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폭력 쟁점에 상반된 판단…"부인하고 피해자 뒤바꾸기 전략 배심원에 먹혀"
TV로 생중계되며 여론재판 양상…온라인서 뎁에 우호적 분위기 영향 가능성
영국서 패소한 조니 뎁, 美서 웃은 이유…"배심원제·여론" 분분
할리우드 스타 조니 뎁(58)이 전처 앰버 허드(36)와 가정 폭력 문제로 영국과 미국 법원에 제기한 소송에서 상반된 결과가 나오자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가해자로 지목된 뎁은 영국 소송에서 패했지만 미국 법원에 낸 소송에서는 승리했다.

두 재판은 뎁이 이혼하기 전까지 허드에게 폭력을 행사했다는 논란을 둘러싼 명예훼손 소송인 동시에 뎁의 폭력 행사 여부가 쟁점이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뎁은 영국 대중지 더선이 2018년 4월 기사에서 자신을 '아내 폭행범'으로 묘사했다는 이유로 더선을 상대로 명예훼손 소송을 냈지만 패소했다.

법원은 증인으로 출석한 허드가 주장한 14건의 폭행 중 12건이 인정된다면서 "기사가 대체로 사실이라는 점을 보여줬다"고 판단했다.

뎁은 미국에서 제기한 소송에서는 허드가 2018년 워싱턴포스트(WP) 기고문에서 허드를 '가정폭력을 대변하는 공인'이라고 묘사해 자신을 가해자로 지칭한 듯한 표현을 문제 삼았다.

재판 결과는 허드의 명예훼손이 인정된다면서 뎁에게 1천500만 달러를 배상하라는 배심원 평결로 이어졌다.

물론 허드는 뎁 변호인의 '거잿말쟁이' 표현을 문제 삼은 맞소송에서 200만 달러 배상 평결을 받긴 했다.

하지만, 뎁이 "배심원이 내 삶을 돌려줬다"고 반기고 허드가 매우 실망스럽다고 반응한 데서 보듯 뎁의 승리라는 게 중론이다.

이처럼 비슷한 쟁점에서 양국 법원의 판결이 갈린 것을 두고 외신은 재판방식의 차이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영국은 판사가 심리를 진행한 반면 미국은 7명의 시민이 판단하는 배심원단 재판이었다.

영국서 패소한 조니 뎁, 美서 웃은 이유…"배심원제·여론" 분분
미디어법 전문인 마크 스티븐스 변호사는 뎁의 변호인단이 DARVO(deny, attack, and reverse victim and offender)라는 전략을 취했는데, 이 전략이 양국 법정에서 서로 다른 효과를 냈다고 분석했다고 영국 BBC방송이 전했다.

DARVO는 '부인하고 공격하기, 그리고 피해자와 가해자를 뒤바꾸기'라는 영어 단어의 첫 글자를 딴 말로, 성폭력이나 가정폭력 소송에서 종종 채택되는 전략이다.

실제로 가정 폭력과 학대에 시달렸다는 허드의 증언에 맞서 뎁은 재판 내내 폭력행위가 없었고 오히려 자신이 피해자였다고 줄기차게 주장했다.

스티븐스는 변호사와 판사는 DARVO 전략에 잘 속지 않는 경향이 있고, 실제로 영국의 판사는 뎁의 폭행과 직접 관련되지 않은 많은 증거를 배척했다고 말했다.

반면 법률 전문가가 아닌 배심원에 대해선 DARVO 전략이 매우 효과적이고, 특히 남성들이 이 주장을 더 잘 믿는 경향이 있다는 게 스티븐스의 설명이다.

허드의 변호인조차 "법정에서 허용돼선 안 되는 많은 것들이 허용됐고, 이것이 배심원들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다"고 언급할 정도다.

미국의 심리가 여론재판 양상으로 흐른 것도 요인으로 꼽힌다.

이 소송은 영국에서도 대대적인 보도가 이뤄졌지만, 미국의 경우 재판 자체가 아예 생방송으로 대중에 공개됐다.

두 소송을 취재한 영국 가디언의 기자는 미국 재판이 TV로 방송되면서 사건이 거의 스포츠 게임으로 변모했다고 꼬집었다.

영국서 패소한 조니 뎁, 美서 웃은 이유…"배심원제·여론" 분분
미국 재판 당시 소셜미디어(SNS) 여론은 뎁에게 유리했던 것으로 보인다.

일례로 '뎁을 위한 정의'라는 해시태그는 틱톡에서 190억 건의 조회 수를 올렸지만, '허드를 위한 정의'라는 해시태그는 6천900만 조회 수에 그쳤다.

마이애미 로스쿨의 매리 앤 프랭크가 "디지털 시대의 마녀 재판"이라고 촌평할 정도다.

법원에 나온 팬들의 규모 역시 뎁을 옹호하는 이들이 훨씬 더 많았다는 게 외신의 보도다.

WP는 배심원단은 언론 기사를 읽지 말도록 명령받았지만 이들이 재판 내내 따로 격리되진 않았다고 지적했다.

언론 보도나 사회적 분위기에 영향을 받았을 수 있다는 취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