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영리병원'이라는 명칭을 둘러싼 오해, 그리고 노림수들
그런데 “병원이 이윤을 추구하면 의료 공공성이 훼손되므로 영리병원 설립에 반대한다”는 일부 시민단체의 반발에 막혀 20년째 논란을 이어왔다. 여기에 ‘영리병원’이라는 별칭에서 비롯된 오해와 ‘비영리’는 선하고 ‘영리’는 악하다는 흑백논리까지 겹쳐져 의견 대립이 심해졌다.
사실 동네 의원부터 종합병원까지 영리를 추구하지 않는 곳은 없다. 우리나라 의료기관의 80% 이상이 수익을 본인이 챙겨가는 개인 의원이다. 그러나 법적으로는 모두 ‘비영리병원’으로 지정돼 있다. 병원 설립 주체가 의사와 정부·지자체, 학교법인 등 비영리 기관으로 제한돼 있기 때문이다.
비영리병원은 회계상 수익을 남기면 안 된다. 그러니 대규모 시설투자를 하기 어렵다. 대부분 선진국은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20% 안팎의 투자개방형 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복지 선진국 스웨덴이나 무상의료 원조국 영국에도 있다.
일부에서는 이런 방식이 국내 의료체계를 왜곡시켜 의료비가 폭등하고 부유층만 좋은 진료를 받게 된다며 반대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진료비 폭등이나 의료체계 훼손 가능성은 아주 낮다고 평가하고 있다. 특히 한국 의료체계의 근간인 건강보험 제도가 무너질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투자개방형 병원은 민간보험을 쓰기에 건강보험 재정을 축내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좌파단체들이 투자개방형 병원 등에 ‘영리병원’이라는 명칭을 고집하는 속내는 뻔하다. 의료산업을 가진 자와 못가진 자의 프레임에 가둬놓음으로써 현재 누리고 있는 기득권을 향유하겠다는 것이다. 그사이에 의료기술과 서비스가 뒤처지거나 제자리걸음을 하는 것은 안중에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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