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 작품 동시 공연은 처음…한국 뮤지컬 세계서도 통해"
“지금 이 순간~.”

맥주 광고에 나오면서 전 국민이 알게 된 이 노래는 원래 인기 뮤지컬 ‘지킬앤하이드’에 나오는 대표 넘버다. 이 ‘국민 송’을 만든 프랭크 와일드혼(63·미국·사진)은 한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뮤지컬 작곡가로 꼽힌다. 중독성 있는 멜로디와 호소력 짙은 전개가 매력 포인트다.

뮤지컬 ‘웃는 남자’ 공연 일정에 맞춰 방한한 와일드혼을 지난 23일 만났다. 그는 “일정이 많아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고 했다. 그의 곡이 담긴 뮤지컬 4편이 국내에서 상연되고 있어서다. 웃는 남자와 지킬앤하이드, ‘마타하리’ ‘데스노트’ 등 뭐 하나 빠지는 게 없는 인기작들이다. 하루평균 7000~8000명의 한국인이 그의 노래가 담긴 작품을 보기 위해 뮤지컬 극장을 찾는다. 그는 “여러 나라에 제 작품이 상연되고 있지만 한 나라에서 동시에 4개나 무대에 오른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했다.

와일드혼이 한국을 처음 찾은 건 지킬앤하이드 초연 때인 2004년이다. 와일드혼은 “한국에서 유독 큰 사랑을 받는 이유에 대해 자주 질문받는데 사실 잘 모르겠다”면서도 “18년간 여러 작품에 참여하면서 한국과 마치 ‘연애’하듯이 감정적인 유대관계가 쌓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아버지가 한국전쟁 참전용사인 것도 한국과 깊은 유대관계를 맺는 데 영향을 준 것 같다”며 “얼마 전에는 한국 사극을 원작으로 한 뮤지컬 제작에도 참여했다”고 덧붙였다.

와일드혼은 한국 뮤지컬 시장은 앞으로 더 크게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프로듀서, 안무, 의상, 무대 디자인 등 한국 뮤지컬 제작진은 다른 나라에 비해 젊고 열정적”이라며 “머지않아 한국 오리지널 작품이 브로드웨이에서 공연되는 날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 뮤지컬 시장이 특이한 건 젊은 관객을 중심으로 강력한 마니아층이 형성돼 있다는 점”이라며 “한 작품을 여러 번 관람하는 20대 관객이 많다는 건 외국과 차별화된 한국 뮤지컬 시장의 특징”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내 뮤지컬 배우도 높게 평가했다. 웃는 남자 시즌3에서 주인공(그윈플렌)을 맡은 배우 박효신에 대해 “지난 시즌보다 훨씬 성숙해졌다”며 “목소리에 담긴 영혼과 열정, 목소리 톤의 아름다움은 ‘월드 스타’ 수준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가장 좋아하는 목소리를 가진 배우들이 어디에 있냐고 물어보면 언제나 ‘한국’이라고 답해왔다”며 “방탄소년단(BTS) 뷔가 ‘지금 이 순간'을 부르는 것을 봤는데 지킬앤하이드의지킬 역할로 탐이 났다”고 말했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