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기상청을 대전시로 사실상 반강제 이전하는 과정에서 기상청 임직원에게 아파트 특별공급을 제공하려 한 것으로 드러났다. 다른 기관들에는 이미 폐지한 아파트 특공을 정부 스스로 원칙을 깨고 특혜를 주려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이 7일 입수한 ‘기상청 이전 계획 및 지원 계획’ 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기상청 직원에게 대전 지역 아파트 특공 및 주택 취득세 감면, 최대 120만원의 지원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졸속 이전”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는 기상청 직원들의 문제 제기를 무마하기 위해서다.

정부 계획상 기상청은 2022년 2월부터 중소벤처기업부가 사용하던 정부대전청사 부지로 이전을 시작한다. 기상청의 대전 이전은 올해 초 갑작스럽게 결정됐다. 지난해 정부가 중기부를 대전에서 세종으로 이전시키기로 하자 대전 시민들이 크게 반발했기 때문이다. 지역 정가에서는 중기부가 대전에서 빠져나가면 내년 대선은 물론 지방선거에까지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그러자 정부가 지역 민심을 달래기 위해 ‘부랴부랴’ 서울에 있던 기상청을 대전 중기부 부지로 이전시키기로 했다는 설명이다. 권 의원은 “기관 이전이 졸속으로 추진되는 과정에서 정부가 ‘특공’ 카드를 꺼내든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지난 5월 김부겸 국무총리는 부실 특공 사례가 속출하자 “아파트 특공 제도에 문제가 있다”며 직접 ‘특공 제도 폐지’를 선언했다. 하지만 총리 말과 달리 정부는 쉬쉬하며 특공을 추진 중인 셈이다. 기상청 이전은 대전시 조례를 근거로 추진 중이어서 불법은 아니라는 게 정부 측 해명이지만, 스스로 정한 원칙을 깨뜨리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기상청은 애초에 지방이전 대상 기관도 아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공공기관 지방이전이 처음 추진된 2005년 당시 행정자치부는 슈퍼컴퓨터 등 이전이 곤란한 첨단 장비 등을 옮기고 다시 설치해야 한다는 점을 들며 기상청을 이전 대상에서 제외한 바 있다.

기상청 이전 사업에 대한 경제성을 조사하는 예비타당성조사도 졸속 면제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예타 면제 이유에 대해 ‘사업추진의 적시성’과 ‘지역균형발전’을 언급했다.

권 의원은 “선거를 앞둔 정치적 결정을 위해 폐지하기로 한 특공을 부활시키려 하고 있다”며 “이전 사업이 타당한지 국정감사를 통해 면밀히 살피겠다”고 말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