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글생글은 법(法) 이야기를 커버 스토리로 다뤘다. 제59회 법의 날(4월 25일)을 맞아 법이란 무엇이고, 법다운 법은 어떤 것인가 생각해볼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기획했다. “법을 너무 많이 만들지 말라”는 노자의 《도덕경》 인용 문장 앞에선 눈길을 멈추고 현실에 비춰 그 말의 의미를 새겨볼 만하다. 시사이슈 찬반토론, 대학 선배들이 전하는 공부 비법 지면도 유익하다.
명품 하면 샤넬을 떠올리게 된다. 샤넬백을 사놓으면 가격이 오른다고 ‘샤테크’, 샤테크를 위해 백화점 문이 열리자마자 달려가는 ‘오픈런’, 오픈런으로 산 가방을 비싼 값에 되파는 ‘리셀족’까지 샤넬과 관련된 신조어가 늘어나고 있다.‘명품의 대명사’에 등극한 지금과 달리 20세기 초 샤넬은 귀부인들에게 편안한 옷을 제공하는 대중적인 브랜드였다. 에드몽드 샤를 루가 쓴 《코코 샤넬》은 꽤 두껍지만 샤넬의 생애 이야기와 1900년대 초중반 상황을 엿볼 수 있는 다양한 사진, 패션에 관한 디테일한 분석이 담겨 있다. 전기는 실재한 인물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교훈과 함께 한 시대를 제대로 알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1971년 88세로 세상을 떠난 코코 샤넬은 여성들을 옷에서 해방시킨 인물이다. 샤넬의 전기를 읽으며 여성의 옷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킨 천재적인 창의성이 어디서 비롯되었고, 영감을 어떻게 현실에서 구현했는지 생각하면 좋을 것이다. 샤넬의 이름은 가브리엘이지만 코코라는 애칭이 널리 알려져 있다. 샤넬이 22세 때 카페에서 ‘코코리코’와 ‘코코가 트로카데로에서 누구를 만났기에’를 자주 불렀고, 노래가 끝나면 팬들이 “코코! 코코!”라고 외치며 앙코르를 요청하면서 붙은 이름이다.샤넬은 살아생전에 가난하고 내세울 것 없는 집안 배경과 성장 과정을 밝히기를 꺼려했다. 열두 살 때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자 샤넬은 언니와 함께 오바진수녀원 내 고아원에 맡겨졌다. 샤넬이 평생 좋아했던 ‘엄격함 깨끗함 깔끔함 단순함’은 바로 오바진수녀원의 특징이었다. 소녀 시절 경험이 창의성의 발판열일곱 살 때 들어간 노트르담기숙학교는 예배 시간이 되면 학비를 내는 부르주아 가정의 딸들만 중앙 걸상에 앉게 했다. 무상학급의 고아나 가난한 학생들은 비좁은 복도 쪽에 부대끼며 서 있어야 했다. 샤넬은 기숙학교 건너편 고등학교의 어린 신사들을 지켜보는 일로 차별의 아픔을 달랬고, 그때 얻은 영감을 바탕으로 디자인한 ‘깃과 넥타이로 장식한 검정블라우스’는 반세기 동안 유럽과 아메리카 대륙을 휩쓴 샤넬 스타일로 구현됐다. 어릴 적 동네 사람들이 까만 옷을 입고 장례 치르는 걸 자주 본 샤넬이 가장 좋아한 색은 검정이었으며 그는 유독 블랙 계통의 의상을 많이 만들었다.1913년 샤넬은 고급 상가가 밀집한 공토비롱 거리에 정식 부티크를 열었다. 당시 여성들은 모슬린 장미를 잔뜩 단 거대한 모자에 긴 치마를 입고, 세 줄짜리 진주 목걸이 등의 화려한 장식을 두르고 다녔다. 코르셋으로 온몸을 조인 귀부인들은 옷을 입고 벗을 때 하인들의 조력을 받아야 했다. 