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들이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현금이 최근 1년 새 10조원가량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둔화에 따른 제품 판매 부진과 출고 차질 및 원재료값 상승으로 기업의 현금흐름이 나빠진 것이다. 같은 기간 기업들의 영업이익은 14조원가량 늘었지만 이는 회계상 수치일 뿐 이익의 질(質)은 크게 악화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경제신문이 26일 시가총액 기준 상위 50대 기업(금융사 공기업 제외)의 현금흐름표를 전수 분석한 결과 올 1분기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25조7776억원으로, 전년 동기(35조5573억원) 대비 27.5%(9조7796억원) 감소했다.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제조, 판매 등 기업 영업활동을 통해 발생하는 현금의 유출입을 뜻한다. 영업이익과 달리 기업에 실제 유입된 현금 규모로, 이익의 질을 나타내는 핵심 지표로 쓰인다.

같은 기간 50대 기업의 영업이익은 33조2588억원에서 47조6927억원으로 증가했다. 재고자산, 매출채권 등을 통해 비(非)현금성 이익이 증가하면서 장부상 영업이익이 부풀려졌다는 설명이다. HD현대(옛 현대중공업지주) 에쓰오일 CJ제일제당 현대글로비스 등이 영업이익과 영업활동 현금흐름에서 큰 차이를 보였다.

이상호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정책팀장은 “2분기에는 물류대란에 따른 출고 차질과 판매 부진으로 재고가 쌓이고 있다”며 “기업의 현금흐름은 더 악화할 전망”이라고 지적했다. 삼성전자를 제외한 기업들의 올 1분기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15조3245억원으로,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17조6279억원)보다 줄었다.

기업들이 영업활동을 통해 번 현금은 줄어들었지만 금융회사 등에서 빌린 돈은 급증했다. 50대 기업의 재무활동 현금흐름은 2019년 1분기 3조3196억원에서 올 1분기 21조1996억원으로, 여섯 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재무활동 현금흐름은 기업이 자본을 조달하고 상환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현금의 유출입을 뜻한다. 금리 상승기에 접어들면서 기업의 채무 상환 부담이 가중되고 재무구조도 악화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