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헌법 존립과 헌정질서 수호해"…직권 재심 청구
'노동운동 옥고' 이소선 여사, 41년만에 재심
노동운동을 했다가 계엄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옥고를 치른 '노동자들의 어머니' 고(故) 이소선 여사의 명예를 회복할 재심이 41년 만에 열렸다.

서울북부지법 형사5단독 홍순욱 부장판사는 9일 계엄법 위반으로 징역 1년을 선고받은 이소선 여사의 첫 재심 공판을 열었다.

이 여사는 1980년 5월 4일 500여명의 학생들이 고려대 도서관에서 연 시국 성토 농성에 참석해 청계피복노동조합의 결성 경위와 노동자들의 비참한 생활상에 대해 연설을 했다.

닷새 뒤인 9일에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노총회관에서 금속노조원 600여명과 함께 '노동3권 보장'과 '동일방직 해고근로자 복직' 등의 구호를 외쳤다.

당시 계엄당국은 사전 허가받지 않은 불법 집회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이 여사를 체포했고, 같은 해 12월 수도경비사령부 계엄보통군법회의에서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이 여사의 아들이자 전태일 열사의 동생인 전태삼씨는 법정에서 "불순분자가 침투했다며 (계엄당국이) 온 동네를 포위해 가가호호 뒤져서 어느 집에서 나오는 어머니의 머리채를 휘어잡고 닭 날개를 잡듯이 했다"고 체포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전두환이 5·18 유가족에게 진심으로 사과하는 날이 오길 바란다고 이 시간을 빌려 전하고 싶다"며 "전두환은 국민 앞에 사죄하고 참회하고 뉘우쳐야 한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재판에서 "전두환이 1979년 12월 12일 군사반란으로 군 지휘권을 장악한 후 5·18 민주화운동과 관련해 저지른 일련의 행위는 헌정질서 파괴 범죄"라며 "피고인의 행위는 시기와 동기, 목적 등에 비춰 볼 때 헌정질서 파괴의 범행을 저지하거나 반대한 행위로 평가된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의 행위는 헌법의 존립과 헌정질서를 수호하기 위한 형법상 정당행위로 검사가 직접 재심을 청구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이 같은 청구를 받아들이며 검찰과 변호인으로부터 이 여사가 당시 집회에 참여한 경위 등을 입증할만한 추가 자료를 받기로 했다.

전태삼씨는 이날 재판을 마치고 취재진과 만나 "과거 공권력이 약자를 탄압한 것을 잊지 않고 민주주의를 지키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며 "5·18 희생자와 유가족 등 전두환으로 말미암은 상처가 아무는 희망을 생각하게 된다"고 밝혔다.

다음 재판은 10월 14일에 열린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