여성들은 끈을 버튼 훅으로 고정한 신을 주로 신고 다녔는데 끝이 뾰족한 구두는 제대로 걸을 수 없을 정도로 볼이 좁았다. 남편의 도움을 받아야만 움직일 수 있었고, 남편들은 이것을 복종의 의미로 받아들였다.코르셋을 착용한 적이 없는 샤넬은 여자들에게 가볍고 느슨한 옷을 입히겠다는 계획 아래 기수들의 옷을 변형한 스웨터와 세일러복을 만들었다. ‘발끝이 보일 듯 말 듯하게 바닥까지 일자로 내려오는 원피스, 세일러복, 장화 모양의 뒷굽이 있는 구두, 장식이 없는 모자’로 대변되는 샤넬 스타일은 갑갑하고 무거운 의상 속에 갇혀 지내던 귀부인들의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 코르셋이 필요없는 옷을 만들다옷감에서도 혁신적인 선택을 했다. 가난한 시골 출신인 샤넬은 화려한 옷감보다 값이 싸고 대중적인 편물 종류의 옷감에 마음이 끌렸다. 곧바로 남자 옷에 쓰기에도 거친 직물인 저지로 허리를 조이지 않는 반코트를 비롯해 수도복처럼 단순한 디자인의 앙상블을 만들었다.샤넬은 심플하면서도 편리한 디자인으로 입기도 벗기도 움직이기도 힘든 옷과 씨름하던 여성을 속시원히 해방시켰다. 남성의 조력을 받아야 걸을 수 있었던 여성들이 옷이라는 속박을 벗어던지면서 시간과 역량을 발전적인 곳에 쏟게 됐다. 샤넬의 등장은 뒤뚱뒤뚱 조심하며 장식품 역할을 했던 여성들이 보폭을 넓히며 자신의 삶 속으로 힘차게 들어가는 시발점이 되었다.가수가 되고 싶었으나 노래 솜씨가 신통찮았던 샤넬은 자신이 잘하는 패션 디자인에 모든 걸 쏟아 레전드가 됐다. 감추기 급급했던 소녀 시절에 보고 느낀 점이 창의성의 발판이 된 사실에 주목하라. 어제의 결핍이 영감의 화수분이 돼 멋진 미래를 선물하는 게 인생이다.
민간인이 지구 고도 80㎞ 이상 떨어진 ‘우주’를 재활용 민간 왕복선으로 여행했다거나 화성 탐사차 큐리오시티(Curiosity)와 탐사선 엑소마스(ExoMars)가 화성 지표면과 지표면 아래에서 물의 존재 가능성에 대한 증거를 보내왔다는 뉴스를 접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인류의 극소수가 우주여행을 즐기는 사이 수백t의 탄소가 배출되기도 하고, 우주자원을 특정 국가가 소유할 수 있다는 논리를 접하면 인류가 옳은 방향으로 진보하고 있는가에 대한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2027년에는 지구 중력 6분의 1의 인공중력으로 작동하는 우주정거장에 인류 최초 우주호텔 보이저 스테이션(Voyager Station)을 설치한다거나, 2024년 영화 촬영 스튜디오 모듈(SEE-1)을 국제우주정거장에 설치하겠다는 계획, 다른 행성에서 살기 위한 방법이 관련 전문 학회에서 논의되고 있다는 소식을 들으면 특정 행성에 여행 가거나 거주하겠다는 인류의 꿈이 구체화되고 있다는 게 실감된다.인류가 우주의 다른 행성을 탐험하거나 그곳에 거주하려면 몇 가지 문제점을 먼저 해결해야 한다. 인류가 새로운 행성을 문명화하기 위한 연구는 유인 우주선을 발사하던 1980년대부터 우주토목공학(SCE·Space Civil Engineering)이라고 정의되어 진행돼왔다. SCE는 인류가 우주에 문명을 펼치기 위해 필요한 것을 연구하는 학문 분야다. 토목공학이 지향하는 바와 크게 다르지 않다. SCE와 토목공학의 차이를 만드는 것은 자전주기, 공전주기, 태양과의 거리를 쉽게 떠올릴 수 있지만, 방법에서의 근본적 차이는 거주하고자 하는 달이나 화성의 중력이 지구보다 작은 데서 발생한다. 