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형 인턴에게 고정상여금과 인센티브를 지급하지 않은 것은 ‘차별’이라는 법원 판결이 나와 논란이 예상된다. 정규직 채용 확률이 높고 실제로 정규 근로자와 거의 동일한 업무를 해온 인턴에게 상여금과 성과급도 똑같이 지급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공기관 채용형 인턴에 대한 차별을 인정한 첫 법원 판결이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구지방법원 제12민사부(부장판사 채성호)는 지난달 16일 한국가스공사에 채용형 인턴(2016~2018년)으로 입사한 근로자 280명이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차별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이같이 판단하고 근로자 측 손을 들어줬다.

채용형 인턴은 일정 기간 인턴기간을 거쳐 정식 채용으로 이어지는 고용 형태다. 가스공사의 경우 채용형 인턴들은 3개월의 인턴기간을 거쳐 90%가량이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이들은 채용형 인턴으로 근무한 기간이 재직기간에서 제외되면서 고정상여금과 인센티브 성과급을 받지 못하거나 적게 받았다. 이에 “정규직 근로자와 비교해 차별적 처우를 한 것은 근로기준법 6조와 기간제법 8조 위반”이라며 불법행위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회사 측은 반발했다. “원고 근로자들이 채용형 인턴으로 근무하던 당시 정규직으로 신규 채용된 근로자가 없어서 이들을 비교할 수 없다”며 “비교 대상 근로자로 인정한다고 해도 채용형 인턴의 취지에 비춰보면 성과급을 주지 않은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주장했다.

차별적 처우를 당했음을 인정받으려면 △비교할 수 있는 대상 근로자가 있어야 하고 △차별적 처우가 있으며 △차별하는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경우여야 한다.

법원은 먼저 정규직 근로자와 채용형 인턴을 비교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회사는 “채용형 인턴은 정규직 전환이 보장돼 있지 않고 이직 활동을 배려받는 등 정규직과 다른 지위에 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채용형 인턴과 정규직이 수행하는 업무가 동종·유사한 이상 비교 대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그 근거로 “채용형 인턴은 채용 시점부터 정규직 근로자에 준하는 업무를 수행했다”며 “채용형 인턴 공고 지원자격에도 ‘채용일부터 현업 근무 가능한 자’라고 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바탕으로 채용형 인턴기간에 상응하는 고정상여금을 주지 않은 것이 법에서 금지하는 ‘불리한 처우’라고 판단했다.

차별에 대한 ‘합리적 이유’도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회사 상여금 지급 규정을 보면 조건으로 ‘현재 근무 중일 것’을 요구할 뿐 별도 요건을 정하지 않고 있고, 채용형 인턴의 정규직 전환율도 90%를 넘기고 있다”며 “채용형 인턴에게만 상여금을 지급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인턴으로 근무한 기간을 재직기간에서 제외해 성과급에서 불이익을 준 것 역시 차별적 처우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채용형 인턴 근무기간을 포함해 고정상여금, 인센티브 성과급을 다시 계산하고 부족분을 추가로 지급하라고 판단했다.

이번 판결은 공공기관 채용형 인턴에 대한 차별을 인정한 첫 법원 판단이다. 앞으로 공공기관은 물론 일반 기업들도 이와 비슷한 소송에 휘말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임금 소멸시효는 3년이지만 불법행위(차별) 청구권을 행사했기 때문에 소멸시효도 10년 전까지로 확대된다. 조상욱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최근 불법파견이나 무기계약직, 단시간 근로자 처우 문제를 기존 노동법이 아닌 ‘차별’의 문제로 해결하려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며 “기업 인사담당자들은 이런 흐름을 잘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년 채용을 촉진하고 취업률을 올린다는 차원에서 정부는 공공기관의 채용형 인턴 활용을 적극적으로 유도해왔다.

최진석/곽용희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