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한 수 위' 차세대 D램 DDR5 양산
삼성전자가 업계 최초로 극자외선(EUV) 공정을 적용한 최첨단 D램 DDR5 양산에 들어갔다고 12일 발표했다. 메모리 반도체 1위인 삼성전자가 DDR5 생산에 본격 뛰어들면서 차세대 D램 시장의 문을 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DDR5 양산으로 생산공정의 초격차를 유지하면서 향후 D램 가격 하락을 방어할 수 있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14나노 선폭으로 생산

DDR은 더블 데이터 레이트(Double Data Rate)의 약자로 D램 규격을 뜻한다. 뒤에 붙는 숫자가 높을수록 반도체 성능이 개선됐다는 뜻이다. 현재 시장에서 대부분을 차지하는 제품은 2013년 출시된 DDR4다. 최근 경쟁 업체들이 DDR5를 내놓긴 했지만 양산 규모나 수율에서 미흡하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D램 시장의 40%를 차지하며 1위를 달리고 있는 삼성전자가 DDR5 양산에 들어가면서 시장 판도가 달라질 것으로 예상했다. EUV 노광공정(빛으로 웨이퍼에 회로를 새기는 공정)을 DDR5에 적용하면서 생산성과 가격 경쟁력이 획기적으로 높아진다. EUV 장비를 활용하면 웨이퍼에 더 얇게 선폭을 그릴 수 있어 더 많은 반도체칩을 생산할 수 있어서다.

삼성전자가 이날 발표에서 EUV를 통해 14나노미터(㎚·1㎚=10억분의 1m) 선폭을 구현했다고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간 경쟁 업체들이 14나노‘급’ 반도체를 생산하고 있다고 밝힌 것과 대조적이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가 ‘14㎚’라고 간명하게 밝힌 것은 그만큼 미세공정에 대한 자신감을 보여주기 위한 의도”라며 “EUV를 적용하지 않았을 때보다 생산성이 약 20% 올라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D램 가격 방어 역할도

DDR5는 DDR4 대비 속도가 두 배 이상 빠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고용량 데이터 시장 수요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이번 공정으로 단일 칩 최대 용량인 24Gb D램까지 양산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데이터센터와 슈퍼컴퓨터, 기업용 서버 시장의 수요가 커지고 있어 DDR5를 선점하려는 고객사가 늘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는 DDR5의 시장 점유율이 올해 0.1%에서 2025년엔 40.5%까지 급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전자의 DDR5 양산이 D램 가격 하락을 방어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반도체 기업의 생산 역량이 DDR5로 집중되면서 DDR4 생산량이 줄면 공급 과잉 우려가 해소되고 인텔 등 글로벌 기업의 서버 교체 시기가 다가오면서 가격 협상력도 이전보다 커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이주영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D램개발실장(전무)은 “지난 30년간 끊임없는 기술 혁신을 통해 반도체 미세 공정의 한계를 극복해왔다”며 “고용량·고성능 제품에 더해 뛰어난 생산성으로 빅데이터 시대에 필요한 최고의 메모리 솔루션을 공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