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기정통부 규제샌드박스로 2023년까지 시범사업 허용
'가족형 오락실' 문화 생길지 주목
'바다이야기' 후 16년만에 규제완화…'점수보상형 아케이드게임'
2006년 한국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바다이야기' 사건은 국내 아케이드 게임(오락실용 게임) 업계에 찬물을 끼얹었다.

'사행성 게임 규제'에 칼을 빼든 정부는 같은해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게임산업법)을 제정하고, 이듬해 법 개정을 통해 1만원 이상의 경품을 제공하는 행위, 게임물 이용을 통해 획득한 결과물을 환전·재매입하는 행위를 전면 금지했다.

오락기에서 나온 경품을 게임장 바깥 환전소에서 돈으로 교환하는 식으로 당국의 규제를 피했던 바다이야기를 '저격'하려고 만든 조항이지만, 이 때문에 건전한 아케이드 게임을 제공하는 오락실에서도 경품 제공이 불가능하게 됐다.

이에 따라 한국은 점수보상형 오락실이 오래전부터 패스트푸드점, 패밀리레스토랑, 놀이공원 등과 결합해 가족형 복합 놀이 공간으로 정착한 미국이나 일본 등의 사례와 정반대 길을 갔다.

변화는 15년만에 생겼다.

지난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신기술서비스심의위원회가 규제유예(규제샌드박스) 제도로 4개 국내 업체에 점수보상형 아케이드 게임(리뎀션 게임) 시범사업을 2년간 허용하면서다.

'바다이야기' 후 16년만에 규제완화…'점수보상형 아케이드게임'
◇ 게임 즐기고 포인트 쌓아 인형·장난감 등과 교환
지난달 말 서울 은평구에 처음 문을 연 점수보상형 아케이드 시범사업장 '짱구게임장'을 기자가 지난 2일 찾아가 봤다.

외관은 번화가에서 찾아볼 수 있는 보통 오락실과 다를 바가 없었지만, 이곳의 아케이드 게임기에는 동전 투입구 대신 카드리더기가 하나씩 붙어 있다는 점이 달랐다.

카운터에서 발급받은 카드에 돈을 충전하고, 점수보상형 게임을 즐긴 뒤 결과에 따라 포인트를 적립할 수 있었다.

게임 종류는 BB탄 사격, 고리 던지기, 농구공 던지기, 핀볼형 게임 등으로 다양했다.

한 판에 1천 원짜리 게임을 하면 결과에 따라 적게는 10포인트부터 많게는 100포인트 넘게 적립할 수 있었다.

이렇게 쌓인 포인트는 매장 한편에 있는 다양한 경품과 교환하는 데 쓸 수 있었다.

인형 열쇠고리가 300포인트, 작은 인형이 500포인트, 큰 인형이나 소형 레고 장난감이 1천∼2천 포인트대다.

2만 포인트가 넘는 고가의 장난감, 주방용품·가전제품 등 실용적인 경품도 있었다.

손재주 없는 기자는 1만 원가량을 쓰고 400포인트 정도만 얻을 수 있었지만, 자신 있는 게임 위주로 공략한다면 더 많은 포인트를 노려볼 만했다.

2층과 지하 1층에는 포인트 적립이 되지 않는 일반적인 아케이드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었다.

같은 건물에 당구장과 코인 노래방, PC방도 영업을 준비하고 있었다.

'바다이야기' 후 16년만에 규제완화…'점수보상형 아케이드게임'
◇ 2023년까지 시범운영…새로운 '가족형 오락실' 문화 생길까
정부는 2023년까지 점수보상형 게임의 운영 환경과 안전성, 이용자들의 만족도 등을 시범운영을 통해 검증하고 추후 규제개혁 논의 과정에 반영할 방침이다.

시범사업자와 아케이드 게임 공급 업체들은 지난달 경기 고양시에서 열린 게임쇼 '플레이엑스포'에 참가해 점수보상형 게임을 선보인 바 있다.

'짱구게임장' 운영사인 '영배' 관계자는 "다양한 놀이 시설과 연계해서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놀이 공간을 지향하고 있다"면서 "기존 아케이드 게임과 점수보상 시스템을 연동하거나, 지역사회 상권에서 포인트를 쓸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포인트 충전, 적립, 경품 교환 내역을 투명하게 전산에 기록하는 만큼 사행성 게임으로 변질될 가능성은 없다"고 강조했다.

아케이드 게임기 수입·제조업체 '유니아나' 관계자는 "그간 국내 업체들은 우수한 점수보상형 게임을 만들어 해외로 수출하면서도, 자국에서는 테스트할 수 없었다"면서 "규제가 완화될 경우 그간 코로나19로 위축됐던 국내 아케이드 게임 시장의 지평도 넓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