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년 만의 경상적자·닛케이 2만2000…日 경제 '적신호' [정영효의 일본산업 분석]
일본 경제가 국제 원자재값 급등과 엔화 약세에 예상보다 심하게 휘청이면서 '적색경보'가 잇따르고 있다. 올해 일본의 경상수지가 42년만에 적자를 기록하면서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1%대로 떨어지고, 닛케이225지수는 20,000 초반대까지 밀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난 9일 자체 분석모델의 시뮬레이션 결과를 바탕으로 "올해 일본의 경상수지가 원유 가격 급등의 여파로 1980년 이후 42년만에 적자로 전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가와 엔화 환율에 따른 20개의 시나리오를 분석한 결과 18개 경우의 수에서 경상적자를 면치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월 경상흑자는 계절적 요인

올해 달러당 엔화 환율을 116엔, 국제유가는 배럴당 105달러로 가정한 표준 시나리오에서도 일본의 경상수지는 8조6000억엔(약 85조원)의 적자를 내는 것으로 전망됐다. 상당수 시장 전문가들이 예상하는 '엔화 120엔, 유가 130달러'의 시나리오에서는 적자가 16조엔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일본 GDP의 3%에 해당하는 손실이다.

국제유가가 150달러까지 오르는 극단적인 상황에서는 환율과 관계없이 경상적자가 20조엔을 넘을 것으로 예상됐다. 경상수지가 흑자를 나타내는 경우의 수는 유가가 90달러, 엔화 가치는 140~150엔까지 떨어지는 2가지 뿐이었다.

엔화가 140엔대까지 떨어지면 가까스로 1000억엔, 150엔대면 1조8000억엔의 경상흑자를 나타낼 것으로 분석됐다. 현 시점에서 140엔대 수준의 '엔저(低)'는 비현실적인 가정으로 평가된다. 오는 7월 참의원 선거를 앞둔 일본 정부가 엔화 약세로 인한 물가상승에 적극 대처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의 유가와 환율 시나리오별 경상수지 전망. 유가(가로선)가 배럴당 110달러를 넘어가면 엔화 가치(새로선)가 떨어져도 경상적자를 면치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당수 시장 전문가들이 예상하는 '엔화 120엔, 유가 130달러'의 시나리오에서는 적자가 16조엔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일본 GDP의 3%에 해당하는 손실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의 유가와 환율 시나리오별 경상수지 전망. 유가(가로선)가 배럴당 110달러를 넘어가면 엔화 가치(새로선)가 떨어져도 경상적자를 면치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당수 시장 전문가들이 예상하는 '엔화 120엔, 유가 130달러'의 시나리오에서는 적자가 16조엔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일본 GDP의 3%에 해당하는 손실이다.
엔화 약세가 수출기업의 실적을 개선하는 만능열쇠가 아니라는 분석 결과도 나왔다. 유가가 105달러이고 달러당 엔화가 110엔이면 올해 일본은 22조7000억엔의 무역적자를 낼 것으로 예상됐다. 반면 엔화 가치가 130엔으로 떨어지면 무역적자가 25조4000억엔까지 불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7개국(G7) 최악의 재정적자(GDP 대비 약 250%)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국가신인도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것은 30년째 세계 1위인 대외 순자산 덕분으로 평가된다. 2020년말 일본의 대외 순자산은 356조9700억엔까지 불어났다. 이를 가능케 한 재료가 매년 수십조엔에 달하는 일본의 경상흑자였다.

하지만 지난 1월 역대 2위 규모의 적자(1조1887억엔)를 기록하는 등 경상수지가 2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나타내면서 일본 경제의 기초체력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위기가 발생하면 엔화 가치가 오르는 안전자산의 지위도 흔들리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엔화 가치는 주요 25개국 통화 가운데 2번째로 큰 폭으로 떨어졌다.
42년 만의 경상적자·닛케이 2만2000…日 경제 '적신호' [정영효의 일본산업 분석]
지난 8일 재무성이 발표한 2월 경상수지는 1조6483억엔 흑자였다. 3개월 만에 흑자로 전환했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2.5% 감소했다. 2월은 중국 춘절을 맞아 일본의 수출이 급증하고, 미국 국채 이자를 받는 달이다. 미야마에 고야 SMBC닛코증권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계절적인 요인이 사라지는 3~4월 이후에는 경상수지가 다시 적자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노무라證 "유가 160달러 가능성도"

일본 경제가 고유가와 엔화 약세에 휘청이는 것은 기업의 생산거점 해외 이전으로 무역흑자가 줄고, 에너지 수입의존도는 급증했기 때문이다. 수출이 경상흑자를 더욱 늘리는 증폭효과는 줄었는데 원유와 천연가스 가격은 뛰고 있다.

일본 기업과 투자가들이 해외에서 벌어들인 외화를 현지에 재투자하면서 해외 법인과 자산에서 벌어들이는 배당과 이자소득(제1차 소득수지)도 크게 줄었다. 경상적자를 방어할 완충효과도 사라진 셈이다.

특히 유가 상승은 일본 GDP의 50%를 차지하는 개인 소비 뿐 아니라 기업의 설비투자도 냉각시킬 것이란 분석이다. 유가가 130달러선에서 움직이면 올해 일본 경제성장률은 1.8%로 기존 예상치보다 0.3%포인트 떨어질 것으로 이 신문은 전망했다.

일본 경제에 적신호가 켜지면서 주식시장에서도 비관적인 시나리오가 주목받고 있다. 지난달 노무라증권은 올해 국제유가의 움직임에 따른 닛케이225지수를 시나리오별로 전망했다.

노무라증권은 일본의 경제제재와 러시아의 보복조치로 러시아산 원유 공급이 중단되면 국제 유가가 160달러까지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경우 일본 상장기업의 실적이 지난해보다 감소하면서 올 연말 닛케이225지수가 22,000까지 밀릴 것으로 예상했다.

중립 시나리오(유가 115달러)에서 닛케이225지수는 29,500 수준, 낙관적인 시나리오(유가 80달러) 상으로는 32,000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됐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