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차계약서에 부여 받는 확정일자는 임대차에 있어 빠져서는 안 될 핵심요소 중 하나이다. 주택은 등기소, 공증기관, 읍ㆍ면ㆍ동사무소 등에서, 상가건물은 해당 소재지 관할 세무서에서 확정일자를 받을 수 있다.

확정일자는 증서가 작성된 일자에 완전한 증거력(證據力)을 부여하는 법률상의 일자로 1981년 3월 5일 주택임대차보호법 제정 당시 도입된 대항력, 1983년 12월 30일에 신설된 소액임차인 보증금 일정액 보호(최우선변제)에 이어 1989년 12월 30일에 확정일자제도가 신설됨으로써 주택임차인 보호를 위한 3대 요건이 모두 갖춰지게 되었다. 상가건물 임차인에 대한 확정일자제도는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제정(2001년 12월 29일, 시행은 2002년 11월 1일) 당시 도입되었다.

임대차계약서에 확정일자를 갖춘 임차인은 민사집행법에 따른 경매 또는 국세징수법에 따른 공매를 할 때에 임차주택 또는 임차상가건물(각각 대지를 포함한다)의 환가대금에서 후순위권리자나 그 밖의 채권자보다 우선하여 보증금을 변제받을 권리가 있다. 이를 임차인의 우선변제적 효력 또는 우선변제권이라고 한다.

확정일자를 갖춘 임차인이 우선변제권을 행사하려면 주택은 임차목적물의 인도와 주민등록(상가건물은 사업자등록)이라는 대항요건을 갖추어야 함은 물론이다.

확정일자제도는 임차인이 임차목적물의 보증금에 대하여 제3자에게 대항력을 갖게 하기 위해서는 전세권을 설정해야 하는데 경제적 약자인 임차인이 임대인이 꺼리고 있는 전세권 등기를 요구하기 어려운 실정을 감안하여 임대차목적물의 인도와 주민등록을 한 임차인이 확정일자를 받으면 경매 때 우선순위 배당에 참가하여 후순위 담보물권자보다 우선적으로 보증금을 변제받을 수 있도록 한 제도이다.

이렇듯 확정일자는 임차보증금에 대한 우선변제권 행사의 필수요건이라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지만 경매절차에 있어서 확정일자는 임차인의 대항요건 구비와 대항력 유무에 따라 상당한 위력을 발휘할 수도 있고, 무용의 요식행위에 그칠 수도 있다.

그런데도 경매투자 상담을 하다보면 아직도 임대차계약서에 날인된 확정일자를 잘못 이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확정일자만 받아놓으면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 마냥 착각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확정일자에 대해 일반인들이 갖고 있는 오해로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첫째, 확정일자를 일반 매매나 경ㆍ공매를 불문하고 효력을 갖는 만병통치약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확정일자는 임차주택이 경매나 공매로 매각될 경우에 확정일자로서의 효력을 발휘하는 것이지 일반 매매에 있어서는 아무런 쓸모가 없다. 즉 확정일자는 경ㆍ공매로 임차주택이 매각될 경우 매각대금으로 배당하게 되는 각 채권자의 배당순위를 결정하는데 있어서 그 확정일자보다 후순위의 채권자보다 앞서서 배당을 받을 수 있는 효력을 갖는다.

둘째, 확정일자를 대항력과 같은 것으로 오해하는 사람도 있다. 임차인의 대항력은 임대차계약 체결 후 주민등록(상가건물은 사업자등록)과 임차건물의 인도(점유)를 마무리한, 즉 대항요건을 갖춘 다음날 0시부터 발생하는 것으로 확정일자 구비여부와 상관이 없다. 확정일자는 매각대금에서 배당을 받을 수 있는 요건 중 하나이지 대항력과는 무관하다.

다만 확정일자가 배당순위로서의 효력을 갖기 위해서는 대항요건이 먼저 구비되어야 하므로 주민등록(또는 사업자등록)과 임대차목적물의 인도 전에 임대차계약서에 확정일자를 미리 받는다고 해도 배당순위는 계약서상의 확정일자가 아니라 대항력 발생일을 기준으로 정해진다는 점은 있다. 반대로 대항요건을 먼저 갖추고 나중에 확정일자를 받는 경우에는 확정일자를 부여받은 날을 기준으로 배당순위가 매겨진다는 상관관계 정도는 있다.

셋째, 확정일자를 부여받았다고 해서 경ㆍ공매절차에서 무조건 배당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경ㆍ공매 매각대금으로 임차인이 배당을 받기 위해서는 반드시 법원에 배당요구를 해야 한다.

그것도 배당요구를 아무 때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경매법원이 정한 배당요구기한(통상 경매물건 매각공고가 있기 한달 이전까지로 정해 각 이해관계인에게 통지된다.) 내에 해야 한다. 배당요구기한을 지나서 배당요구를 하면 배당을 받을 수 없다. 물론 매각대금에서 배당을 받을 의사가 없으면 배당요구를 하지 않아도 된다. 임차인이 확정일자를 받았다고 해서 배당요구를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끝으로 임대차계약 연장으로 보증금 증액이 있는 경우 보증금 증액분에 대해 확정일자를 다시 받아야 된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많다. 설령 보증금을 증액한 임대차계약서에 확정일자를 다시 받았다 하더라도 그 사이 다른 권리가 치고 들어온 경우 증액된 보증금의 배당순위는 이들 권리보다 후순위로 밀리게 된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더더욱 많다.

예컨대, 임차인 ‘갑’이 어느 아파트를 보증금 3억 원에 임차하고 2013년 11월 11일 주민등록을 하면서 같은 날 확정일자도 받았다고 하자. 주민등록을 하거나 확정일자를 받을 당시에는 근저당이나 가압류 등 설정된 다른 권리가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에 ‘갑’은 대항력 있는 선순위 임차인의 지위를 확보하고 있는 셈이 된다. 따라서 경매로 매각된다고 해도 전세보증금 3억 원을 우선하여 배당받을 수 있다.

이후 2015년 11월 11일을 전후하여 전세보증금을 5천만 원 인상해주기로 하고 임대차계약을 갱신했을 때 ‘갑’이 증액 보증금 5천만 원에 대한 확정일자를 추가로 받았지만 그 사이 집주인이 어느 은행으로부터 대출받으면서 근저당을 설정했다면 증액된 보증금 5천만 원은 배당순위에서 은행의 근저당채권에 밀리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임차주택이 경매로 매각되면 ‘갑’은 근저당 채권액 규모나 경매 매각가액 여하에 따라 5천만 원 전부 또는 일부를 배당받을 수 없게 된다. 만약 증액 보증금 5천만 원에 대한 확정일자를 받지 않았다면 배당요구기한 내에 배당요구를 했다고 해도 5천만 원을 배당받을 수 없다. 임대차 만료로 인한 재계약 시 보증금 인상이 있는 경우 당초 임대차계약 시점과 재계약 시점 사이에 새로운 권리관계가 설정된 사실이 있는지 잘 살펴봐야 하는 이유다.

이처럼 경매절차에서 임차인의 확정일자는 그 임차인에 대한 우선변제적 효력을 결정짓는 매우 중요한 요소인 만큼 임차인의 확정일자 유무, 확정일자에 기해 배당요구를 했는지, 그로 인해 임차인이 보증금을 배당받을 수 있는지 여부 등을 파악하는 것은 임차인의 대항력을 이해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사안이다. <경매박사 이영진의 '손에 잡히는 경매'(한스미디어, 2018년 4월 출간) 중 일부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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