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 일본 3국의 외교 장관이 지난 27일 북한의 최근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규탄과 협상 복귀를 촉구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한·미·일 3국 장관이 회의의 결과물이 아니라 공동성명 형태만으로 입장을 밝힌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한·일 방문 이후 3국 간 안보 협력이 강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좋은 예다.

문재인 정부 시절 2017년 9월 북한이 6차 핵실험을 비롯해 탄도미사일 발사 등 무수한 도발을 자행했음에도 불구하고 3국 외교 장관의 대북 공동성명은 단 한 차례밖에 없었다. 지난 2월 미국 하와이에서 3국 장관 회의 뒤 나온 공동성명이 유일하다. 이것만으로도 지난 5년간 ‘외교 실종’의 부작용이 어떠했는지 단적으로 드러난다.

윤석열 정부 들어 ‘비정상의 정상화’가 가장 빠르게 이뤄지고 있는 분야 중 하나가 외교·안보다. 취임한 지 불과 11일 만에 이뤄진 한·미 정상회담으로 동맹 관계의 업그레이드와 함께 한·일 관계 개선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그러나 북핵 위협이 고조되고 있는 한반도 현실은 성명 발표 이상의 강력한 행동을 요구하고 있다. ‘핵 조폭’ 김정은은 미·중 패권 갈등 격화와 한·미 동맹 강화의 흐름 속에서 곧 7차 핵실험을 단행할 태세다. 북한이 핵실험을 하게 되면 한·미는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확장 억제전략의 실현으로 응징해야 한다. B-52와 B-1 장거리 전략폭격기, 핵 추진 잠수함 등 전략 자산의 한반도 전개를 통해 북의 핵 도발에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

미·중, 미·러 관계를 감안할 때 최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가 무산된 것처럼 당분간 유엔 차원의 대북 제재는 기대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는 한·미·일이 주축이 돼 미주·유럽·아시아권의 자유 민주 진영 주요국이 참여하는 대북 제재망 구축을 추진할 만하다. 국제 공조를 통해 안보리 차원의 제재와 유사한 효과를 내고, 중국·러시아 등 북한을 지원하는 국가들에 대한 ‘세컨더리 보이콧(북한을 돕는 제3국도 제재)’ 등도 공론화할 수 있다. 이런 국제 안보 협력을 끌어내기 위해선 한·미 동맹도 중요하지만 한·일 관계 정상화가 필수적이다. 그 첫걸음으로 양국 외교 장관부터 조속히 회담을 하고 정상화 물꼬를 터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