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끗한 승복선언' 속 정권교체 역할론

'무야홍'(무조건 야권후보는 홍준표) 바람을 타고 국민의힘 대선 후보를 노리던 홍준표 의원의 본선행이 5일 결국 좌절됐다.

2017년 대선에서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후보로 나섰다가 낙선한 뒤로 4년 넘게 설욕을 별렀지만, 경선에서 '정치 신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게 석패했다.

민심(일반여론조사)에서 앞섰지만 윤 전 총장에게 쏠린 당심(당원투표)을 이겨내지 못했다.

각각 50%씩 반영되는 일반국민 여론조사에서 홍 의원은 48.2%를 얻으며 윤 전 총장(37.9%)을 제쳤지만, 당원 투표에서 34.8%를 얻으며 윤 전 총장(57.7%)에게 밀렸다.

합산 결과 홍 의원은 41.5%로 윤 전 총장(47.8%)에게 후보 자리를 내줬다.

'2030 열광'에 질주했지만…조직표 장벽에 고배 든 '무야홍'
홍 의원은 이번 경선에서 특유의 '사이다 화법'을 무기로 2030 세대에게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보수 정당사에서는 흔치 않은 풍경이었다.

이준석 대표 체제 들어 대거 입당한 젊은층이 홍 의원에게 대거 몰표를 던진다는 관측까지 나오면서 '무대홍'(무조건 대통령은 홍준표) 바람으로 이어졌다.

지난 9월 초부터는 '골든 크로스'도 나타났다.

'추격자'였던 홍 의원이 각종 여론조사에서 윤 전 총장을 바짝 따라붙기 시작하면서 경선 레이스는 '양강 구도'로 재편됐다.

윤 전 총장의 행보에 실망한 지지자들이 이탈하고 '야권 블루칩'으로 꼽히던 최재형 전 감사원장의 지지율마저 시들해지자 홍 의원은 기세를 몰아붙였다.

관건은 당원 표심이었다.

전통적 당 주류이자 여전히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60대 이상 당원 상당수가 여전히 윤 전 총장을 지지한 것으로 분석된다.

윤석열 캠프가 절반이 넘는 당협위원장의 지지를 확보하며 '조직 세몰이'에 나선 것도 막판 결정타가 됐다.

홍 의원은 당심의 최대 승부처로 꼽히는 대구·경북(TK)을 여러 차례 방문하고, 대구 지지자들 앞에서는 '큰절'까지 했다.

그렇게 당심을 끌어모으기 위해 백방으로 뛰었지만, 현실적 한계를 극복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2030 열광'에 질주했지만…조직표 장벽에 고배 든 '무야홍'
1954년생인 홍 의원이 2027년 대선에 재도전할지는 미지수다.

그는 지난달 31일 마지막 방송 토론에서 "다른 세 후보는 앞으로 기회가 또 있겠지만, 저는 이번이 나라를 위해 헌신할 마지막 기회"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에 저력을 과시한 만큼 보수진영의 집권과 재건 과정에서 어떤 식으로든 역할론을 자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윤 전 총장과 손을 잡을지도 주목된다.

홍 의원은 이날 경선 결과 발표 직후 "경선 결과에 깨끗하게 승복한다"며 "이번 경선에서 마지막까지 치열하게 국민적 관심을 끌어준 것이 제 역할"이라고 말했다.

이어 "윤 후보에게 축하드린다"며 "국민 여러분과 당원동지 여러분이 모두 합심해 정권 교체에 꼭 나서주기를 당부드린다"라고 했다.

지난 10월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이재명 후보가 '턱걸이 과반'으로 후보로 선출될 당시 이낙연 전 대표 측이 즉각 결과를 수용하지 않았던 점과 대비된다.

홍 의원이 정권 교체 필요성을 강조하며 윤 후보에게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를 취한 만큼 선대위에 합류해 특정 역할을 맡을 가능성도 보이는 대목이다.

다만, 경선 과정에서 거친 설전을 주고받은 만큼 당장 '화학적 결합'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특히 윤 전 총장을 도울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앙숙 관계'인 점도 변수가 될 수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