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세 7년 뒤 검찰 직권 재심청구…법원 "전두환 헌정질서 파괴 저항"
'신군부 반대집회' 유갑종 前의원, 42년 만에 재심서 무죄
1980년 전두환 등 신군부에 대항하는 집회를 주최해 징역형을 받았던 유갑종(1933∼2014) 전 국회의원이 사후 7년 만에 열린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법 형사5단독 정인재 부장판사는 포고령 위반 혐의로 기소된 유 전 의원의 재심에서 이달 3일 무죄를 선고했다.

1980년 군사 법정에서 유죄를 확정받은 지 42년 만이다.

유 전 의원은 1970∼1980년대 제8대(신민당)와 제12대(신민주당·신민당) 의원을 지냈다.

유신 정권에서는 긴급조치 위반으로 옥고를 치렀다가 추후 사면·복권됐다.

그는 민주통일당 산하 통일위원회 의장을 지내던 1980년 5월 11일 오후 전북 정읍군(현 정읍시) 정읍역 광장에서 신군부를 비판하는 취지의 미허가 집회를 개최한 혐의로 기소됐다.

유 전 의원은 소속 정당원들을 통해 광장에 '유신 동반자 자숙하고 잔재 세력 자폭하라' 등이 적힌 플래카드를 내걸고 같은 내용의 유인물을 배포하는 한편 "김대중 선생 환송 모임이 있으니 플래카드 앞에 모이라"고 외쳐 청중 30여명이 모인 '유신 동반자 규탄 대회'를 연 혐의를 받았다.

사건 당일 정읍에서는 동학농민운동을 기념하는 '갑오동학기념제'가 열렸다.

당시 재야 핵심 민주인사이던 김대중 전 대통령이 이 행사에 참여한 뒤 열차를 타고 상경한다는 소식을 듣고 많은 사람이 광장에 모인 상황이었다.

같은 해 7월 계엄보통군법회의는 유 전 의원에게 징역 8개월을 선고했고, 그해 11월 육군고등법원회의에서 항소가 기각되면서 형이 확정됐다.

검찰은 이후 40여년 만인 지난해 5월 그의 행위가 헌정질서 파괴 범행에 저항한 경우라고 보고 직권으로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다.

재심 재판부는 '1979년 12월 12일과 1980년 5월 18일을 전후해 발생한 헌정질서 파괴의 범행을 저지하거나 반대한 행위는 정당행위로서 범죄가 되지 않는다'는 5·18 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 조항을 참조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공소사실 행위를 한 시기와 상황, 동기와 경위, 내용과 방법 등을 종합하면 전두환 등의 헌정질서 파괴범죄에 저항해 자유민주주의 기본질서 및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기 위한 행위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