 이씨가 자진 월북을 시도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 출범 후인 지난달 16일 해경과 국방부는 "실종 공무원의 자진 월북을 입증할 수 없었다"며 돌연 기존 입장을 번복했다.
유족 측은 문재인 정부 청와대 인사들을 연이어 고발하며 검찰이 대통령기록관을 압수수색해 당시 청와대 회의록 등의 자료를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월북 판단을 둘러싼 진실 공방에서 시작된 사건은 국정원의 고발로 국면 전환을 맞이했다.
국정원은 자체 조사를 통해 박지원 전 원장이 이씨 사건과 관련해 국정원이 생산한 보고서를 삭제하라고 지시한 정황이 있다며 그를 검찰에 고발했다.
동시에 국방부가 군사통합정보처리체계(MIMS·밈스)에 올라온 사건 관련 기밀 정보를 삭제한 사실도 드러나면서 정부 기관의 전방위적인 '기록 삭제 의혹'으로 사건이 확대됐다.
◇ 당사자 해명도 유사…'삭제 불가능'·'원본 남아있어'
의혹 당사자들의 해명 역시 유사한 부분이 많다.
'사초 실종' 의혹 초기 참여정부 인사들은 회의록을 폐기한 사실이 없으며, 단순한 메모까지도 문서관리 시스템에 기록으로 남기 때문에 삭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는 이대준씨 사건과 관련한 첩보나 보고서를 삭제한 사실이 없으며, 모든 기록이 국정원 메인 서버에 남기 때문에 삭제를 지시할 이유도 없다는 박지원 전 원장의 해명과 닮았다.
참여정부 인사들은 이후 검찰 수사를 통해 회의록 초본 삭제가 사실로 드러나자 '같은 회의록이 국정원에 남아있으니 삭제가 아니다'라는 취지로 진술을 바꿨다.
삭제 회의록이 정식 회의록을 만들기 위한 녹취록에 불과하며, 최종 완성본이 만들어지면 사용 가치가 없어 폐기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주장도 펼쳤다.
이번 사건에서도 군은 이씨 사건과 관련한 감청 내용 등 정보 원본이 삭제된 건 아니며, 밈스 내 민감한 정보가 직접 관련 없는 부대에까지 전파되지 않도록 조치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처럼 두 사건의 쟁점과 전개 양상에 유사한 부분이 많은 만큼, 향후 검찰 수사 역시 비슷한 흐름으로 전개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앞서 '사초 실종' 의혹 수사팀은 참여정부 인사들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를 통해 청와대 참모들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역사적 기록물로 보존돼야 하는 정상회담 회의록을 무단 삭제한 것으로 결론내렸다.
이에 회의록 생산·보존 책임자인 백종천 전 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과 조명균 전 통일외교안보정책비서관을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및 공용전자기록 손상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이들의 재판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1·2심은 삭제된 회의록을 대통령기록물로 볼 수 없다는 피고인 측 주장을 받아들여 무죄를 선고했지만, 대법원은 이를 뒤집고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 했다.
파기환송심은 이들에게 유죄를 선고했으나, 피고인 측이 상고하면서 사건은 대법원 심리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원본은 그대로' 당사자 해명도 유사…檢, '윗선 지시' 규명하나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이 정보기관의 기록 삭제 의혹으로 확대되면서 과거 '사초 실종' 논란을 일으킨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폐기 사건과 유사한 흐름으로 전개되고 있다
사건의 진행과 수사 대상, 당사자들의 해명까지 닮은 부분이 많은 만큼, 향후 검찰의 수사 역시 과거와 비슷하게 진행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 회의록 유출서 시작된 '사초 실종'…'서해 공무원 사건' 전개도 비슷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사초 실종' 사건의 시작은 18대 대통령 선거를 앞둔 2012년 10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정문헌 당시 새누리당 의원은 통일부 국정감사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 당시 서해북방한계선(NLL) 포기 발언을 했다"고 주장했다.
야당이었던 민주당은 정 전 의원이 허위 주장을 하고 있다며 반발했고, 그를 정상회담 회의록 유출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진실 공방은 대선 이후에도 계속됐다.
