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최근 이케아에서 작은 책상을 구입한 30대 남성 이 모 씨는 조립할 때 참조하기 위해 유튜브에서 '가구 조립' 튜토리얼을 검색했다가 황급히 뒤로가기 버튼을 눌러야 했다. DIY(소비자가 직접 물건을 만드는 것) 영상인 줄 알고 클릭했더니, 속옷만 입은 여성이 영상에 등장해 당황했기 때문이다.

한 네티즌은 유튜브에서 영어와 한국어로 검색할 때 결과가 확연히 차이가 난다고 지적했다. 영어로 'diy ikea'를 검색한 결과 이케아에서 구입한 가구들을 직접 설치하는 모습의 영상이 주를 이뤘다.

이 네티즌은 "물론 한국어로 검색했을 때 정상적인 조립 영상도 있으나, 노출 영상이 더 많은 것 같다. 영어로 검색했을 때와 확연히 다르다"며 말했다. 이어 "한 채널에서는 '이케아 조립녀'라는 제목의 유사 포르노를 만들기 시작했고 유행하면서 따라 하는 영상들이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한국어로 '이케아 조립'을 유튜브에서 검색해보면 가장 상단에 'her shower scene'(그녀의 샤워 장면), '맛있는 캠핑! 먹고 싶어?', '시원하게 수영장에서 훌러덩' 등 제목의 영상이 가장 먼저 노출된다.

해당 영상들은 19세 연령 제한이 걸려있어 영상을 보려면 인증 절차를 가져야 하지만, 섬네일 이미지에는 여성의 신체가 적나라하게 드러나있다.

이외의 영상에도 대부분 노출 수위가 높은 의상을 입고 '여자 혼자서도 쉬운 타일 조립', '나랑 이케아 나들이 갈래?' 등 제목으로 클릭을 유발하고 있다.

일부 크리에이터는 영상에서 일상적인 옷차림으로 가구를 조립했으나, 섬네일은 상반신이 노출된 의상을 입고 있는 사진을 사용했다.

가장 문제가 되는 영상은 가구를 조립하는 내용은 없고, 특정 사이트로 접속을 유도하는 광고 영상이었다. 겉으로는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성적인 사이트로 유입을 늘리기 위한 '낚시'였다.

이 영상들은 광고성이 아닌 정보성 영상인 것처럼 보이기에 '유료 광고 포함' 등 광고 문구가 등장하지 않아 규제를 교묘히 빠져나가고 있다.

유튜브 내 성인인증 우회 방법까지 공유되고 있는 실정이라 무분별하게 노출되는 음란 영상이 아이들에게 왜곡된 성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가구 조립' 검색했는데…낯뜨거운 영상에 당황 [튜브뉴스]
유튜브 커뮤니티 가이드 '과도한 노출 및 성적인 콘텐츠에 대한 정책'에 따르면 성적 만족을 위한 음란물은 유튜브에서 허용되지 않으며 음란물을 게시하면 콘텐츠가 삭제되거나 채널이 폐쇄될 수 있다. 정책을 위반하는 콘텐츠를 발견하면 이용자가 직접 신고해야 한다.

연령 제한 콘텐츠 정책에는 동영상의 초점을 가슴, 엉덩이 등에 맞췄는지 여부, 인물 자세가 시청자를 성적으로 자극하려는 의도로 연출되었는지 여부, 인물의 동작이 키스, 관능적인 댄스, 애무 등 성적 행위를 도발하는지 여부 등 기준이 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영상을 자체적으로 컨트롤하지 못하는 유튜브 측의 정책이 미흡한 것 아니냐고 비판하고 있다. 유튜브 측은 이 같은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방안을 지속적으로 모색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올초 양향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불법 불량 정보를 유통하는 크리에이터(BJ)를 퇴출하는 내용을 담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현행법에는 불법 정보를 유통한 크리에이터들의 영구 정지를 제한하는 명시적인 법 규정이 없어서 서비스 사업자들이 이들을 제재할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법이 개정되면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사업자)들의 의무와 역할이 한층 강화돼 자체 점검과 불법·불량 BJ 퇴출도 더욱 활발히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