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세라티 기블리 하이브리드/ 사진=신현아 기자
마세라티 기블리 하이브리드/ 사진=신현아 기자
마세라티 최초의 전동화 모델 기블리 하이브리드(HEV)는 "엔진을 포기할 수 없다"는 기조를 최근까지 유지한 마세라티의 변화가 반영된 기념비적 모델이다. 과감한 변화보다는 기존 마세라티의 DNA가 유지된 덕분에 효율성은 확보하면서도 감성은 남아있게 됐다.

지난달 16일 기블리 하이브리드를 타고 서울 도심 곳곳 30km를 주행했다. 기블리 하이브리드는 기본형, 그란루소·그란스포트 3가지 트림으로 출시된다. 그란루소와 그란스포트 두 트림의 차이는 등급이 아닌 방향성에 있다. 그란루소는 럭셔리를 지향하는 트림이며 스포트는 스포츠카 본연에 충실한 차다. 시승은 기본형 모델로 진행했다.

이번 기블리 하이브리드의 특징 중 하나는 가격이다. 일반적으로 하이브리드차는 전기 모터와 배터리가 추가되면서 기존 내연기관차보다 가격이 뛰지만 이 차는 오히려 하이브리드차가 1000만원가량 싸다. 가격은 트림에 따라 1억1450만~1억2150만원으로 책정됐다.
하이브리드는 거들뿐, 감성은 그대로…마세라티 기블리 HEV [신차털기]
운전석에 오르면 시트 포지션이 낮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시트를 최대치로 올려도 전방 시야가 스티어링 휠에 일부 가려진다. 스티어링 휠을 조정해도 가리는 건 마찬가지다. 운전자 키가 작다면 주행할 때 불편할 수 있는 지점이다. 비슷한 맥락에서 손이 작은 사람이라면 스티어링 휠을 쥐고 있는 상태에서 방향지시등 레버 조작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스티어링 휠과 레버 간 거리가 꽤 있는 편이다.

차는 매끄러우면서도 묵직하다. 공차중량이 무려 2t이 넘는 차인 만큼 날렵하기보다는 단단하게 치고 나가는 맛이 있다. 고속에서도 안정적이며 노면에 착 붙어가는 느낌에서 오는 주행 재미도 있다. 민첩함 역시 살아있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는 5.7초 만에 도달한다. 기존 3000cc 6기통 엔진의 내연기관 차량(5.5초)과 유사한 수준이다.
파란색 디테일이 더해진 C필러쪽 엠블럼/ 사진=신현아 기자
파란색 디테일이 더해진 C필러쪽 엠블럼/ 사진=신현아 기자
이 차에는 2L 4기통 터보차저 가솔린 엔진이 탑재됐다. 여기에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더해지는 구조다. 친환경성을 채택하면서 엔진은 기존 3L 6기통 엔진에서 다운사이즈됐지만 '터보차저', '이부스터' 등의 장치가 부족함을 메워 아쉽지 않다. 이부스터는 낮은 엔진회전수(RPM)에서도 힘 있게 차가 굴러갈 수 있도록 하는 장치다. 스포츠 모드에서 엔진이 최대 효율에 달했을 때 추가적 부스트를 제공하는 역할도 한다.

특히 스포츠 모드로 전환하면 차의 매력이 배가 된다. 스티어링 휠이 단단해고 예민한 차로 바뀐다. 노멀 모드에서 기존 내연기관 모델 대비 다소 차분했던 배기음도 만족스러운 수준으로 변한다.

기블리 하이브리드의 최고 출력은 330마력, 최대 토크는 46kg·m다. 기존 3L 6기통 가솔린 기블리(330~350마력)와 차이가 크지 않다. 물론 기블리 최상급 버전 트로페오(최고 출력 580마력, 최대 토크 74kg·m)에 비해선 떨어진다. 그럼에도 50~60km/h를 주행하는 일상용으로는 넘치는 성능이다.

공인 연비는 하이브리드 시스템 영향으로 L당 9km 수준이다. 높은 수치는 아니지만 기존 가솔린 모델의 연비(7.7km/h)와 비교하면 효율이 상당히 좋아졌다. 도심 위주 주행을 했지만 1박2일 시승 이후 확인한 연비는 11km/L 후반대였다.
마세라티 기블리 하이브리드 실내/ 사진=신현아 기자
마세라티 기블리 하이브리드 실내/ 사진=신현아 기자
가솔린 모델과 내관이나 외장의 큰 차이는 없다. 후면 램프 디자인에 변화를 줬고 파란색 포인트를 에어밴트, 엠블럼, 캘리퍼에 가미해 친환경차라는 정체성을 드러낸 정도다. 부메랑이 연상되는 리어 램프 디자인은 기존 모델보다 슬림해져 세련된 인상을 준다. 마세라티의 전설적인 모델 3200GT와 알피에리 콘셉트카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실내 인테리어 분위기는 전반적으로 당당하면서도 고급스럽다. 가장 큰 변화는 디스플레이 크기, 성능이다. 기존 8인치에서 10인치로 크기가 커졌으며 베젤이 두껍지 않아 10인치보다 커 보이는 효과도 있다. 화질이 좋아졌고 터치 반응 속도도 빨라졌다.

자주 사용하는 공조장치를 물리 버튼으로 남겨둔 건 좋은 선택으로 보인다. 첨단화가 이뤄지면서 터치 버튼을 도입하는 차량이 늘고 있지만 주행할 때 직관적이지 않은 터치 버튼은 불편 요소가 되기도 한다. 온도 조절이 된 건지, 바람 세기가 줄어든 건지 등 눈으로 확인해야 하는 과정에서 전방주시가 어렵기 때문이다.
파란색 디테일이 가미된 에어밴트/ 사진=신현아 기자
파란색 디테일이 가미된 에어밴트/ 사진=신현아 기자
전장이 5m에 육박하고 휠베이스(축간거리)는 3m 수준으로 짧은 편이 아니지만 실내 공간은 상당히 좁다. 특히 뒷좌석 여유가 없다. 성인 남성이 타면 불편할 정도의 공간감(헤드룸·레그룸)이다. 4도어 세단이지만 패밀리카로선 활용도가 낮다고 판단된다. 반면 트렁크는 널찍하다. 공간이 트렁크 쪽에 많이 할애해 용량이 500L다.

자체 내비게이션은 없다. 대신 안드로이드 오토·애플 카플레이 휴대폰 무선 연결이 가능해 티맵 내비게이션, 음악 감상 등이 가능하다. 많은 사람들이 지적하는 편의사양 부재는 역시 아쉬움으로 남는다. 1억원대 차량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서라운드 뷰 기능, 헤드업 디스플레이가 없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