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산하 수사팀이 찾아낸 마지막 주요 전범…대학살 당시 살인교사·감독 혐의
짐바브웨 측 조력 받아 4년간 은신하다 2006년 심장마비로 숨져
르완다 대량학살 주범, 20년 도주 끝 짐바브웨서 사망 확인
르완다 대학살의 주범이 끝내 추적망을 피한 채 짐바브웨에서 사망한 것이 확인됐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유엔 산하 '국제형사재판소 잔여업무기구'(IRMCT) 수사팀은 르완다 학살을 주도했던 대통령 경호대 전 사령관 프로타이스 음피라냐의 유해가 짐바브웨 수도 하라레 남단의 묘지에서 발견됐다고 밝혔다.

그의 시신이 묻힌 곳에는 가명 '삼바오 은두메'라고 새겨진 묘비가 세워져 있었는데, 묘비에 적힌 생년월일은 1956년 5월 30일로 음피라냐와 일치했다.

묘비엔 프랑스어로 "그의 조국, 국민, 가족을 자신보다 더 사랑했던 사람이 여기에 잠들다"라고 적혀있었다.

유엔 수사팀은 2월 묘지에 도착해 2시간 반의 수색 끝에 그의 묘비를 찾아냈다.

그의 시신은 수사팀 요청으로 지난달 발굴된 뒤 DNA 분석을 거쳐 음피라냐의 신원과 일치하는 것으로 이달 10일 확인됐다.

수사팀은 목격자 조사와 데이터베이스 분석 등 다방면의 조사를 이어왔는데 작년 9월 유럽에서 압수한 한 컴퓨터에서 발견한 단서가 결정적이었다.

컴퓨터에는 음피라냐로 보이는 시신이 포착된 장례식 사진과 묘비 사진 의뢰 정황이 확인됐다.

현장에서 발견된 묘비와 음피라냐 시신이 걸친 옷가지는 모두 사진 속 모습과 일치했다.

조사 결과 음피라냐는 2006년 10월 짐바브웨에서 50세의 나이로 결핵으로 인한 심장마비로 사망한 것으로 드러났다.

다만 그의 유족과 지인들은 조사를 피할 목적 등에서 그의 죽음을 비밀에 부쳐왔다.

1994년 르완다 대학살을 다루기 위해 임시 설립된 '르완다 국제형사재판소'(ICTR)는 그를 집단학살, 반인도주의 범죄 등 8개 혐의로 기소했지만 결국 소재를 찾지 못해 법정에 세우지 못했다.

르완다에서는 1994년 후투족 출신인 쥐베날 하비아리마나 대통령이 여객기 추락으로 사망하자, 대통령 경호부대는 투치족을 배후로 지목하고 소수의 투치족과 일부 온건파 후투족을 대거 학살해 약 80만명이 희생됐다.

르완다 대량학살 주범, 20년 도주 끝 짐바브웨서 사망 확인
음피라냐는 당시 르완다 대통령 경호대 수장으로서 집단학살을 감독하고 추가 살인을 교사하기도 했다.

그는 유명한 투치족 살해명단을 아랫사람에게 전달하고 해당자 가족들도 살해하라고 명령했다.

또 무차별 학살로 악명 높았던 후투 민병대 '인테라함웨'를 직접 훈련시키기도 했다.

IRMCT는 2015년 활동을 마무리한 ICTR로부터 남은 사건을 이관받았고, 세르지 브램머츠 검사를 중심으로 한 수색팀이 음피라냐를 추적해왔다.

음피라냐는 후투 정권이 무너지고 카메룬, 콩고민주공화국 등 아프리카 지역을 전전해 왔다.

1998년부터 2003년까지 이어진 2차 콩고 전쟁에서는 르완다 군대에 맞서 후투족, 짐바브웨와 같은 편에서 싸웠다.

이 과정에서 짐바브웨 관리들과 관계를 쌓는 한편 지휘관으로서의 실력을 인정을 받았고, 이는 그가 2002년 기소됐을 때 현지 조력자들의 도움으로 짐바브웨로 달아날 수 있었던 배경이 됐다.

수사팀은 음피라냐가 ICTR에 기소된 전범 93명 중 마지막 '주요' 탈주자라고 설명했다.

이번 수사를 주도한 브램머츠 검사는 수사팀은 르완다 학살에 가담해 기소됐지만 탈주한 나머지 인물 5명을 더 찾고 있다며, 이번 음피라냐의 사망 확인이 탈주자들이 은신한 국가의 정부에 압박을 주는 계기가 될 수 있으리라고 기대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