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스크리트 원본·한역본 번역·풀이…연구·강의·학습교재 보급에도 힘써
'범어 전도사' 현진스님 '산스끄리뜨 금강경 역해'
대승불교 초기 경전인 '금강경(金剛經)'은 동서양을 넘어 많은 번역본과 연구서가 출간된 불교 최고의 경전 중 하나로 평가된다.

불자들에게는 필독서로 꼽힌다.

이 경전은 붓다가 제자 수보리와 문답을 통해 깨달음으로 가는 지혜를 밝힌 것으로, 불교의 핵심인 공(公) 사상의 기초와 보살행에 대한 서술을 담고 있다.

그간 국내에서 출간된 금강경은 한자로 옮긴 한역본 금강경에 기초해 번역된 것이 대부분이었다.

중국과 같은 한자 문화권인 한국에서는 금강경을 더 쉽게 접할 수 있던 셈이었으나 붓다 가르침이 중국의 시각에 갇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봉선사 범어연구소장으로 인도에서 약 8년간 산스크리트(범어) 등을 공부한 현진스님은 새 책 '산스끄리뜨 금강경 역해'(불광출판사)를 통해 새로운 시도에 나선다.

산스크리트 원전을 바탕으로 대표 한역본인 구마라집 스님본과 현장스님 번역본을 덧대 붓다 가르침의 원형에 다가서되 독자가 그 내용과 뜻을 꼼꼼히 살펴볼 수 있도록 했다.

역자의 해설과 설명이 곁들여져 여느 관련 책보다 쉽게 받아들여진다.

'범어 전도사' 현진스님 '산스끄리뜨 금강경 역해'
금강경 원전은 120년 전인 1900년 동투르키스탄에서 처음 발견됐다.

국내에서 원전이 번역돼 소개된 것은 2001년 각묵스님의 '금강경 역해'가 처음이다.

이후 여러 해설본이 소개됐으나 산스크리트 원본과 한역본 전체를 수록해 세세하게 풀어놓은 책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산스크리트어와 한문 양쪽에 능통한 이가 많지 않았던 탓이다.

현진스님이 금강경 역해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은 인도에서 돌아온 후인 2016년부터다.

모임을 만들어 뜻있는 이들과 함께 한 문장씩 정리했고, 경전의 역해가 오늘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어떤 의미가 될 수 있을지 고민을 거듭했다고 한다.

그는 출판사를 통해 전한 저자의 말에서 "산스크리트는 어휘와 문장 속에 다양한 의미를 집약시켜 놓는 다중적 구조의 특색을 보인다"며 "행간의 의미를 이중, 삼중으로 짜놓는 셈이다.

씨줄과 날줄처럼 엮인 원전에서 무엇을 움켜쥘 것인가는 전적으로 해석에 달려 있다"고 역해 과정의 고뇌를 전했다.

저자는 붓다의 원음을 세상에 알리는 일에도 진력해왔다.

봉선사 범어연구소장으로 있으면서 연구모임과 강의를 개설하고, 산스크리트와 팔리어를 원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접할 수 있도록 학습용 교과서를 무료로 배포해왔다.

480쪽. 2만8천 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