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간호사 대신 LG 로봇이 약 배달"
지난달 28일 서울 관악구 에이치플러스(H+) 양지병원. 4층 약제실 앞 간호사가 ‘U+약제배송로봇’의 서랍에 약품을 넣고 상단 스크린에 표시된 5층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충전대에 있던 로봇이 움직이며 배송을 시작했다. 로봇이 4층 엘리베이터 앞에 멈추자 곧이어 자동으로 문이 열렸다. 로봇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5층으로 올라가 병동에 약품을 전달했다.

간호사가 약을 꺼내자 로봇은 4층으로 다시 돌아가 충전기에 스스로 접속했다. 이동 과정에서 로봇은 복도에서 여러 환자와 큰 짐을 마주쳤다. 그때마다 요리조리 피해가거나 곧바로 멈추며 ‘주행 중’이라는 음성 메시지를 내보냈다. 김상일 H+ 양지병원 원장은 “U+약제배송로봇은 목적지를 설정하면 여러 층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며 “5층에 간 뒤 바로 다른 층도 다녀올 수 있다”고 말했다.

U+약제배송로봇은 LG전자의 로봇 기술과 LG유플러스의 통신 네트워크 기술이 결합된 자율주행 로봇이다. 라이다(LiDAR) 및 초음파 센서, RGBD 카메라와 가상공간 매핑기술(SLAM) 등이 적용돼 목적지로 자동 운행하면서 사람과 장애물을 인식하고 피해간다. LG유플러스는 병원에 LTE 중계기를 촘촘하게 구성해 로봇의 안정적인 자율주행을 지원하는 역할을 맡았다. 설혜정 LG유플러스 플랫폼사업2팀 책임은 “로봇에 라우터를 장착해 엘리베이터를 타도 끊김 없는 자율주행이 가능하다”고 했다. 높이 130㎝의 로봇은 4개 칸으로 구성돼 칸당 최대 15㎏의 제품을 실을 수 있다. 설 책임은 “별도 충전 없이 5시간 동안 초속 1m로 이동하고, 서랍은 암호를 입력해야 열 수 있어 약제 분실 걱정도 없다”고 설명했다.

H+ 양지병원이 수천만원에 달하는 U+약제배송로봇을 국내 중소병원 최초로 도입한 이유는 직원들의 업무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서다. 로봇 도입 전엔 직원 5명이 매일 두 번 약제 배송에 투입됐다. 김 원장은 “단순 반복적인 배송 업무를 로봇이 대신 해주면 간호사가 본업무인 환자 케어에 더욱 집중할 수 있다”며 “대면 접촉이 줄어들어 병원 내 2차 코로나19 감염을 차단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김 원장은 “로봇이 병동을 돌아다니자 환자들이 신기해하는 등 다소 분위기가 처졌던 병동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고 했다.

배성수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