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메모리 반도체 회사인 마이크론이 데이터센터 수요가 탄탄하다며 긍정적인 반도체 전망을 내놨다. 마이크론뿐만 아니라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투자 심리까지 개선될지 주목된다.

마이크론 2분기 어닝 서프라이즈

깜짝 실적 낸 마이크론 "D램 수요 탄탄"
마이크론은 29일(현지시간) 장 마감 후 2022회계연도 2분기(12월 3일~3월 3일) 기준 실적을 발표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5% 늘어난 78억달러, 영업이익은 119% 증가한 28억달러를 기록했다. 순이익은 24억달러였다. 증권사 실적 추정치(매출 76억달러, 영업이익 25억달러)를 웃도는 수치다. 실적에 대한 기대감으로 마이크론 주가는 이날 2.74% 오른 82.0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후 시간외거래에서 3.9% 추가 상승했다.

작년 하반기께부터 월가에선 메모리 반도체 업황에 대한 비관론이 득세했다. ‘메모리 반도체 겨울론’을 주장하는 애널리스트들도 있었다. 코로나19 기간에 재택근무와 함께 늘어난 노트북 수요가 줄어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대신 출퇴근이 시작되면서 기업용 PC와 데스크톱 PC 수요가 살아났다.

마이크론은 여기에 더해 “데이터센터 서버 투자 역시 여전히 강세를 보이고 있다”고 했다. 산제이 메로트라 최고경영자(CEO)는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지난해 데이터센터는 모바일 시장을 제치고 메모리와 스토리지 분야에서 최대 시장이 됐다”며 “데이터센터 수요 성장세는 향후 10년간 전반적인 메모리와 스토리지 시장 성장세를 웃돌 것”이라고 말했다.

“데이터센터 수요 늘고 있다“

장밋빛 시장 전망도 이어졌다. 회계연도 기준 3분기(3월 4일~6월 초)에 85억~89억달러 규모의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시장 전망치(82억달러)를 훌쩍 넘는 수치다. 마이크론은 대체로 낙관적인 시장 전망을 내놓는 경향이 있다. ‘큰손’ 고객인 글로벌 서버 업체들은 반도체 공급사를 상대로 제품 구매 시점과 가격을 두고 ‘눈치게임’을 하고 있다. 이런 시기에 앞으로의 반도체 수요는 좋을 것이라고 예상되고, 반도체 가격도 반등에 성공할 것이라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고객사들이 계약을 앞당기도록 하기 위해서다.

메로트라 CEO는 올해 D램은 10%대 중후반, 낸드플래시는 30%가량의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비메모리 반도체 부족 현상이 하반기로 갈수록 점차 개선되면 이는 메모리 업황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다만 일부 비메모리 반도체의 경우 예상하는 속도만큼 수급 개선이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전제했다.

장기적으로는 데이터센터 수요와 5G(5세대) 스마트폰 채택, 차량·산업용 제품이 수요를 견인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해 생산에 부정적인 타격은 없을 것으로 예상하지만, 원자재 확보를 위해 원가가 올라갈 가능성은 있다고 언급했다.

마이크론의 실적 발표 및 전망은 국내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을 가늠하는 지표가 된다. 홍콩계 증권사 CLSA는 “PC 부문에서는 기업용 PC와 데스크톱 PC 수요가 강하고, 신규 중앙처리장치(CPU) 출시 및 대규모 설비 투자 확대로 데이터센터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며 “올해 의미 있는 수급을 이끌어낼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마이크론과 경쟁 관계에 있는 삼성전자(목표주가 10만5000원), SK하이닉스(18만원)에 대한 매수 의견도 유지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