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회전문' 인사·고액보수 문제삼을듯…외국계 기업 월세 의혹도 관심
최저임금 인상·부동산 규제완화에 신중…정책공방도 '난타전' 예상
한덕수 국무총리 인사청문회…이해충돌·고문료 등 쟁점될듯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24일로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다만 민주당과 정의당이 자료 제출 부실을 이유로 25∼26일로 예정된 청문회 일정 연기를 요청하고 나서는 등 여야 간에 청문회 시작 전부터 기싸움이 벌어지고 있어 청문회가 정상적으로 진행될 수 있을지는 다소 유동적인 상황이다.

정치권에 따르면 이번 청문회에서는 공직에서 물러난 이후 김앤장 고문을 지낸 이력 등 이해충돌 의혹과 재산형성 과정, 부인의 그림 판매 등 한 후보자의 신상 문제와 함께 재정건전성, 최저임금, 검찰개혁 등 현안에 질의가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한 후보자의 경우 노무현 정부에서 이미 국무총리를 지낸 바 있어 당초 무난한 청문회 통과가 예상됐지만, 고액 연봉과 부동산 문제 등을 겨냥한 더불어민주당의 공세가 변수로 부상하는 형국이다.

한 후보자는 주말인 이날에도 오전에 서울 종로구 한국생산성본부 빌딩에 마련된 인사청문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해 막바지 준비에 집중했다.

◇ 공직-로펌 오간 '회전문' 행보…고액 보수 논란도
한 후보자는 김대중 정부부터 4개의 정부를 거치며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 국무조정실장, 경제부총리, 국무총리, 주미대사 등 경제·통상·외교 분야를 두루 맡아왔다.

그런만큼 지명 당시만해도 한 후보자의 '능력'에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는 거의 없었고, 초반부만 해도 청문회 역시 수월하지 않겠느냐는 추측까지 제기됐다.

그러나 한 후보자가 공직 퇴임 후 김앤장에서 고문을 맡아 거액의 보수를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해충돌 의혹이 불거졌다.

한 후보자는 김앤장 고문으로 2017년부터 약 4년4개월간 일했고, 이보다 앞선 2002∼2003년에도 같은 직책으로 일했다.

한 후보자가 김앤장에서 받은 급여는 2017년∼2022년 19억7천700만여원이며 2002년∼2003년에도 같은 직책으로 1억5천100만원을 받았다.

2002년 근무 당시는 김앤장이 론스타의 법률대리인을 맡았을 때로, 앞서 투기자본감시센터는 한 후보자를 "론스타의 외환은행 불법매각을 은폐한 책임자"라며 총리 임명 반대 의견을 내기도 했다.

민주당 측에서도 고위공직자로 일했던 한 후보자가 로펌에서 사실상 전관예우를 받으며 '로비스트'로 활동한 것 아니냐는 공세를 폈다.

또 김앤장 고문 외에도 작년 3월부터 약 1년간 에쓰오일 사외이사를 이사를 지내면서 8천200만원의 급여를 받은 사실도 알려져 도마 위에 올랐다.

한 후보자는 적법하게 활동했다며 이해충돌 문제에 선을 긋고 있지만 공직과 로펌, 사기업을 오가는 '회전문' 인사라는 비판을 피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민주당 박용진 의원도 라디오 인터뷰에서 "고위 관료로 있다가 로펌에서 일했다가 다시 또 국무총리로 복귀하는 것은 경기에서 심판으로 뛰다가 선수로 뛰다가 연장전에 다시 또 심판으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덕수 국무총리 인사청문회…이해충돌·고문료 등 쟁점될듯
◇ 외국기업 월세·관저 동문회·재벌가 그림판매…'국민눈높이 안맞아' 지적
한 후보자가 자신이 보유한 서울 종로구 3층 단독주택 임대 문제도 이해충돌 문제로 번졌다.

한 후보자는 장인으로부터 매입한 이 주택을 1989년부터 1999년까지 미국의 통신 대기업 AT&T와 미국계 글로벌 정유사인 모빌(현 엑슨모빌)의 자회사 모빌오일코리아에 임대했는데, 이 시기가 한 후보자가 통상분야 고위직을 지낸 때였다.

청문회에서는 당시 흔치 않았던 외국계 기업과의 월세 선금 계약 등이 이해충돌로 이어졌을 가능성에 대한 질의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 후보자는 부동산을 통한 계약이었을 뿐 세입자에 대해서는 몰랐다는 입장이다.

이와 함께 화가인 부인 최아영 씨의 그림이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의 부인인 송모 씨와 부영주택 등에 판매된 것을 두고도 이해충돌 의혹이 제기된다.

이외에 무역협회장 시절 받은 호텔 피트니스 클럽을 10년째 무료로 이용하고 있다는 점이나 주미대사 시절 워싱턴 서울대 동문회, 워싱턴 이화여고 동문회 행사를 관저에서 연 것을 두고는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 "최저임금 너무 오르면 루즈-루즈" "검찰, 자정 노력 필요"
한 후보자는 지명 직후 "대한민국의 부채가 너무 빨리 증가하고 있다.

우리 정책의 건전성에 대해 대내외적인 의구심이 생길 수 있다"며 연일 '재정건전성'을 강조했다.

그는 국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에 제출한 서면답변에서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 추진될 '손실보상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해 "재원 마련에 있어 지출구조조정을 우선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여러 차례 추경으로 지출구조조정이 상당히 이뤄졌고 국채 발행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주를 이루는 만큼 한 후보자가 어떤 방법론을 가지고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한 후보자는 최저임금에 대해서도 "최저임금이 너무 올라가면 기업이 오히려 고용을 줄이는 결과가 와서 서로 루즈(Lose)-루즈게임이 된다" "정부의 개입은 굉장히 신중하고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는 등 최저임금 인상에 신중한 태도를 보여왔다.

이같은 시각은 후보자 자신의 고액 보수 논란과 맞물려 비판을 받기도 했다.

한 후보자는 또 재개발·재건축 규제와 관련해서는 '규제 정상화'를 강조하면서도 "규제 완화시 가격이 불안해지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며 신중한 입장이다.

재건축 규제 신중론의 경우 윤석열 정부의 입장과 다소 결이 다르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여성가족부 폐지에는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인구 감소, 가족 형태 다양화 등 당면한 사회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에 여성가족부와 유관 부처의 조직편제가 적합한지에 대해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바람직한 조직개편 방안에 대해 검토하겠다"고 했다.

다만 한 후보자는 총리 때였던 2008년 2월에는 국회 대정부질문에 출석해 이명박 정부의 여가부 폐지에 반대 의견을 밝힌 바 있어, 입장이 달라진 것에 대한 민주당 의원들의 질의가 나올 수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 인사청문회…이해충돌·고문료 등 쟁점될듯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