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전투표함 감시 > 20대 대통령선거를 이틀 앞둔 7일 경기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내 CCTV 통합관제센터에서 선관위 관계자가 우편투표함 보관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김병언 기자
< 사전투표함 감시 > 20대 대통령선거를 이틀 앞둔 7일 경기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내 CCTV 통합관제센터에서 선관위 관계자가 우편투표함 보관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김병언 기자
20대 대통령선거를 이틀 앞둔 7일까지 여야 간 폭로와 반박이 이어졌다. 경기 성남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의 핵심 당사자인 김만배 씨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를 통해 대장동 관련 부산저축은행 부실 대출 사건을 무마했다는 취지의 육성 녹취가 공개되면서다. 더불어민주당은 “윤 후보가 대장동의 씨앗”이라고 비판했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는 “(이 사안을) 널리 알려달라”며 공세에 가세했다. 국민의힘은 “명백한 허위”라며 “이 후보가 공범”이라고 반박했다.

與 “尹, 국민 앞에 석고대죄하라”

이 후보는 이날 부산 유세에서 “4만 명에 가까운 피해자를 양산한 부산저축은행 사건과 대장동 사건의 진실이 함께 드러나고 있다”며 “거짓은 참을 이길 수 없다. 위대한 국민의 현명한 판단을 믿는다”고 말했다. 윤 후보가 부산저축은행 부실 대출 수사를 무마하면서 대장동 사건을 키웠다는 주장이다. 이 후보는 전날 SNS에 김씨의 녹취록을 공개한 기사를 게시하면서 “적반하장, 후안무치의 이 생생한 현실을 널리 알려달라”고 글을 썼다.

전날 한 언론사는 김씨가 박영수 전 특검과 윤 후보를 통해 부산저축은행 부실 대출 사건을 무마했다는 취지의 녹취록을 공개했다. 녹취록에서 김씨는 “(수사 무마를 위해) 박 전 특검을 소개시켜줬는데, 당시 (부산저축은행 대출 브로커인) 조우형에게 대검에서 부르면 커피 한잔 마시고 오라고 했다”며 “갔더니 윤석열 당시 수사과장이 ‘니가 조우형이야’라고 묻고 주임 검사가 커피를 주더니 사건이 없어졌다. 그냥 봐줬다”고 말했다. 김씨는 “(대장동) 땅값이 올라가니 이 후보가 ‘터널도 뚫어라’ ‘배수지도 하라’고 했다”며 “내가 욕을 많이 했다. ‘× 같은 ××’ ‘공산당 같은 ××’라고 했더니 성남시 의원들이 말렸다”고 했다. 말 자체만 보면 이 후보가 ‘대장동 게이트’의 몸통이라던 주장과 배치되는 내용이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에서 “드디어 ‘왜 대장동의 몸통이 윤 후보와 박 전 특검인지’가 증명되는 김씨의 녹취록이 공개됐다”며 “대장동 종잣돈이었던 부산저축은행 부실 대출을 윤 후보가 봐줬다는 실체가 드러났다”고 말했다.

민주당 소속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들도 이날 서울 여의도동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불법 비리를 눈감아준 자가 대장동 특혜의 씨앗”이라며 “윤 후보는 지금 당장 국민 앞에 석고대죄하고 조건 없는 특검을 수용하라”고 공격했다. 지체·조건·성역 없는 ‘3무(無) 특검’으로 실체를 밝히겠다고 국민의힘을 압박했다.

국민의힘 “제2의 김대업, 생태탕 ‘공작’”

국민의힘은 “범죄자의 녹취록으로 왜곡 선동한다”며 강력 반발했다. ‘제2의 김대업’ ‘생태탕 사건’이라며 민주당의 공작 의혹을 제기했다.

윤 후보는 경기 하남 유세에서 “정권이 바뀌면 김만배 일당이 받아먹은 8500억원이 누구 주머니로 들어갔는지 낱낱이 드러난다”며 “그래서 다시 국민의 주머니로 환수시켜야 한다”고 했다. 이 후보가 ‘대장동 몸통’이라는 주장을 이어가면서 지지층 결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확대선거대책본부 회의에서 “아니면 말고 식 의혹 제기가 도를 넘고 있다”며 “이 후보의 수준에 딱 맞는 적반하장”이라고 말했다. 권영세 국민의힘 선대본부장도 “민주당은 마타도어 말고는 보이는 게 없는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며 “지난해 4·7 재·보선 당시 끝까지 생태탕에 매달리고 이긴다는 허황된 소리를 늘어놓다가 대패했는데 여전히 정신을 못 차린 것 같다”고 비판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폭로를 두고 의견이 분분했다. 민주당이 역전의 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란 평가가 있는 반면 때늦은 폭로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미 사전투표까지 마친 데다 발언의 신뢰성 문제도 있어 유권자들의 표심 변화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란 얘기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번 대선은 폭로전으로 시작해서 폭로전으로 끝나는 최악의 네거티브 선거”라며 “지지층 결집에 도움이 될지 모르겠지만 결국 국론 분열만 가속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동훈 기자 lee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