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종인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코끼리의 수난이 계속되는 가운데 임신 중인 코끼리가 독살 추정 사체로 발견됐다.

27일 안타라통신 등은 수마트라섬 리아우주 븡칼리스군의 팜농장에서 지난 25일 암컷 수마트라 코끼리 한 마리가 입에 거품을 물고 죽은 채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죽은 코끼리는 25살 정도로 추정되며, 출산이 임박한 상태였다. 코끼리의 임신 기간은 21~22개월인데, 이 코끼리는 안타깝게도 출산을 앞두고 죽고 말았다.

또 코끼리 배 속에서는 파인애플이 발견됐고, 외상이 없고 입과 귀 등에서 피를 흘린 점으로 봤을 때 독극물이 묻은 과일을 먹고 죽었을 가능성이 크다.

리아우주 천연자원보호국(BKSDA)은 독극물의 종류가 무엇인지 검사를 기다리는 한편 중장비를 동원해 코끼리 사체를 매장했다.
지난해 11월 올무 걸려 코 절반 잃은 인니 수마트라 아기 코끼리. 치료를 위해 코의 절반을 잘라냈지만 결국 목숨을 잃었다. /사진=AP
지난해 11월 올무 걸려 코 절반 잃은 인니 수마트라 아기 코끼리. 치료를 위해 코의 절반을 잘라냈지만 결국 목숨을 잃었다. /사진=AP
수마트라 코끼리는 수마트라섬에 분포하는 몸집이 작은 코끼리고, 상아를 노린 밀렵과 삼림 벌채로 서식지가 줄면서 개체 수가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현재 야생에 2000마리 안팎만 남아있는 것으로 알려졌고, 세계자연기금(WWF)은 수마트라 코끼리를 30년 안에 멸종될 위기에 처한 동물로 꼽았다.

한편, 지난해 7월에는 수마트라섬 아체주에서 상아를 노린 밀렵꾼들이 코끼리를 독살한 뒤 머리를 잘라가 충격을 줬고, 같은 해 11월에는 생후 1년 된 새끼 수마트라 코끼리가 올무에 코가 걸려 치료를 위해 코 절반을 잘라냈으나 결국 목숨을 잃었다.

수마트라에서는 밀렵꾼뿐만 아니라 팜농장 등에서 코끼리가 작물을 해치지 못하도록 독살하거나, 전기울타리를 설치해 감전사시키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