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뜩이는 아이디어가 있지만 촘촘하게 설정돼 있는 각종 규제 때문에 금융혁신이 불발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금융당국이 2019년 ‘금융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도입한 배경이다. 아이들이 모래 놀이터(샌드박스)에서 마음껏 뛰어놀듯 ‘혁신금융 서비스’로 지정된 아이디어에 한해 최대 4년간 규제를 면제하거나 유예해 주는 제도다. 카카오페이의 ‘내 대출한도’, 토스인슈어런스의 ‘모바일 표준상품 설명’, 신한카드의 ‘마이송금’ 등이 이렇게 탄생했다.

하지만 금융규제 샌드박스는 실제 사업화를 전제로 규제 특례를 주는 제도다. 핀테크업계에선 본격적인 사업화는 아직 조심스럽지만 참신한 아이디어 실현 가능성과 사업 효과 등을 미리 확인해보고 싶은 수요가 있다. 이에 금융위원회가 ‘D-테스트베드’란 사업을 새로 선보였다. 핀테크 스타트업과 예비 창업자 등이 혁신적인 기술이나 아이디어 사업성 등을 검증할 수 있도록 금융데이터와 개발·분석 환경 등을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금융위는 지난 7~8월 동안 D-테스트베드 사업 참여 신청을 받은 결과 지난 8일 총 20곳의 참여자를 선정했다. ‘신용평가 고도화’ 영역에선 간편정산 서비스(올라) 제공 기업 올라핀테크와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P2P금융) 기업 피플펀드 등 7개 팀이 선정됐다. 고객들의 오프라인 대출상담 내역을 신용평가에 활용하기 위해 음성인식 기술을 개발 중인 피플펀드 관계자는 “금융결제원과 시중은행, 신용카드사, 증권사 등의 금융 이체, 자산, 투자, 소비현황 등 정보를 활용해 자체 신용평가모형의 성능을 재검증하겠다”고 밝혔다.

비대면 대출진단 앱을 운영하는 로니에프앤과 모바일 간편결제 핀테크 기업 페이콕 등 7개 팀은 ‘취약계층 금융지원’ 분야에 이름을 올렸다. 권해원 페이콕 대표는 “엄청난 재원을 들여 개인, 소상공인 등을 지원할 때 데이터가 부족해 추정만 할 뿐 정확한 맞춤형 지원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더욱 많은 데이터를 활용하면 재원을 더 적절하게 배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출비교 서비스 앱 ‘핀셋N’을 운영하는 한국금융솔루션 등 6개 팀은 ‘자유주제’ 분야 참여자로 선정됐다.

금융위 관계자는 “기존 핀테크 기업 이외에 창업 1년 미만 초기 스타트업들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위험관리연구실 등 학계 연구팀도 참여자로 선정했다”고 말했다. 20개 참여 팀은 오는 27일부터 11주간 아이디어를 모의 시험한 뒤 12월께 수행 성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