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후 노후 준비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30대 때부터 노후를 준비하는 ‘노후준비족’도 늘어났다. 조기 은퇴를 준비하는 ‘파이어족’이 증가하고, 과거와 달리 가족에게 의존해서는 제대로 된 노후 생활을 지속할 수 없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은퇴 두려움에 30대부터 노후 준비…주식·펀드 공격형 투자 10%P 늘어
6일 한국경제신문의 ‘2022년 중산층의 삶과 금융실태’ 조사에 따르면 1140명의 응답자 중 59.8%가 노후 준비를 하고 있다고 답했다. 2020년(48.9%)과 비교해 10%포인트 이상 늘어난 수치다. 30대도 53.6%가 노후를 준비하고 있다고 답했고, 40대는 61.5%, 50대는 64.2%가 그렇다고 답했다.

노후 준비를 시작하긴 했지만, 자신들의 노후 준비 점수에 대해서는 박한 평가를 내렸다. 응답자들은 평균적으로 100점 만점에 자신의 노후 준비 점수를 37점이라고 답했다. 다만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평균 점수는 올라갔다. 30대는 33점, 40대는 37점, 50대는 41점이라고 답했다.

노후 준비를 시작했음에도 준비 수준이 불만족스럽다고 느끼는 이유는 은퇴 후 필요하다고 본 자산 규모가 2년간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2020년에는 은퇴 후 평균적으로 2억5368만원의 금융자산이 있으면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올해는 금융자산이 4억895만원은 필요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안전한 예·적금 상품보다 공격적인 투자 상품으로 노후를 준비하고 있다는 응답자도 증가했다. 여전히 예·적금을 통해 노후를 준비한다는 응답자 비중이 25.2%에 달했지만 18.8%는 주식 펀드 등 금융투자 상품에, 17.9%는 부동산 투자를 통해 노후를 준비한다고 답했다. 2년 전까지만 해도 금융 투자를 통해 노후를 준비한다는 응답자 비중은 8.7%, 부동산 투자는 11.4%에 불과했다.

퇴직연금이나 개인연금 등 사적연금을 운용할 때도 예·적금 등 원리금 보장 상품보다 주식 채권 펀드 등 투자형 상품을 선호한다는 응답자가 41.0%로 2년 전(23.5%)과 비교해 큰 폭으로 늘어났다.

김은혜 NH WM마스터즈 전문위원은 “과거에는 50대 이후가 돼서야 본격적으로 노후를 준비했다면, 최근에는 30대 때부터 선제적으로 노후 준비를 해야 한다는 인식이 생기고 있다”며 “원리금 보장 상품으로는 퇴직연금을 크게 불리기 어려운 만큼 투자형 상품으로 눈을 돌리는 고객이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