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기업들이 유휴 원자로 재가동에 찬성하는 비율이 80%를 넘겼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인플레이션(지속적 물가상승)으로 인한 비용 인상 부담을 완화하려는 의도가 반영됐다.

16일 로이터가 닛케이 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월간 조사에 따르면 일본 기업 중 85%가 안전 요건을 충족하면 원자로를 재가동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닛케이 리서치는 지난 1일~10일까지 일본 내 500대 기업(금융업체 제외)을 상대로 설문 조사했다. 240여개 기업이 이에 응답했다.

지난 4월 조사 결과보다 원자로 재가동 찬성파가 늘었다. 당시에는 기업의 60%가 일본 정부의 원자로 재가동을 촉구했다. 기업뿐 아니라 일본 내 여론도 원자로 재가동으로 기울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지난 3월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일본 국민 53%가 원자로 재가동에 찬성했다.

원자력 발전은 여전히 일본에 민감한 사안이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여파가 여전히 남아있다. 일본 정부는 원전 사고가 발생한 뒤로 원자로 40여개 가동을 중단했다. 현재 10개의 원자로만 가동하고 있다.

지난 2월 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진 뒤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자 상황이 달라졌다. 발전 단가가 치솟자 기업들이 원자로 가동을 촉구하고 나선 것. 여기에 엔저(低) 현상이 이어지며 제조원가가 상승했다. 악재가 겹치며 에너지 및 원자재 수입 비용이 끝모르고 상승했다.

일본의 한 펄프업체 최고경영자(CEO)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수소 등 다른 에너지원을 발굴하지 않는 이상 원자로를 재가동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일본 경제는 발전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닛케이 리서치의 조사에 따르면 일본 정부의 또 다른 정책인 ‘외국인 관광 허용’도 찬성파가 다수였다. 일본 기업 중 89%가 외국인의 입국 허용 정책을 반겼다. 내수가 되살아날 거란 기대가 반영된 것.

일본 정부는 지난 10일부터 여행사 단체 관광객 입국을 허용했다. 2년 동안 국경이 통제돼 메마르던 일본 여행업계에 단비 같은 소식이었다. 엔저 현상도 맞물려 일본 관광 상품이 불티나게 팔렸다.

원자로와 달리 코로나19에 관한 우려는 여전했다. 기업 10곳 중 7곳은 입국 허용 정책이 일본 경제에 도움이 될 거라 판단했다. 하지만 기업 중 58%는 국경을 완전히 개방하는 사안은 2023년까지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또한 응답한 기업 중 25%만이 올해 안에 외국인 관광객 수를 평년 수준까지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본의 도자기 생산업체 CEO는 “(개방정책이) 코로나19 재확산을 부추길 수 있다”며 “다만 내수시장이 활성화되는 등 장점이 단점보단 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