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퇴진 시위 격화…전국 교통 마비, 상점·관공서도 폐쇄
경찰, 최루탄·물대포 발사…시위대 "대통령 퇴진 때까지 계속"
최악 경제난 스리랑카, 한달여만에 다시 비상사태 선포(종합)
최악의 경제난 속에 정권 퇴진 시위가 격화하고 있는 인도양의 섬나라 스리랑카가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고 7일(현지시간) AP·로이터 통신 등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고타바야 라자팍사 스리랑카 대통령은 6일 자정을 기해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면서 이번 결정은 공공의 안전을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라자팍사 대통령이 공포한 법령에 따라 공안과 질서 유지, 폭동 진압, 필수물자 유지 관련 규정을 만들 수 있는 공안조례가 발동된다.

이에 따라 라자팍사 대통령은 구금을 승인하고 모든 재산을 소유하고 건물을 수색할 수 있다.

어떤 법이든 개정하거나 정지시킬 수도 있다.

경찰은 비상사태가 선포된 이날 국회 주변에서 대통령과 정부를 축출하지 않은 의회에 항의하던 시위대를 향해 최루탄과 물대포를 두 차례 발사했다.

경찰은 전날 학생 주도 시위대에 처음 최루탄을 발사한 데 이어, 이날 밤에도 국회 주변에서 더 많은 시위대를 최루탄으로 해산시켰다.

시위대는 의회가 라자팍사 정권을 몰아내는 대신 정부가 지원하는 국회 부의장을 압도적 지지로 선출한 데 대해 분노하고 있다.

집권 연합은 탈당으로 의회 과반이 불투명했으나 국회 부의장 선출로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

이날 전국적으로 시위가 발생하고 교통이 마비되면서 상점과 사무실, 학교도 문을 닫았다.

공장과 은행, 정부기관 직원들도 사무실 문을 닫고 시위에 동참했다.

의료 종사자들도 응급의료 서비스를 제외하고 파업에 나섰다.

일부 가게는 시위를 지지하는 검은 깃발을 달았고, 시위대 다수도 검은 티셔츠를 입었다.

시위대는 국회로 향하는 길에 속옷을 걸어두고는 "우리에게 남은 건 이것뿐"이라고 외쳤다.

라자팍사 대통령과 그의 동생이자 총리인 마힌다 라자박사 총리 등 집권 세력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대는 비상사태 선포에도 시위를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시위 지도자인 라히루 위라세카라는 "진압은 답이 아니다.

대통령과 총리, 정부가 즉각 물러나야 한다는 시민들의 요구에 답해야 한다"고 말했다.

스리랑카 변호사협회는 대통령에게 비상사태 선포 해명과 철회를 촉구했다.

협회는 또 당국이 표현 및 출판, 집회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야당은 학생들에 대한 최루탄 사용에 항의했고, 의장은 5월 17일까지 휴회를 선언했다.

스리랑카는 주력 산업인 관광 부문이 붕괴하고 대외 부채가 급증하는 가운데 재정 정책 실패까지 겹치면서 최악의 경제난을 겪고 있다.

외화 부족에 물가 급등으로 생필품난도 이어지고 있다.

스리랑카 정부는 현재 가용 외환 보유고가 5천만 달러가 채 안 된다면서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을 때까지 외채 상환 중단 방침을 밝히는 등 일시적 디폴트(채무 불이행)까지 선언한 상황이다.

스리랑카는 올해 약 70억 달러의 외채를 상환해야 한다.

이 때문에 정권 퇴진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연일 벌어지고 있다.

시위대가 28일째 대통령 집무실 입구를 점거한 것을 비롯해 총리 관저 앞에 캠프가 세워지는 등 전국적으로 시위가 확산했다.

스리랑카 당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유가 상승으로 석유 재고 부족으로 발전소에 충분한 연료를 공급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하루 최대 13시간의 전국적인 정전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라자팍사 대통령은 4월 1일에도 비상사태를 선포했으나 이후 5일 만에 이를 해제하기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