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임원 간담회·SKT 아폴로 직원 서신서 강조…"기회-시간 얼마 남지 않아"
'발상 전환·혁신' 역설…딥체인지 사례로 계열사 벽 허문 '공유 인프라' 거론

미래 먹거리로 탄소중립·인공지능(AI)을 꼽고서 이를 직접 챙기고 있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최근 부쩍 '스피드'를 강조하고 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종식 이후 탄소중립과 AI가 향후 생존을 좌우할 중요한 '경영 화두'라는 판단에 따라 임직원들에게 더욱 속도감 있게 업무에 임할 것을 주문하고 나섰다.

최태원, 탄소중립·AI '스피드' 주문…"햇볕 있을 때 속도 내야"
7일 재계에 따르면 최 회장은 지난달 신임 임원들과 진행한 화상 간담회에서 "탄소중립은 반드시 실현해야 할 과제이자 사업 포트폴리오와 목적을 바꿔나갈 새로운 기회"라고 말했다.

최 회장은 '탄소중립의 경우 조기 달성이 쉽지 않은 도전'이라는 임원들의 의견에 공감하면서도 "(기존 석유화학 사업들이 아직 수익을 창출하는 등) 햇볕이 비치고 있을 때 바꿔야 한다"며 탄소감축 사업의 '타이밍'을 언급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나중에는 바꿀 힘도 없어 문을 닫는 상황에 이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최 회장이 SK하이닉스 인수 이후 비교적 안정을 찾아가던 2016년 기업의 '돌연사'(Sudden Death) 가능성을 경고하며 '딥 체인지'(Deep Change·근본적 혁신)를 촉구한 것과 결이 같은 발언이라는 게 SK그룹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최 회장은 "우리 그룹이 많은 변화와 혁신을 거듭하고 있지만 충분하지 않다"며 "좀 더 속도를 내 기존에 없던 것을 만들어 달라"고 당부했다.

최 회장은 올해 초 신입사원 817명과 한 대화에서도 탄소감축 필요성을 설명하며 "어느 계열사에서 업무를 하든 한 식구로 참여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최태원, 탄소중립·AI '스피드' 주문…"햇볕 있을 때 속도 내야"
최 회장의 속도전 주문은 AI 분야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그는 최근 SK텔레콤 무보수 미등기 회장을 맡자마자 사내 AI TF인 '아폴로' 구성원들에게 보낸 첫 편지에서 그룹의 가장 큰 과제 중 하나로 AI 사업을 꼽았다고 한다.

최 회장은 "SK텔레콤이 과거 이동통신 분야에서 수많은 세계 최초의 역사를 쓴 ICT 혁신의 상징과도 같은 기업이었지만 시장의 인식은 여전히 거기에 머물러 있다"고 진단한 뒤 "아폴로가 AI 컴퍼니로 가는 시작점이 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최 회장은 특히 "이번이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는 마음으로 모든 것을 쏟아부어야 한다"면서 "서비스를 지금보다 훨씬 더 빠르게 발전시킬 수 있는 체계로 재정비해야 할 시점이며 도전을 위한 기회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주문했다.

최태원, 탄소중립·AI '스피드' 주문…"햇볕 있을 때 속도 내야"
최 회장은 발상의 전환을 통한 딥 체인지도 끊임없이 강조하고 있다.

신임 임원 간담회에서는 딥 체인지의 한 예로 '공유 인프라'를 들었다.

그는 "코로나19 이후 기존 건물과 책상 등 하드웨어적 인프라들이 예전과 같은 역할을 하겠느냐"고 물으면서 "관계사들이 왜 각자 빌딩을 갖고 있는지, 서로 빌딩을 공유하면 안 되는 건지 등에 의문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변화된 환경에 맞게 정보를 공유하고 효율성을 높이고 네트워킹을 넓히려면 기존의 벽을 깨는 시도와 변화가 요구된다"고 당부했다.

이와 관련, SK는 현재 관계사들 사이의 벽을 허물어 친환경 분야 연구개발 및 사업 인력·역량을 결집하는 '그린테크노캠퍼스'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경기도 부천대장신도시 내 약 9만9천㎡의 부지에 대규모 인프라를 조성, 7개 관계사의 친환경 사업 분야 연구개발 인력 3천명을 최적으로 배치해 시너지를 창출한다는 계획이다.

SK그룹은 또 올해 안에 서울 종로타워에 '그린캠퍼스'를 마련해 관계사마다 흩어져 있는 녹색 사업 관련 부서를 한곳에 모으는 작업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유 오피스는 SK 주요 관계사들이 2019년부터 시행 중이다.

구성원들이 매일 자율적으로 근무할 좌석을 선택할 수 있으며, 비대면 업무 인프라를 바탕으로 운영된다.

SK의 한 관계자는 "이러한 공유 오피스는 코로나19 초기부터 재택근무를 선도적으로 도입할 수 있는 기반이 됐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