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 정상 규탄 쇄도…"개인 결정권 뺏지 말아야"
英총리 "낙태권 폐기는 큰 후퇴"…우방한테도 비난받는 미국
미국 연방대법원의 '낙태권 보장 판례' 폐기 결정에 대해 서방 각국 지도자들이 후진적 행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25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24일 르완다 키갈리에서 열린 영연방 정상회의 기자회견에서 "나는 이것을 큰 후퇴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존슨 총리는 "나는 언제나 여성의 선택권을 믿어왔고 그러한 시각을 견지해 왔다.

그게 바로 영국이 그런 법을 가진 이유"라고 강조했다.

스코틀랜드 자치정부 수반인 니컬라 스터전 스코틀랜드국민당(SNP) 대표도 이번 판결에 대해 "내가 살아오는 동안 여성 인권과 관련해 가장 어두운 날 중 하나"라면서 "이는 여타 국가들에서도 낙태 반대, 반(反)여성 세력을 대담하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는 25일 성명을 내고 미 대법원 판결은 "여성이 자신의 몸에 대한 결정을 내릴 기본권을 박탈한 것"이라고 규탄했다.

그는 이를 보고 "믿을 수 없을 만큼 마음이 상했다"면서 "뉴질랜드에선 최근 낙태를 비(非)범죄화해 낙태를 형사상 사안이 아닌 보건 사안으로 취급하는 입법이 이뤄졌다"고 양국의 행보를 대조했다.

英총리 "낙태권 폐기는 큰 후퇴"…우방한테도 비난받는 미국
아던 총리는 "개인적 신념으로 다른 이의 자기 결정권을 빼앗아선 안 된다"면서 "여성과 소녀가 수많은 시험대에 직면해 있고, 씨름해야 할 문제가 그렇게 많은 상황에서 우리는 같은 싸움을 반복하며 후퇴하는 게 아니라 전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트위터에 "낙태는 모든 여성의 기본 권리로 반드시 보호돼야 한다"고 썼고, 캐나다의 쥐스탱 트뤼도 총리도 "미국서 전해진 뉴스는 끔찍하다"고 충격을 표했다.

줄리아 길라드 호주 전 총리는 여성들에게 스스로 권리를 지키기 위한 투쟁을 이어갈 것을 촉구했다.

그는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부인 미셸 오바마 여사가 이번 판결에 "마음이 아프다"고 남긴 트윗을 리트윗하기도 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은 트위터를 통해 "이는 여성의 권리와 의료 접근을 모두 축소한 것"이라면서 "우려되고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밖에 유엔인구기금(UNFPA)도 성명을 내고 낙태를 제한하거나 금지할 경우 임신부의 건강과 생명이 심각하게 위협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英총리 "낙태권 폐기는 큰 후퇴"…우방한테도 비난받는 미국
UNFPA는 지금도 전 세계에서 이뤄지는 낙태 행위의 45%가 안전하지 못한 방식으로 진행된다면서 "낙태에 대한 접근이 더욱 제한될 경우 전세계에서 안전하지 못한 낙태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첼 바첼레트 유엔 인권 최고대표는 성명에서 이번 판결을 "여성 인권과 성평등에 있어 큰 타격"으로 규정했다.

다만, 전통적으로 낙태에 반대해 온 교황청은 이번 판결을 환영했고, 세계 각국의 낙태 반대 활동가들은 미국의 낙태 제한 움직임을 여타 국가들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르헨티나의 모델 출신 정치인 아말리아 그라나타는 "세계에 정의가 다시 세워졌다.

우리는 아르헨티나에서도 이를 이뤄낼 것"이라고 말했다.

엘살바도르에서 낙태 반대 활동을 해온 사라 랄린은 "이번 판결로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낙태를 금지하는 게 가능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미 연방대법원은 임신 6개월 전의 낙태를 합법화한 '로 대(對) 웨이드' 판결을 24일 공식 폐기했다.

현지 여성 인권단체들은 이번 판결로 미국 50개 주 가운데 절반가량인 26개 주에서 낙태가 사실상 금지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