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우리 경제가 물가는 뛰면서 경기는 침체하는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이 경우 고용시장은 악화할 것이란 게 경제학자들의 진단이다. 9일 서울 도화동 서부고용복지센터에서 시민들이 실업급여 상담을 받고 있다. /김범준 기자
올해 우리 경제가 물가는 뛰면서 경기는 침체하는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이 경우 고용시장은 악화할 것이란 게 경제학자들의 진단이다. 9일 서울 도화동 서부고용복지센터에서 시민들이 실업급여 상담을 받고 있다. /김범준 기자
한국이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질 수 있다는 경제학계의 경고가 나왔다. 물가 급등이 지속되는 가운데 경기는 침체 국면에 접어들 가능성이 있다는 진단이다.

장용성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9일 ‘거시경제 환경의 구조적 변화 - 생산, 고용, 물가의 관계를 중심으로’라는 주제의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장 교수는 이 보고서를 10~11일 한국경제학회 주관으로 열리는 ‘2022 경제학 공동학술대회’ 제1전체회의에서 발표한다. 장 교수는 미국 리치먼드연방은행 선임경제학자와 로체스터대 경제학과 교수를 지냈으며, 지난해 한국경제신문사가 시상하는 제40회 다산경제학상을 받은 국내 대표 경제학자다.

그는 “한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3%대로 미국 등과 비교해 낮은 만큼 문제가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며 “하지만 집값 등 자가 주거비(자기 집을 임차해 산다고 가정했을 때의 비용) 등을 반영한 체감물가는 심각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장 교수는 이처럼 뜀박질하는 물가가 고용·생산을 억제할 공산이 크다고 분석했다. 근로자가 물가 오름세를 반영해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기업은 불어난 인건비를 고려해 고용을 줄이고 제품 가격을 높일 수 있다는 얘기다. 그는 ‘인플레이션 상승→임금 상승→고용 감소·제품값 상승→인플레이션 상승’으로 이어지는 악순환 고리가 생길 것을 우려했다.

장 교수는 “미국 중앙은행(Fed)은 19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에 대응해 기준금리를 큰 폭으로 올렸다”며 “이 같은 대응으로 인플레이션 우려는 30년 동안 수면 아래로 내려갔고 성장의 기반을 다졌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은행이 최근 치솟는 물가에 맞서 금리 인상에 나선 것은 적절한 대처”라고 평가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