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트진로 배송을 담당하는 화물차주들의 파업으로 소주 출고가 차질을 빚자 주류도매상 수백 명이 직접 트럭을 끌고 ‘참이슬 조달’에 나섰다.

6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전날 하이트진로의 경기 이천공장에는 500여 대의 주류도매상 차량이 길게 늘어섰다. 이들은 한참을 기다려 하이트진로가 생산해 공장에 쌓아놓은 참이슬, 진로 등 주요 제품을 실어 갔다.

지난 4일에는 700여 대의 도매상 차량이 이천공장을 다녀갔다. 하이트진로 이천공장 관계자는 “트럭이 한꺼번에 몰려 번호표를 나눠주고 순서대로 제품을 내주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현행법상 주류 제조사는 직접 소비자에게 제품을 판매·유통할 수 없다. 주류 유통 시장은 ‘제조사→도매상→소매점→소비자’로 이어지는 구조다. 화물차주 파업에 도매상이 직접 공장으로 제품을 받으러 올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하이트진로의 화물 운송 위탁사인 수양물류 소속 화물차주 130여 명은 지난 3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산하 화물연대에 가입한 이후 파업을 벌이고 있다. 화물차주들의 파업으로 지난달 중순 이후 이천·청주공장의 하루평균 출고 물량은 평소의 59% 수준에 그치고 있다.
하이트진로 이천공장 앞에 소주를 싣고 가려는 도매상 트럭들이 길게 늘어서 있다.  독자 제공
하이트진로 이천공장 앞에 소주를 싣고 가려는 도매상 트럭들이 길게 늘어서 있다. 독자 제공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여름 성수기를 앞두고 최근 주류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출고가 차질을 빚고 있어 도매사뿐 아니라 유통사와 식당 등 자영업자들이 고스란히 피해를 보고 있다”며 “화물연대 파업이 장기화할 것에 대비해 다른 운송업체와의 추가 계약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편의점 미니스톱과 세븐일레븐은 소주 참이슬과 진로의 발주를 제한했다. 화물연대 파업으로 제품 출고에 차질이 빚어졌기 때문이다. 미니스톱은 지난 4일부터 참이슬·진로 발주를 제한했다. 참이슬병(360mL), 참이슬오리지널병(360mL), 진로병(360mL) 등을 점포당 각각 한 박스만 발주할 수 있도록 제한했다. 세븐일레븐도 같은날 참이슬과 진로 제품을 각 한 박스만 발주할 수 있도록 했다.

경찰은 화물연대의 총파업에 엄정 대응할 방침이다. 무관용 원칙에 따라 불법으로 교통방해 운송방해를 하면 운전면허를 취소하고, 업무개시명령에 불응할 경우 화물운송 종사 자격을 취소하기로 했다.

정부는 또 해양수산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 부처와 비상수송대책본부를 꾸려 총파업으로 인한 물류대란을 막을 방침이다. 자치구별로 최대 적재량 8t 이상 일반형 화물차와 견인형 특수자동차를 보유한 차주와 운송업체는 7일 0시부터 허가증을 받으면 유상운송을 할 수 있다. 집단 운송 거부 기간에 10t 이상 사업용 견인형 특수자동차와 자가용 유상운송 허가 차량은 전 구간 고속도로 통행료를 면제받는다.

하수정/이소현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