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제품이 잘 팔리면 신바람이 나는 곳이 있다. LG이노텍, 삼성전기와 같은 국내 부품 업체들이다.

5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아이폰13 속 한국산 부품 비중은 30% 안팎이다. 한국산 부품 비중이 전작인 아이폰12(비중 27%)보다 3%포인트가량 높아졌다. 애플이 구입하는 한국산 부품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메모리반도체(D램·낸드플래시)만이 아니다. 삼성전기의 카메라 렌즈와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LG이노텍의 카메라모듈,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의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 등도 애플의 핵심 구매 품목으로 꼽힌다.
애플에 올라탄 K기업…아이폰 부품 30%가 한국산
애플은 국내 부품사 주가를 좌지우지하는 재료로도 통한다. 애플에 새로운 부품을 공급한다는 소문만 돌아도 주가가 꿈틀거린다. 삼성전기가 애플의 M2 프로세서용 기판을 공급한다는 소식이 전해진 지난달 21일 주가가 4.98% 치솟은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중국 기업의 집요한 공세에도 애플의 한국 사랑은 변함이 없다. 외신 등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올해 하반기 출시 예정인 스마트폰 아이폰14의 OLED 패널을 대부분 공급할 전망이다. 중국발 공급망 경색, 미·중 관계 악화 등으로 인해 한국 기업에 대한 애플의 의존도가 더 커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LG그룹 계열사들이 애플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애플과 LG가 가까워진 것은 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을 접은 뒤부터다. LG전자는 작년 8월부터 자사 오프라인 매장인 LG베스트샵에서 애플 정보기술(IT) 기기를 판매하는 등 애플의 우군을 자처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애플이 자동차산업에 뛰어들면 전기차 파워트레인을 만드는 LG마그나이파워트레인과 거래를 시작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잘나가는 고객사’ 때문에 부담스러울 때가 있다는 반응도 나온다. LG이노텍은 올해 1분기 3조9517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1분기 기준 사상 최대 기록을 경신했다. 애플에 공급하는 부품의 매출이 늘어난 영향이다. LG이노텍의 매출 중 애플에 공급한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70% 이상이다. 2016년까지는 37%였던 애플 비중은 2017년 54%, 2018년 58%, 2019년 64%, 2020년 68%, 2021년 75% 등으로 꾸준히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LG이노텍 내부에서도 애플 의존도가 높다는 지적을 잘 알고 있다”며 “사업 다각화를 시도하고 있지만 애플의 주문량이 늘어나는 속도가 워낙 빠른 상황”이라고 했다.

애플을 바라보는 삼성전자의 속내는 복잡하다. 가장 큰 적이면서도 무시할 수 없는 고객사이기 때문이다. 애플이 선전하면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MX사업부 매출은 줄고,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를 맡는 메모리사업부·VD사업부 매출은 늘어나는 구조다.

김남영 기자 n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