달과 화성의 중력은 지구 중력에 비해 각각 6분의 1과 3분의 1 수준이다. 그에 비례해 대기를 붙잡아둘 수 있는 힘도 지구에 비해 약하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대기가 희박해질수록 호흡이 어려워지기도 하지만 지구에서 대기권 진입과 동시에 대부분 사라져버리는 미소 유성체(micrometeoroids)가 달 환경에서 초속 20㎞ 정도의 속도로 낙하할 수 있고, 몸에 해로운 심우주 방사선이 우주인이나 구조물에 피해를 입힐 수도 있다. 대기가 부족하면 우주선이 이착륙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먼지로부터 주변 시설물들을 보호하는 방호시설도 필요하다. 특히 달은 표면 토양의 50%가 70㎛(1㎛=100만분의 1m)보다 가느다란 입자로 구성돼 있기 때문에 정전기로 인해 먼지가 옷이나 장비에 더 잘 달라붙는 문제가 있다. 지구에서는 마찰에 의한 마모나 열화의 문제를 부품 사이의 적정한 간격과 윤활유로 쉽게 해결할 수 있지만, 먼지가 많고 차폐가 중요한 우주에서는 어려운 문제다.우주인의 활동 관점에서 중력은 인간의 운동을 기준으로 설계하는 거주 구조물에도 영향을 준다. 중력이 낮으면 걷는 속도가 빨라질수록 지상과의 마찰력이 감소해 신체를 더 기울이면서 움직여야 원하는 속력을 얻을 수 있다. 이에 따라 보행 특성의 변화를 고려해 계단의 각도나 높이, 통로의 높이 등 공간 설계가 달라져야 한다.실내 활동을 위한 구조물을 달이나 화성에서 만들려면 자재나 장비를 지구에서 일부 조달할 수밖에 없다. 1㎏을 운송하는 데 2000만원 넘는 비용이 소요된다고 하니, 구조물은 신중하게 설계할 수밖에 없다.지속적인 거주가 목적이라면 사전에 조립된 구조물을 운반해서 설치하는 형태를 넘어서 필요한 최소 자원을 지구에서 가져가 기반시설을 구축하되, 장기적으로는 현지 자원을 활용해서 생산하고 건설하는 현지자원활용(ISRU·In-Situ Resource Utilization·그림)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예를 들어 유리는 고진공 환경에서 제작하면 표면 결함이 적어 일반 환경에 비해 100배 높은 강도를 얻을 수 있다고 하니, 현지에서 생산하는 것을 고려해볼 만하다. 그러나 안정적이고 지속적으로 거주하려면 생명유지와 활동을 위한 과학기술뿐만 아니라 인구수 증감에 대한 예측, 인류 사회활동과 상호작용의 영향 등 다양하고 복잡한 고민이 필요하다. 지구에서는 고민하지 않았던 ‘소소한 문제’들이었는데 말이다. 기억해 주세요인류가 새로운 행성을 문명화하기 위한 연구는 유인 우주선을 발사하던 1980년대부터 우주토목공학(SCE·Space Civil Engineering)이라고 정의되어 진행돼왔다. SCE는 인류가 우주에 문명을 펼치기 위해 필요한 것을 연구하는 학문 분야다. 토목공학이 지향하는 바와 비슷하다. SCE와 토목공학의 차이를 만드는 것은 자전주기, 공전주기, 태양과의 거리를 쉽게 떠올릴 수 있지만 방법에서의 근본적 차이는 거주하고자 하는 달이나 화성의 중력이 지구보다 작다는 데서 발생한다. 달과 화성의 중력은 지구 중력에 비해 각각 6분의 1과 3분의 1 수준이다. 그에 비례해 대기를 붙잡아둘 수 있는 힘도 지구에 비해 약하다.
