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 민어횟집서 구여권 원로들과 교감…"은박지 옥중서신에 눈물"
지역선 "새누리당 땐 상상 못해" 환영…'중도 확장 새로운 길' 평가도
DJ계 '영끌' 하는 윤석열…'친문' 뺀 '빅텐트' 구상 일환
"김대중(DJ) 전 대통령께서 도시락 싸는 은박지에 쓴 옥중 편지에서 아들들에게 인생살이 이렇게 살라고 당부한 것을 보고 참 눈물겨웠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는 지난 10일 저녁 광주 5·18 민주묘지 참배를 마치고 목포로 이동해 구도심 '영란횟집'에서 지역 특산 민어회로 만찬을 하며 이같이 말했다고 한다.

정치 참여를 선언하기 전 6·15 남북공동선언 21주년을 맞아 연세대 김대중도서관 전시실에서 본 깨알같은 옥중 편지 한 구절을 꺼낸 것이다.

영란횟집은 2000년대 초반 윤 후보가 광주지검 평검사로 일하던 시절 목포까지 내려와 들르던 단골 식당으로, "그동안 너무 와보고 싶었다"며 친근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기자 시절 '동교동' 마크맨이었던 조수진 최고위원 소개로 마련된 이날 자리에는 한때 김 전 대통령과 '정치적 동지'로 민주화 투쟁에 고락을 같이 하다 낙향한 'DJ계' 원로들이 함께 했다.

권노갑 전 의원 보좌관을 지낸 이광래 목포민주동우회 고문은 11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윤 후보가) 우리 대통령(DJ)에 대해서 책을 많이 읽었더라"고 만찬 후일담을 전했다.

그는 "대통령이 되면 DJ정신을 계승해 국민 통합에 이바지하겠다고 하더라"라며 "한나라당, 새누리당 때는 상상도 못했던 일 아니겠나"라고 반문했다.

DJ계 '영끌' 하는 윤석열…'친문' 뺀 '빅텐트' 구상 일환
이 고문의 말처럼 DJ정신 계승은 이번 호남 방문의 핵심 키워드 중 하나였다.

윤 후보는 이날 목포에서 김대중 노벨평화상 기념관을 찾아 "국민통합으로 어려운 국가 위기를 극복하고 미래를 위한 초석을 놓은 행정과 지혜를 이어가겠다고 다시 한번 다짐했다"고 밝혔다.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도 "김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 두 분 다 통합을 강조했다"며 "두 분에게 이런 정신을 잘 배우도록 하겠다"고 거듭 되새겼다.

앞서 윤 후보는 야권 대권 주자 중 유일하게 김 전 대통령 서거 12주기인 지난 8월18일 국립 서울현충원의 묘역을 참배했다.

이 같은 행보는 국민의힘이라는 보수 진영의 플랫폼 안에 갇히지 않고, '친문(친문재인)' 이외의 모든 세력을 결집해 압도적 정권교체를 이루겠다는 윤 후보의 애초 포부와 궤를 같이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념적으로는 합리적 진보, 지역적으로는 현 민주당 바깥의 호남, 정치 공학적으로는 문재인 정부에 실망한 구(舊) 여권 관계자들까지 모두 끌어들여 그야말로 '빅텐트'를 펼치겠다는 구상이다.

그런 맥락에서 윤 후보는 최근 박주선 전 국회부의장과 김동철 전 의원의 지지 선언을 얻은 데 이어 조배숙 전 의원 등의 추가 영입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장성민 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윤 후보의 이번 목포 방문이 DJ정신 계승자들에 의해 이뤄졌다는 점은 놀라운 일"이라며 "중도 외연 확장에 새로운 길이 열린 것이나 다름 없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호남 정가에서는 '이제 시작'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윤 후보의 광주 방문 일정을 수행했던 한 지역 인사는 이날 통화에서 "사과문 수준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며 "정말 진정성 있다고 느끼기에는 부족한 측면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5·18 단체, 광주 시민사회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여는 등 직접 대화해 미흡한 부분을 보완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주문했다.

DJ계 '영끌' 하는 윤석열…'친문' 뺀 '빅텐트' 구상 일환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