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의 굴욕'…통화가치 하락 2위
美·日 금리정책 '엇박자' 때문
6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올해 1~3월 엔화 가치는 5.7% 하락했다. 통화가치가 11.7% 떨어진 러시아 루블에 이어 두 번째로 낙폭이 컸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1개월간 엔화 가치는 6.9% 급락했다. 국가신인도 하락으로 곤경에 처한 터키 리라(-3.3%)보다 하락폭이 컸다.
엔화 급락의 직접적인 원인은 미국과 일본 중앙은행의 상반된 금융정책이다. 일본은행은 공개시장운영을 시행해 장기금리를 연 0.25% 이내로 억제하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급등하는 물가와 싸우기 위해 기준금리를 올리기 시작한 것과 대조적이다.
산업 구조 변화도 ‘엔저(低)’의 한 요인으로 꼽힌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일본 제조업체들이 엔화 가치 상승을 피해 해외로 나간 이후 수출은 줄고 원유 등 원자재 의존도는 급증했다. 올 들어 국제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일본의 경상수지가 적자로 전환하면서 엔화 가치 하락세는 더 가팔라졌다. 지난 1월 일본의 경상수지 적자는 1조1887억엔으로 역대 두 번째로 많았다.
올해 중반 달러당 엔화 가치가 135엔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2000년 이후 미·일 금리 차가 1%포인트 벌어지면 엔화 가치는 8엔 떨어졌다. 우노 다이스케 미쓰이스미토모은행 수석전략가는 “현재 2%포인트인 미·일 장기금리 차가 올여름 3.3%포인트까지 확대될 것”이라며 “달러당 엔화 가치가 20년 만의 최저치인 135엔까지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국제 투자자금이 선진국 가운데 성장률이 가장 저조한 일본을 외면하면서 엔화의 위상 저하를 가속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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