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우려 커지는 새 정부 금융정책
“기대가 컸는데 갈수록 걱정이 많아집니다.”

한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가 털어놓은 말이다. 윤석열 정부 출범을 앞두고 다른 금융사 CEO들도 비슷하게 느낀다고 했다. 금융당국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와 간담회를 하고 차기 정부의 금융정책 방향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선 가계부채 문제와 글로벌 금융시장 리스크, 금융산업 발전을 위한 지원 방안 등이 다뤄졌다. 윤석열 당선인은 ‘금융 소비자 보호’를 가장 중요한 금융 공약으로 내세웠다. 가계대출 규제 완화와 예대금리차 축소, 예대금리 공시제도 등이 핵심이다.

규제 완화 기대감 높지만

금융업계가 새 정부에 가장 큰 기대를 걸고 있는 건 대출 규제 완화다. 지역에 관계없이 담보인정비율(LTV)이 70%로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지금은 지역별로 40~60% 차등 적용된다. 생애 최초 주택 구매자를 대상으로 LTV를 최대 80%까지 적용하는 방안도 구체화될 전망이다.

금융당국이 금융회사를 대상으로 시행하고 있는 가계대출 총량 규제도 차츰 풀릴 것으로 관측된다. 신용대출을 연 소득 이내로 제한하는 조치와 은행별 가계대출 증가율을 금융당국에서 관리하는 강력한 대출 규제도 완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예상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코로나19 사태 속에 급증한 가계부채 문제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가계빚이 1800조원을 넘어선 상황에서 섣불리 규제를 완화하면 금융시장 불안정성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인수위가 당분간 소득에 따라 대출 한도를 제한하는 차주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손대지 않기로 한 것은 이런 사정을 고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예대금리차 공시제’와 대출금리 원가 공개를 놓고선 벌써부터 논란이 커지고 있다. 최근 대출금리가 급등하자 인수위는 은행들을 압박하기 위해 구체적인 시행 방안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금융권뿐 아니라 대부분 전문가도 이들 공약에 부정적이다. 공시제는 실효성이 떨어지고 원가 공개가 반드시 금리 인하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논란 가열되는 당선인 공약

은행들은 이미 은행연합회를 통해 대출금리 산정 방식을 공개하고 있다. 줄세우기를 한다고 해서 대출금리가 내려가긴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 대출금리 산정 때 주요 기준인 가산금리의 세부 원가를 함께 공개하는 방안도 거론되지만, 영업비밀도 포함돼 있어 당선인이 강조하는 시장경제 원칙에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온다.

당선인이 약속한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부산 이전을 두고선 직원들과 노조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국책 은행의 지방 이전은 대선 때마다 나오는 단골 메뉴다. 지역 균형발전을 이루겠다는 취지에서다. 이번엔 당선인이 직접 나섰다. 하지만 그 효과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비슷한 목적으로 공공기관 153곳이 지방으로 옮겼지만 해당 지역경제에 도움이 됐는지는 의문이다.

특히 공적수출신용기관(ECA)으로 금융 분야 외교 역할을 하는 수은 이전엔 반대의 목소리가 크다. 전문가들은 “수은을 지방으로 옮기면 금융 외교 기능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며 “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외화자금 조달도 국내외 네트워크가 중요한 만큼 지방에선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새 정부는 이들 정책이 시장과 금융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면밀하게 점검해야 한다. 당선인은 이미 경제6단체장들과 만나 기업들의 애로사항을 들었다. 금융권과도 만나 목소리를 직접 들어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