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면세점, '683일 만의 해외 출점'…濠 시드니 시내면세점 오픈, 오세아니아 시장 공략
롯데면세점이 호주 시드니 시내면세점(사진)을 선보이며 오세아니아 면세 시장 공략에 나섰다. 2020년 6월 싱가포르 창이공항점 오픈 이후 683일 만의 출점으로, 글로벌 리오프닝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드니 중심상업지구에 문을 여는 시드니시내점은 총 3개 층, 전체 면적 약 3000㎡(907평) 규모로 화장품과 향수, 주류, 시계, 주얼리 등 150여 개 브랜드를 선보이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2018년 제이알듀티프리(JR Duty Free)로부터 호주와 뉴질랜드의 5개 면세점을 인수하고 2019년 1월 국내 면세업계 최초로 오세아니아 시장에 진출했다. 이번에 오픈하는 시드니시내점은 롯데면세점의 오세아니아 지역 첫 신규 매장으로, 향후 10년간 1조 원의 매출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호주는 올 2월 국경을 재개방하며 본격적인 국제선 운항 확대에 나섰다. 호주 통계청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 호주에 출·입국한 승객은 지난해보다 10배가량 증가했다. 시드니 공항의 경우 국제선 도착 항공편이 작년 9월 일평균 10편에서 현재는 40편까지 늘어났다. 호주 정부 또한 인바운드 관광업계 회복을 위해 60만 호주 달러를 추가로 지원하는 등 반등을 노리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이러한 호주 관광 시장 회복세에 맞춰 MD 카테고리별로 차별화된 운영 전략을 선보인다. 먼저, 화장품은 호주 현지 소매가 대비 평균 15% 저렴한 가격 경쟁력을 내세운다. 에스티 로더, SK-II, 라 프레리, 설화수 등 60여 개의 국내외 유명 뷰티 브랜드가 입점한 지역 최대 규모의 화장품 매장을 통해 차별화된 쇼핑 경험을 제공할 예정이다.

주류는 타 국가 대비 면세 반입 한도가 높다는 점을 고려해 현지인들이 선호하는 로컬 와인 및 증류주 특화 매장으로 꾸몄고, 전통 와이너리 컨셉의 시음 공간을 운영한다. 시계는 호주서 무관세 품목으로, 부가세만 더한 가격으로 소매 판매가 가능하다. 롯데면세점은 오메가, 브라이틀링, 론진 등 10여 개의 유명 시계 브랜드를 전면에 내세웠다.

롯데면세점은 지난 2년간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창출, 신속한 디지털 전환, 해외 사업 확대 기반 구축 등 재기의 발판을 차근히 마련해왔다. 올 초 신년사를 통해 위기 상황에 대한 냉정한 판단과 도전을 강조하기도 했던 이갑 롯데면세점 대표이사의 ‘뚝심’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롯데면세점은 면세사업을 넘어 ‘트래블 리테일’ 영역으로 외연을 확장하기 위해 지난해 6월 해외 직소싱 온라인몰인 LDF BUY(엘디에프 바이)를 오픈했다. 롯데면세점 호주법인의 물류 인프라 및 상품 소싱 능력을 기반으로 한 신사업 확장이다.

지난해 7월엔 롯데인터넷면세점을 전면 리뉴얼했다. AR, VR 기술을 도입해 디지털 체험 요소를 강화하고 시스템 고도화를 통해 고객 편의성을 향상시켰다. 11월에는 세계 최초로 온라인 면세점 명품관을 선보였다. 올 초에는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2에 업계 최초로 참가해 버추얼 피팅룸과 메타버스 콘서트를 선보이는 등 ‘메타버스 면세점’의 청사진을 그렸다.

이갑 롯데면세점 대표이사는 “이번 시드니시내점 오픈은 외연 확장에 다시금 속도를 높이겠다는 롯데면세점의 의지가 담긴 행보”라며 “해외 주요 관광지를 빠르게 선점해 관광 수요 급증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