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백 두림야스카와 대표 "로봇 전문가 꿈꾸는 고졸자 누구든 지원하세요"
“전문성 있는 ‘고졸 현장직’이 더 많아져야 합니다. 산업용 로봇처럼 미래산업과 관련한 분야라면 금상첨화죠.”

24일 경기 안양의 본사에서 만난 박상백 두림야스카와 대표(사진)는 “제대로 교육하면 학사 출신보다 고졸 엔지니어가 현장에서 훨씬 나은 성과를 낸다”며 고졸 인재양성 프로그램을 도입한 배경을 설명했다. 두림야스카와는 28년 전통의 산업용 로봇 전문기업이다. 주로 자동차 도장·실링 작업에 특화된 로봇을 생산한다. 이 회사의 산업용 로봇 소프트웨어(SW) 개발 역량은 국내 최고 수준으로 꼽힌다.

박 대표가 자비를 들여 마련한 ‘로봇운용전문가 양성과정’은 산업용 로봇 전문인력을 육성하는 단기교육 프로그램이다. 모든 시설·인력은 두림야스카와가 자체 조달했다. 안양에 있는 두림야스카와 본사에 교육원을 세워 직접 생산한 교육용 로봇 20여 대를 설치했다. 강사진은 두림야스카와에서 오랜 기간 근무한 전문 엔지니어들이다.

교육 프로그램에서 수강생이 내는 비용은 전혀 없다. 오히려 두림야스카와 측에서 월 30만원의 교육비를 지급한다. 3개월 과정을 마치면 두림야스카와를 비롯한 여러 기업에 취업할 기회를 얻는다. 박 대표는 “이미 많은 기업에서 이 프로그램 출신을 원한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했다.

박 대표가 로봇운용전문가 양성과정을 도입한 건 무엇보다 스스로 필요해서다. 늘어나는 수요에 따라 현장 내 산업용 로봇은 증가한 반면 이를 꾸준하게 관리하고 보완·개선할 엔지니어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는 “두림야스카와만 해도 80여 명의 로봇 엔지니어를 갖췄지만 꾸준한 일손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며 “직접 가르쳐 인력을 조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1기는 전원 30세 미만의 고졸 출신으로 채울 예정이다. 일부 학사 출신이 “대졸도 가능하냐”는 문의를 보내왔지만 박 대표가 거절했다. 그는 “언젠가 학사 출신도 받을 가능성이 없지 않지만, 당분간 고졸 대상으로만 교육을 전개할 예정”이라며 “전문적으로 기술 교육을 받을 일이 흔치 않은 그들에게 기회를 주고 싶다”고 했다.

현장을 잘 알고, 오랫동안 근무한 고졸 엔지니어가 뛰어난 실적을 내는 걸 인상 깊게 본 경험도 이런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박 대표는 “현장을 A부터 Z까지 꿰고, 로봇에 대한 전문성까지 갖춘 고졸 출신을 한번 제대로 키워보자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16일 시작한 프로그램 지원 접수는 다음달 5일 마감된다. 지원자는 두림야스카와 측의 면접을 거쳐 10일 합격 여부를 통보받게 된다. 박 대표는 “면접 과정에서 지원자의 열정과 마음가짐을 중점적으로 보려고 한다”고 했다. 그는 “국내 현장인력이 더 나은 교육 기회와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앞으로도 꾸준한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

윤희은 기자 soul@hankyung.com