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유권 주장 강화 흐름 연장선, 분쟁지역 이미지 선전 전략 가능성
2012년 이명박 독도 방문 땐 강한 반발
日, 12년 전엔 조용하더니 '경찰청장 독도방문에 반발' 배경은
일본이 김창룡 경찰청장의 독도 방문을 문제 삼아 국제무대에서 파열음을 내면서 그 배경이 의문을 낳고 있다.

17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열린 한미일 외교차관 협의 후 3국은 공동기자회견을 하기로 돼 있었으나 일본이 김 청장의 독도 방문을 이유로 회견을 거부해 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만 발언자로 나선 가운데 회견이 열렸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마쓰노 히로카즈(松野博一) 관방장관은 이날 오전 정례 기자회견에서 "이번 다케시마(竹島·일본이 주장하는 독도의 명칭)를 둘러싼 사안에 대해 우리나라의 입장에 비춰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어 한국 측에 항의하는 가운데 공동 기자회견을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독도와 관련해 일본이 반발한 대표적인 사례로는 2012년 8월 이명박 당시 대통령의 독도 방문을 꼽을 수 있다.

당시 일본 정치권에선 국제사법재판소(ICJ) 제소 주장이 나왔고 주 히로시마(廣島) 한국총영사관에 벽돌이 투척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훨씬 급이 낮은 경찰청장이 방문한 것이라서 외교가에서는 일본의 반발을 언뜻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마저 나온다.

경찰청장의 독도 방문은 이번이 처음이 아닌데 일본이 강하게 불만을 표시했다는 것도 특이하다.

2009년 10월 강희락 당시 경찰청장이 독도를 방문해 경비대원과 식사를 함께 하고 격려한 바 있으나 한일 간 외교 이슈로 부상하지 않았다.

당시 일본은 옛 민주당이 총선에서 승리해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내각이 출범한 직후였고 현재의 집권 세력인 자민당은 야당으로 전락해 있었다.

일본이 양자 외교 채널이 아닌 다자 외교 현장에서 불협화음을 연출하면서까지 의사를 표명한 점도 눈에 띈다.
日, 12년 전엔 조용하더니 '경찰청장 독도방문에 반발' 배경은
일본이 독도에 대한 불만을 지닌 것은 오래된 일이다.

최근에는 역사 갈등까지 중첩하면서 한일 관계가 악화한 상황에도 일본이 한미일 공조를 매우 중시한 점에 비춰보면 이날 대응은 결이 달라 보인다.

일단 일본의 이번 행동은 2012년 12월 자민당 재집권 후 노골화된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의 연장선에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그간 일본은 독도가 자국 고유의 영토이며 한국이 불법 점거하고 있다는 주장을 교과서에 싣거나 일선 학교에서 가르치도록 학습지도요령을 개정하는 등 한국의 영토 주권과 대립하는 방향으로 교육 제도를 개편했다.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열도를 둘러싼 중국과 일본의 대립이 격렬해지면서 일본 내에서는 영토 관련 문제에 강력히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이 자민당을 중심으로 힘을 얻었다.

센카쿠와 맞물려 독도에 대한 일본의 일방적 주장도 활발해졌는데 이런 흐름이 점차 수위가 높아져 3국 외교의 장에서 표출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독도에 분쟁 지역 이미지를 덧칠하기 위한 일종의 선전으로 볼 수도 있다.

마쓰노 히로카즈(松野博一) 일본 관방장관은 김 청장의 독도 방문에 관해서 "다케시마(竹島·일본이 주장하는 독도의 명칭)가 역사적 사실에 비춰보더라도, 또 국제법상으로도 명백하게 일본 고유의 영토인 점에 비춰보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으며 매우 유감"이라고 17일 논평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김 청장의 방문 시점 때문에 일본이 특히 반발한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한 외교 소식통은 "한미일 차관이 회의하는 시기에 독도를 방문한 것이 (일본의) 뒤통수를 치는 것"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고 전했다.

다른 외교 소식통은 일본 정부가 김 청장의 방문에 관해 공식 회견 등에서 보인 반응에 비춰보면 공동회견 무산을 예견하기 어려웠다면서 현지에서의 협의 과정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를 살펴봐야 할 것 같다고 반응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