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총장, 사전투표 논란에 아들 문제 불거지자 사퇴…선관위 지선 코앞 사면초가
상임위원단, 노정희 위원장에 거취표명 요구…내일 회의 주목
선관위원 2명 공석에 사무총장도 사퇴…위원장도 거취 압박(종합)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김세환 사무총장이 16일 대선 사전투표 부실관리에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면서 중앙선관위가 총체적 난국에 처한 모습이다.

정부 말기 선관위원 9명 중 2명이 공석인 상황에서 선거관리 실무를 총괄하는 사무총장도 옷을 벗으면서 70여 일 남은 6·1 지방선거 준비에 차질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노정희 중앙선관위원장에 대한 안팎의 사퇴 압력도 높아지는 분위기다.

김 사무총장은 이날 낮 중앙선관위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사전투표 부실관리 사태와 관련해 그 책임을 통감하고 사죄드린다"면서 사의를 밝혔다.

중앙선관위 사무총장이 선거관리 문제로 사퇴한 것은 사실상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선관위는 코로나19 확진자 폭증이 예고됐음에도 미흡한 예측과 안일한 인식, 주먹구구식 대처로 지난 5일 확진·격리자 사전투표가 '소쿠리 투표'란 오명을 받게 했다는 거센 비판을 받았다.

대선이 끝난 이후에도 정치권을 중심으로 선관위 책임론은 이어졌다.

이런 가운데 김 사무총장은 지난 2020년 1월 지역선관위로 이직한 아들의 채용·승진·출장에 대한 특혜 논란까지 전날 제기되자 임기를 7개월 남기고 사의를 표했다.

이러한 과정에 특혜 소지가 없었다는 것이 선관위 설명이지만 이해충돌 소지가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선관위원 2명 공석에 사무총장도 사퇴…위원장도 거취 압박(종합)
독립된 헌법기관인 선관위는 선거 '심판' 역할을 하는 선관위원 정원도 채우지 못한 채 대선을 치른 데 이어 사무총장까지 사전투표 부실관리 사태로 사퇴하면서 사면초가에 놓인 상황이다.

중앙선관위원은 대통령 임명 3명, 국회 선출 3명, 대법원장 지명 3명까지 총 9명으로 구성된다.

이들은 전체 회의를 열어 공직선거법 위반 여부를 판단한다.

선관위원은 현재 '7인 체제'로 운영 중이다.

국민의힘으로부터 친여 성향이라는 비판을 받았던 조해주 전 선관위 상임위원이 지난 1월 임기 문제로 논란을 빚다 사퇴한 뒤 청와대가 후임을 발표하지 않아 공석이다.

국민의힘 추천 몫인 문상부 선관위원 후보자도 곧이어 후보자직에서 사퇴했다.

노정희 중앙선관위원장도 안팎에서 사퇴 압력을 받고 있다.

노 위원장은 현직 대법관으로 2020년 11월부터 겸직하고 있다.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는 이날 페이스북 글에서 김 사무총장 사퇴 소식에 "부실 선거의 원흉인 노 위원장을 살리기 위한 꼬리 자르기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은 그동안 선관위가 현 여권에 편향적이라며 노 위원장을 특히 겨냥해왔다.

허은아 수석대변인도 구두 논평에서 "무능과 편향으로 일관했던 노정희 선관위원장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데 선관위원장의 명(命)에 움직이는 사무총장이 그만둔다 한들 무엇이 달라지겠는가"라며 노 위원장 사퇴를 촉구했다.

선관위 내부에서도 노 위원장에 대한 비판 여론이 일고 있다.

각 시·도 선관위를 책임지는 상임위원 17명 중 13명과 중앙선관위 소속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 상임위원 2명 등 총 15명의 상임위원은 이날 입장문을 발표하고 노 위원장에 대국민 사과와 거취 표명을 요구했다.

이에 따라 노 위원장이 오는 17일 김 사무총장 사직서 처리를 위해 소집한 선관위원 전체회의에서 관련된 입장을 표명할지 주목된다.

전국 단위로 치러지는 지방선거가 임박한 만큼, 해당 회의에서는 후임 사무총장이 바로 임명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무총장은 선관위원 의결을 거쳐 위원장이 임명하는데 통상 사무차장이 내부 승진하는 게 관례다.

다만 국민의힘에서는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노 위원장이 새 사무총장을 임명하면 이 또한 임기 말 '알박기 인사'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선관위가 총체적 위기에 직면하면서 전국적으로 치러지는 지방선거에서 엄정하고 중립적인 선거 관리가 이뤄질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어느 때보다 선관위를 불신하는 여론도 높아진 데다 선거 현장에서 필수적인 기초지자체의 원활한 협조를 끌어내기도 어려워 보이는 상황이다.

이재오 국민의힘 상임고문은 이날 저녁 KBS라디오에서 "선관위원 7명이 전원 사표를 내야 한다"면서 "이대로 끌고 가면 국민이 선관위를 안 믿는다.

선거 끝나면 만날 부정선거(의심) 소리가 나온다"고 지적했다.

민주당도 김 사무총장의 사퇴 소식에 "사퇴는 당연하다"면서 중앙선관위가 쇄신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고용진 수석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에서 "선관위의 미흡한 사전투표 관리는 국민의 뜨거운 사전투표 열기에 찬물을 끼얹었다"면서 "그런데도 오히려 반성 없는 태도로 국민을 크게 실망하게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중앙선관위는 주권자의 신성한 참정권 행사에 다시는 논란이 제기되질 않도록 면밀한 대책을 세우라"고 촉구했다.

선관위는 대선이 끝나자마자 지방선거 준비에 돌입했지만 악화한 여론과 김 사무총장의 사퇴, 노 위원장의 거취 논란 등으로 뒤숭숭한 분위기다.

노 위원장 등 수뇌부를 향한 각계각층의 고발이 이어지는 것도 부담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