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런 버핏.  /사진=AP
워런 버핏. /사진=AP
‘장기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이 올들어 약세장 속에서도 주식 매입에 수십억 달러를 쏟아부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통신 대장주로 불리는 버라이즌 지분을 대부분 정리하고 은행 및 에너지 관련주를 담은 것으로 파악됐다.

16일(현지시간) 블룸버그, CNBC 등은 벅셔해서웨이가 이날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공시를 통해 최근 거래 현황을 공개했다고 보도했다. 벅셔해서웨이가 올 1분기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시티그룹이었다. 3월 말 시티그룹 주식 5500만주, 약 29억 5000만달러어치를 매입했다. 벅셔해서웨이는 또 다른 미국 은행지주사인 앨리파이낸셜 주식도 3900만달러 가량 매입했다고 공시했다.

벅셔해서웨이가 그동안 포트폴리오에서 JP모간, 골드만삭스 등 금융주 비중을 줄여온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벅셔해서웨이는 작년 5월 30년 이상 투자해온 웰스파고 주식을 대부분 정리하기도 했다. 블룸버그는 “시티그룹은 최근 거래 주가가 장부가액을 밑며 약세를 보여왔다”며 “시티그룹이 최고경영자(CEO)로 제인 프레이저를 선임하고 새 출발을 하자 이에 베팅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에너지주에도 대거 투자했다. 벅셔해서웨이는 옥시덴털 페트롤리엄 주식을 90만1768주 사들였다. 매입 금액은 약 5200만달러 가량으로 추산된다. 지난 2월 말부터 옥시덴털 페트롤리엄 주식을 사들이기 시작해 현재 보유종목 상위 10위에 들어갈 정도로 지분을 늘렸다. 정유업체인 쉐브론에도 대폭 투자했다. 벅셔해서웨이는 올 1분기 쉐브론 주식 보유 비중을 기존 대비 4배 이상 늘렸다.

버핏이 투자를 늘린 에너지주는 올해 S&P500 지수 업종 가운데 가장 좋은 주가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올해 들어 S&P500 지수는 16% 하락했지만, 옥시덴털과 셰브런 주가는 각각 134%와 47% 급등했다.

반면 버라이즌은 올해 들어 보유 지분 99%가량을 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말 기준 벅셔해서웨이가 담고 있던 버라이즌 주식은 약 80억달러 어치에 달한다.

짐 섀너핸 에드워드존스 애널리스트는 “버핏이 선호하는 낮은 평가가치와 주주환원이라는 기준을 충족하는 종목이 에너지주”라며 “전통적으로 평가가치가 낮고 배당을 많이 하는 은행주 투자를 늘린 것도 같은 이유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