월요일은 [월료일], 목요일은 [몽뇨일], 금요일은 [금뇨일], 일요일은 [일료일]. 요일을 이렇게 말하는 사람을 간혹 볼 때가 있다. 화·수·토요일은 발음을 두고 시비 걸 일이 없지만, 월·목·금·일요일은 지역이나 세대에 따라 달리 부르기도 한다.영남 방언으로도 알려진 이런 발음은 우리 표준발음법 29항, 즉 ‘ㄴ’음 첨가 현상을 보여주는 사례다.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 사이에서도 이런 발음을 들을 수 있다. 이는 ‘ㄴ’음 첨가가 예전엔 지금보다 더 철저히 지켜졌음을 나타내는 증거다. ‘목’과 ‘요일’ 결합하면서 ‘ㄴ’음 덧나공통점은 합성어의 앞말에 받침이 있다는 것이다. 그게 ‘요일’과 만나면서 발음에 변화를 일으켰다. 우리말 발음에선 어떤 특별한 음운환경 아래에서 ‘ㄴ’음이 첨가되는 현상이 일어난다. 표준발음법 제29항은 그 조건을 규정으로 담은 것이다. 그것은 ①합성어 및 파생어에서 ②앞말에 받침이 있고 ③뒷말 첫음절이 ‘이, 야, 여, 요, 유’로 시작할 때다. ‘ㄴ’음 첨가 현상은 이 세 가지를 동시에 충족할 때 발생한다.‘집안일’을 통해 이 규정이 어떻게 적용되는지 살펴보자. ‘집안+일’로 구성된 합성어다. ‘집안’ 역시 ‘집’과 ‘안’이 결합한 합성어다. 발음을 해보면 누구나 [지반닐]로 말한다. 똑같이 합성어고 받침이 있는 구조인데, ‘집안’에선 연음을 했고 이게 다시 ‘일’과 어울릴 때 ‘ㄴ’이 첨가됐다. ‘집안+일’의 결합에 비해 ‘집안’에선 ③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차이가 있다.6·25는 어떻게 [유기오]가 됐을까? 29항의 규정에 충실한 발음이 [융니오]다. [육+이오→육니오(‘ㄴ’ 첨가)→융니오(비음화)] 과정을 거쳤다. 비음화 현상은 받침 ‘ㄱ, ㄷ, ㅂ’이 비음(콧소리)인 ‘ㄴ, ㅁ’ 앞에서 조음방식이 동화돼 같은 비음인 ‘ㅇ, ㄴ, ㅁ’으로 바뀌는 것을 말한다. 표준발음법 제18항에 담겼다. ‘먹는[멍는], 옷맵시[온맵씨], 꽃망을[꼰망울], 밥물[밤물], 앞마당[암마당]’ 같은 데서 비음화 현상을 볼 수 있다. ‘송별연[송벼련]’ 등 연음하는 경향 강해져이제 [월료일]이나 [몽뇨일]이 왜 우리말에서 아주 생뚱맞은 발음은 아닌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월+요일→월뇨일(‘ㄴ’ 첨가)→월료일(유음화)]의 과정을 볼 수 있어야 한다. 이때 유음화란 ‘ㄹ’의 앞이나 뒤에서 ‘ㄴ’이 [ㄹ]로 발음되는 것을 말한다. 난로[날로], 신라[실라], 대관령[대괄령], 한라산[할라산], 칼날[칼랄], 물난리[물랄리] 같은 게 그 예다. 표준발음법 제20항 규정으로, 자음동화의 하나다. [몽뇨일]은 6·25처럼 ‘ㄴ’ 첨가와 비음화 과정을 거친 발음이다.‘ㄴ’음 첨가가 항상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어떤 말은 ‘ㄴ’을 첨가해 발음하지만, 어떤 말은 ‘ㄴ’ 첨가 없이 표기대로 발음하기도 한다. 요즘은 ‘ㄴ’ 첨가가 일어나지 않은 게 많아지는 추세다. 29항의 ‘다만’ 규정은 이런 현실음을 반영했다. ‘6·25’나 ‘송별+연’ 같은 말은 ‘ㄴ’음이 첨가되는 환경이지만, 현실발음은 받침이 흘러내린 [유기오] [송벼련]으로 이미 굳어진 것이다. 그래서 아예 ‘ㄴ’이 첨가되지 않은 발음을 표준으로 삼았다. [융니오] [송별련]처럼 ‘ㄴ’음을 첨가한 것은 틀린 발음이다.29항 단서조항에 명시되진 않았으나 월·목·금·일요일도 같은 이유로 받침이 흘러내린 [워료일, 모교일, 그묘일, 이료일]이 표준발음이다. 이들의 규범 발음은 <표준국어대사전>에서 각 표제어의 발음 정보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ㄴ’음 첨가 현상이 일관되게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은 규칙으로선 취약점이다. 29항의 또 다른 ‘다만’ 규정에 있는 복수표준발음도 마찬가지다. 여기서는 ‘이죽이죽[이중니죽/이주기죽]’과 같이 ’ㄴ’이 첨가된 것과 첨가되지 않은 것을 모두 표준발음으로 삼았다. 2음절 한자어 ‘검열, 금융’도 표준발음법 제정 당시 처음엔 [검녈] [금늉]만 표준으로 하려다가 나중에 받침을 흘린 [거멸] [그뮹]도 함께 표준발음으로 인정했다. 현실발음을 반영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