결국 국회는 여야 합의로 대통령기록관에 보관된 회의록 열람을 시도했지만, 회의록을 찾는 데 실패했다.
이에 새누리당은 '사초'에 해당하는 회의록이 폐기나 은닉됐을 가능성을 제시하며 2013년 7월 참여정부 관계자들을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회의록을 찾기 위해 대통령기록관을 압수수색했지만, 91일간의 대대적인 수색에도 회의록을 발견하지 못했다.
대신 노 전 대통령이 퇴임 직전 봉하 사저로 복사해간 청와대 문서관리시스템 '이지원(e-知園)'에서 회의록 초본이 삭제된 흔적을 발견했다.
회의록 유출에서 시작된 사건이 '사초 실종·삭제' 의혹으로 번진 것이다.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역시 비슷한 흐름으로 전개되고 있다.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대준씨는 2020년 9월 21일 서해 소연평도 부근에서 실종된 뒤 북한군의 총격을 받아 숨졌다.
사건을 조사한 해경과 국방부는 대북 특수정보(SI) 등을 통해 이씨가 자진 월북을 시도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 출범 후인 지난달 16일 해경과 국방부는 "실종 공무원의 자진 월북을 입증할 수 없었다"며 돌연 기존 입장을 번복했다.
유족 측은 문재인 정부 청와대 인사들을 연이어 고발하며 검찰이 대통령기록관을 압수수색해 당시 청와대 회의록 등의 자료를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월북 판단을 둘러싼 진실 공방에서 시작된 사건은 국정원의 고발로 국면 전환을 맞이했다.
국정원은 자체 조사를 통해 박지원 전 원장이 이씨 사건과 관련해 국정원이 생산한 보고서를 삭제하라고 지시한 정황이 있다며 그를 검찰에 고발했다.
동시에 국방부가 군사통합정보처리체계(MIMS·밈스)에 올라온 사건 관련 기밀 정보를 삭제한 사실도 드러나면서 정부 기관의 전방위적인 '기록 삭제 의혹'으로 사건이 확대됐다.
◇ 당사자 해명도 유사…'삭제 불가능'·'원본 남아있어'
의혹 당사자들의 해명 역시 유사한 부분이 많다.
'사초 실종' 의혹 초기 참여정부 인사들은 회의록을 폐기한 사실이 없으며, 단순한 메모까지도 문서관리 시스템에 기록으로 남기 때문에 삭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는 이대준씨 사건과 관련한 첩보나 보고서를 삭제한 사실이 없으며, 모든 기록이 국정원 메인 서버에 남기 때문에 삭제를 지시할 이유도 없다는 박지원 전 원장의 해명과 닮았다.
참여정부 인사들은 이후 검찰 수사를 통해 회의록 초본 삭제가 사실로 드러나자 '같은 회의록이 국정원에 남아있으니 삭제가 아니다'라는 취지로 진술을 바꿨다.
삭제 회의록이 정식 회의록을 만들기 위한 녹취록에 불과하며, 최종 완성본이 만들어지면 사용 가치가 없어 폐기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주장도 펼쳤다.
이번 사건에서도 군은 이씨 사건과 관련한 감청 내용 등 정보 원본이 삭제된 건 아니며, 밈스 내 민감한 정보가 직접 관련 없는 부대에까지 전파되지 않도록 조치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처럼 두 사건의 쟁점과 전개 양상에 유사한 부분이 많은 만큼, 향후 검찰 수사 역시 비슷한 흐름으로 전개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앞서 '사초 실종' 의혹 수사팀은 참여정부 인사들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를 통해 청와대 참모들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역사적 기록물로 보존돼야 하는 정상회담 회의록을 무단 삭제한 것으로 결론내렸다.
이에 회의록 생산·보존 책임자인 백종천 전 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과 조명균 전 통일외교안보정책비서관을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및 공용전자기록 손상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이들의 재판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1·2심은 삭제된 회의록을 대통령기록물로 볼 수 없다는 피고인 측 주장을 받아들여 무죄를 선고했지만, 대법원은 이를 뒤집고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 했다.
파기환송심은 이들에게 유죄를 선고했으나, 피고인 측이 상고하면서 사건은 대법원 심리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